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적잖은 공을 들여온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트릭스터M'이 출시됐다. /엔씨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적잖은 공을 들여온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트릭스터M'이 출시됐다. /엔씨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출시까지 미뤄가며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해온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트릭스터M’이 정식 출시됐다. 

트릭스터M은 엔씨의 개발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가 PC온라인 게임 ‘트릭스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으로 원작에서 높은 호응을 받았던 드릴 액션과 2D 그래픽을 모바일에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출시 이후 트릭스터M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출시 이후 사흘 만에 구글플레이 기준 매출 3위에 올랐고 엔씨의 모바일 MMORPG ‘리니지2M’을 밀어내고 매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원작의 감성은 살리고 기존에 서비스 해온 리니지 등 무거운 IP를 중심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 해온 엔씨가 어떤 새로운 모습을 담았는지 직접 플레이 해 확인했다.

◇ 모바일로는 작디작은 그래픽… 시그니처 묻힌다

트릭스터M은 도트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MMORPG다. 그러나 깔끔하고 눈에 익는 2D 일러스트의 디테일함이 착용하는 장비 등에 따라 부각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전반적으로 아이템이고 캐릭터고 모바일 환경에서는 작게 표현돼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송가영 기자
트릭스터M은 도트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MMORPG다. 그러나 깔끔하고 눈에 익는 2D 일러스트의 디테일함이 착용하는 장비 등에 따라 부각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전반적으로 아이템이고 캐릭터고 모바일 환경에서는 작게 표현돼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사진은 기자가 직접 트릭스터M을 플레이하며 캡처한 장면. /송가영 기자

그래픽은 지난해부터 젊은 이용자층을 중심으로 호응을 사고 있는 도트 그래픽을 활용했다. 개인적으로는 도트 그래픽이 모바일 환경에서 다소 어지러운 느낌이 있어 선호하지 않는다. 이전 원작도 도트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모바일 버전에도 똑같은 그래픽을 적용한 듯하다. 

트릭스터M의 경우 도트 그래픽을 적용해 전반적으로 캐릭터, 몬스터, 아이템, NPC 등이 상당히 작은 편에 속한다. 이 때문에 엔씨의 크로스플레이 플랫폼인 퍼플로 플레이할 때보다 모바일로 플레이하는 것이 더욱 쉽지 않은 점은 아쉽다. 

2D 일러스트에는 꽤 공을 들인 모양이다. 퀘스트를 수행할 때 등장하는 NPC, 메인화면에서 게임을 플레이 할 캐릭터 등 2D 일러스트가 등장하는데 인게임 도트 캐릭터보다 깔끔하고 눈에 익는 느낌이 들었다. 

2D 일러스트의 디테일이 정작 게임 안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 엔씨가 트릭스터M을 출시하며 기존에 없던 ‘패션’과 ‘펫’ 콘텐츠가 추가됐기 때문에 일러스트의 디테일함이 더욱 보이지 않게 되는 부분은 다소 아쉬웠다.

원작 트릭스터에서도 등장했던 이용자들의 클래스에 따라 달라지는 동물 귀와 꼬리도 모바일에서는 예상했던 것보다 잘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착용하는 장비가 늘어나고 새로운 의상을 입힐수록 더 안보이게 돼 트릭스터의 시그니처가 묻히는 느낌도 들었다. 

◇ 콘텐츠 무난… 게임 플레이 어렵게 하는 요소 다분

콘텐츠의 경우 기존 MMORPG와 크게 다른 부분이 없다. 길드 콘텐츠와 캐릭터 성장을 위한 던전, 파티, 레이드 등으로 최소 레벨 30부터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레벨 30까지 성장시키는 과정이 다소 더디다는 점이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여러 튜토리얼과 퀘스트 등을 진행하면 레벨 20까지는 빠르게 돌파할 수 있다. 레벨 20이 된 이후부터는 메인 퀘스트, 서브 퀘스트, 트릭스터M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드릴’ 퀘스트를 해결하며 성장시킬 수 있는데 게임 전반적인 플레이 속도가 느려 퀘스트를 해결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속도가 체감적으로 상당히 느리다. 캐릭터의 이동속도부터 공격을 하는 속도 등이 상당히 느리다. MMORPG에서 소비해야 하는 콘텐츠와 퀘스틑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속도를 느리게 설정한 점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다. 

트릭스터M에는 ‘가속 물약’, ‘고속 앰플’ 등 속도를 올려주는 아이템이 있는데 반드시 이 물약을 사용해야 속도가 오른다. 기본적인 이동과 전투를 하는데 이용자의 골드를 소비해 가속 물약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버프 시간이 끝나는데 맞춰 물약을 사용해야 하는 점도 적응하기 어려웠다.

트릭스터M에는 눈에 띄는 콘텐츠가 없다. 전작에서도 차별화된 콘텐츠로 주목받았던 드릴 콘텐츠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MMORPG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는 전투 중심의 콘텐츠가 대다수다. /송가영 기자
트릭스터M에는 눈에 띄는 콘텐츠가 없다. 전작에서도 차별화된 콘텐츠로 주목받았던 드릴 콘텐츠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MMORPG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는 전투 중심의 콘텐츠가 대다수다. 사진은 기자가 직접 트릭스터M을 플레이하며 캡처한 장면. /송가영 기자

이와 함께 일부 시스템에서 캐릭터의 성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이 있다. 먼저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HP와 MP 물약의 가격값, 무게가 높은 편에 속하고 회복량도 많지 않다. 

