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6 10:19
정부 추진 ‘트래블버블’, 실효성 있을까
정부 추진 ‘트래블버블’, 실효성 있을까
  • 제갈민 기자
  • 승인 2021.06.11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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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 및 여행업계는 한국 정부가 다른 나라와 트래블 버블 체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기대를 접었다. / 픽사베이
정부가 해외 일부 국가들과 트래블버블 협약을 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가 다시 한 번 해외 일부 국가들과 ‘트래블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과 동시에 여행업계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트래블버블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여행객에 한해 적용받을 수 있다. 여기에 출국 72시간 이내에 발급된 코로나19 음성확인서도 필요하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현재 우리나라와 트래블버블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국가는 △싱가포르 △태국 △대만 △괌 △사이판 등 아시아권 5개국이다. 해당 국가들과 트래블버블이 체결될 경우, 상호간 격리조치를 면제받고 상대국을 여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자에 국한된 트래블버블이 꼭 필요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해외 국가들 중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대해서는 격리를 면제하는 프리패스 제도를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괌·사이판·몰디브·프랑스·폴란드 등이 있다. 해당 국가는 코로나19 백신접종 증명 서류를 제출하면 자가격리가 면제된다. 또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음성 확인서와 백신접종 증명서를 제출하면 격리를 면제해주는 국가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해외 국가들과 백신 접종자 대상 트래블버블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트래블버블에는 여러 문제점이 존재해 양국 간 타협점을 잘 이끌어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2월 초~중순쯤부터 국내에 공급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 백신 유통사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원활한 공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 / AP·뉴시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행 중에 있으나, 나라마다 허가한 백신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 / AP·뉴시스

◇ 국가별 허가 백신 종류 차이… 中 백신 시노백·시노팜 인정 논란 상존

가장 먼저 현재 한국 정부가 트래블버블 협약을 추진 중인 5개국이 허가한 백신 종류가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보건당국에서 허가한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AZ)·얀센 등 4종이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다른 5개국은 각각 △싱가포르 - 화이자·모더나 △대만 - 모더나·AZ △태국 - 모더나·AZ·얀센·시노백·시노팜 △괌·사이판 - 화이자·모더나·얀센 등의 백신을 허가해 자국민들에게 접종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트래블버블 추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허가한 백신은 모더나 단 1종뿐이다. 국내에서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국민들은 해당 국가들을 여행하는 데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AZ 백신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AZ 백신을 2회차까지 모두 접종한 국민이라도 상대국가에서 AZ 백신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격리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부가 어떤 기준을 세울지 현재로선 정해진 바 없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측은 지난 9일 트래블버블 관련 질의응답에서 ‘백신 접종이력 확인 시 식약처가 허가한 백신만 해당하나’라는 질문에 대해 “양자 간 협의에 의해서 이 부분이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백신 종류에 대해서는) 실무적으로 논의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싱가포르 같은 경우는 화이자나 모더나에 대해서만 백신접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괌 정부에서는 지난 5월 15일 기준 입국자에 대한 신규 지침을 발표했는데, 격리면제 여행객 조건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화이자·모더나·존슨앤존슨(얀센)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친 ‘백신 접종 완료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AZ 백신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이 없다.

이는 괌 정부에서 자국 보건당국이 허가한 백신 3종 외 AZ 백신과 같이 다른 종류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타국 여행객에 대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격리를 면제할 필요는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괌 정부가 해당 기준을 완화하지 않는다면 AZ 백신을 접종한 여행객이 괌에 입국하면 열흘간의 격리 조치가 필요하다.

반대로 얘기하면, 우리나라가 태국과 트래블버블을 체결할 경우 태국 보건당국이 허가한 백신을 모두 인정해줘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태국에서 허가한 코로나19 백신 종류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모더나 △AZ △얀센 △시노백 △시노팜 등 5종이다. 모더나와 AZ, 얀센 3종은 한국 역시 허가한 백신이지만, 중국산 시노백과 시노팜에 대해서는 효능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으며, 국민들 사이에서는 불신이 팽배하다.

사진은 11일 인천국제공항. 이날 인천공항 이용객은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 뉴시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국민들은 해외 일부 국가로 여행을 할 수 있다. 사진은 11일 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이날 인천공항 이용객이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 뉴시스

◇ 백신 접종 여행객 격리면제 국가 속속… 단체여행 외 개별 해외여행 가능 전망

괌처럼 해당 국가에서 허가한 백신을 접종한 여행객에 대해 격리를 면제해주는 국가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사이판은 괌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상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백신 접종자 대상 트래블버블은 괌과 사이판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셈이다.