이는 전투를 하고 있지 않을 때 자동으로 조금씩 HP가 회복되는 시스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몬스터의 공격을 받거나 전투를 할 때 소모되는 HP의 양을 비교하면 자동으로 회복되는 HP의 양, 물약으로 회복할 수 있는 HP의 양은 턱없이 부족하다.

가방의 무게가 작은 편에 속한다. 드릴 콘텐츠가 있다 보니 퀘스트를 몇 개만 수행해도 가방 안에 아이템이 산같이 쌓인다. 주기적으로 제작, 유물합성 등을 통해 아이템을 소비하고 있지만 가방이 차는 속도가 더 빠르다. 그렇다고 가방의 무게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분해’, ‘판매’ 등을 습관처럼 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모든 퀘스트를 클리어할 때 처치해야 하는 몬스터의 수나 드릴로 발굴해야 하는 아이템의 카운트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수동으로도 전투가 가능하지만 퀘스트를 수행할 때는 자동으로 전투가 이뤄지는데 다른 이용자들이 공격하는 몬스터와 겹치는 경우가 있어 카운트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드릴 퀘스트로 발굴해야 하는 아이템도 마찬가지다. 드릴의 경우 현재 트레저 스팟 발견 확률 증가 이벤트의 영향이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드릴이 헛도는 경우가 많고 숯돌 아이템을 사용해 드릴 횟수도 충전해야 하는데 발굴되는 아이템이 다양해서 원하는 아이템만 카운트되지 않는다.

이용자가 게임에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자꾸 벌어져 전투나 퀘스트 수행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성장이 정체된다. 트릭스터M을 플레이하기 전 다른 모바일 MMORPG를 플레이했던 이용자들이라면 쉽게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레벨 30까지 어떻게든 올려도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기 시작하면 일부 이용자들의 경우 더 빠른 성장을 위한 과금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드릴 콘텐츠도 기존 트릭스터M의 시그니처 콘텐츠 중 하나인 만큼 다양한 퀘스트를 마련한 점은 눈에 띈다. 스토리 전개 중 등장하는 일회성 콘텐츠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퀘스트를 진행해 드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를 기반으로 제작, 유물합성 등의 콘텐츠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전반적인 콘텐츠는 트릭스터M만의 콘텐츠가 두드러지지 않고 기존 MMORPG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레벨 30 이전 까지는 이렇다할 콘텐츠가 없으니 되도록 빠르게 던전 콘텐츠를 여는데 주력해야 한다. 던전 콘텐츠는 △혼돈의 탑 △산호의 해안 △모래의 언덕 △크리스탈 코퍼 등이 마련돼 있다. 이용자가 온전히 캐릭터 성장에 집중할 수 없는 시스템들이 많아 밸런스 조절도 필요해 보인다. 

◇ 때마침 준비된 성장 패키지… 트릭스터M, 의도대로 성공했나

현재 트릭스터M에서 판매되고 있는 패키지는 다양하다. 출시 초반인 만큼 대부분 성장 패키지와 새로운 과금 요소인 패션과 펫의 소환 패키지도 있다. 다만 현재 이용자들의 지적이 적지 않은 요소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이른 시일 내 밸런스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송가영 기자
현재 트릭스터M에서 판매되고 있는 패키지는 다양하다. 출시 초반인 만큼 대부분 성장 패키지와 새로운 과금 요소인 패션과 펫의 소환 패키지도 있다. 다만 현재 이용자들의 지적이 적지 않은 요소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이른 시일 내 밸런스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기자가 직접 트릭스터M을 플레이하며 캡처한 장면. /송가영 기자

엔씨가 마련한 콘텐츠, 전반적인 시스템을 고려하면 레벨 20 이후부터 과금에 대한 고민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성장의 재미를 느끼기 전에 재미와 긴장감은 떨어지고 던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레벨 30까지 어떻게든 성장시켜도 그 이후 성장에 대한 부담이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용자들을 위해 엔씨는 빠른 성장을 위한 패키지만 단계별로 3개나 마련했고 과금 요소인 패션과 펫 소환 패키지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이들 패키지는 유료 재화인 다이아를 사용해야 구입할 수 있다.

다만 엔씨가 타겟층으로 삼은 이용자들이 기꺼이 과금을 선택할지는 의문이다. 캐릭터 성장에 무게가 실린 MMORPG 장르 특성상 어느 수준의 과금 유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성장 정체 시점이 상당히 이르고 성장의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과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수시로 온다면 이용자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PC온라인으로 트릭스터를 접해본 적이 없어 이번 신작에 기대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과거 PC온라인 게임을 그대로 모바일로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원작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게임 트렌드에 맞게 개발해 이용자들에게 선보여야 하는 어려움도 이해한다.

그러나 트릭스터M에서는 유저의 마음을 매혹시킬 요소들이 아쉽다. 콘텐츠는 단순 전투와 드릴에만 집중돼있고 메인 스토리는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 시스템,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성장 정체기,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 완벽히 준비된 과금 패키지 등으로 게임의 밸런스를 잃었다.    

각종 오류도 난무한다. 게임 종료에도 불구하고 몬스터에게 공격받아 마을로 이송되거나 절전모드로 접어듦과 동시에 퀘스트 진행이 종료되는 등 빠른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오류들이 여전하다. 이용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몬스터 레벨, 체력 등 각종 정보가 부재한 것도 여전히 수정되지 않고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트릭스터M은 흥행에 성공했다. 4일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3위를 유지하면서 리니지 형제의 뒤를 잇고 있다. 그렇지만 엔씨가 트릭스터M을 출시하며 다양한 이용자층과 장르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향후 운영 방침을 지켜봐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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