여기에 태국은 다음달부터 푸껫(푸켓) 지역에 한해 백신 접종 여행객에 대해 격리 없이 입국 허용을 시행한다. 지난 5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전날 쁘라윳 짠오차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관련 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승인했다.

태국 정부는 이를 ‘푸껫 관광 샌드박스’라고 명명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다음달 1일까지 푸껫 주민의 약 70%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완료한다. 집단 면역을 형성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자국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외국인들은 푸껫 입국 시 격리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태국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푸껫에 14일 동안 머물러야 한다.

유럽국가 중에는 그리스와 프랑스, 스페인에서 한국인에 대해 백신을 맞지 않았더라도 격리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다만, 백신을 맞지 않은 한국인은 ‘출국 비행기 탑승 기준 72시간 내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지참해야 한다.

미국 연방정부는 백신 접종자에게 7일간의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단, 주별로 방역지침이 다르다. 뉴욕주의 경우 접종증명서가 있으면 격리 의무가 없다. 미국은 최근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가장 낮은 단계인 1단계로 하향조정했다. 향후 한국인 여행자들에 대한 입국지침이 더욱 완화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는 해외 일부 국가와’ ‘백신 접종자 트래블버블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마저도 여행사를 통한 ‘단체 패키지여행’만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한다.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미 개별 여행객에 대해 입국을 허용하고 나선 국가로 여행을 가는 경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단체 패키지여행에 국한된 트래블버블은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트래블버블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관광과 관계자는 “우리 국민들보다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 독려에 중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국민이 괌이나 사이판, 그리고 한국인에 대해 격리면제를 자체적으로 추진 중인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등 일부 해외국가로 여행을 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방역당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마친 외국인들이라 할지라도 격리 면제 혜택을 부여하지 않고 있어 외국인의 한국 입국 시에는 격리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추진 중인 트래블버블 같은 경우는 양 국가에서 협정이 완료가 되면 양국에서 허용되는 백신을 접종한 여행객에 대해서는 격리를 면제하고 입국할 수 있는 협정문이 마련될 예정”이라며 “트래블버블 협정이 체결되면 해당 국가의 국민이 한국 여행 시 격리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 트래블버블을 일부 국가와 체결한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는 것보다 백신을 접종한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을 자유롭게 해주는 측면이 더 크다”며 “이를 통해 국내 항공사 및 여행사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세계 항공사 동맹체 3사가 G7 국가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에 대한 격리 면제 기준을 일원화 해줄 것을 요청했다. / 아시아나항공
세계 항공사 동맹체 3사가 G7 국가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에 대한 격리 면제 기준을 일원화 해줄 것을 요청했다. / 아시아나항공

◇ 각 국가별 다른 격리면제 기준… 항공동맹체 3사 대표, G7에 기준 마련 요청

국가마다 여행객들에 대한 격리면제 기준이 다르다보니 불편한 점도 존재한다. 이렇다보니 특정 국가를 경유해 운항하는 항공편의 경우 경유지와 최종 목적지의 격리면제 기준이 차이를 보일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항공사 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와 원월드, 스카이팀은 11일부터 13일까지 영국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안전한 국경 개방을 위해 G7 국가 공통의 여행·보건 기준을 마련하도록 요청했다.

코로나19 이전 기준 글로벌 항공 시장의 약 3분의 2 가량을 점유해 온 항공사 동맹체 3사는 이번 요청이 국가 간 이동 재개를 촉진하고 여행과 관광으로 창출되는 세계의 경제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항공 동맹체 3사는 현재 코로나19와 관련해 각 국의 규제와 절차가 지나치게 다양하고 변동성이 심해 여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G7 국가들이 선도적으로 △백신접종 완료시 입국 후 격리 면제 △코로나19 검사 비용은 낮추되 접근성과 신뢰성 확보 △중간 기착지 미입국 환승객에게 추가 검사나 격리 면제 등의 조치를 마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기로 했다.

또한, 스타얼라이언스 등 항공사 동맹체 3사는 각 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검사 결과 증명서 등 ‘여행에 필요한 보건 인증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각 국 정부에 디지털 프로세스의 채택을 요청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마련한 인증 정보에 대해 G7에서도 공통 요건과 기준을 합의하도록 촉구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도지지 의사를 밝혔다.

제프리 고(스타얼라이언스)를 비롯해 크리스틴 콜빌(스카이팀), 롭 거니(원월드) 등 각 항공사 동맹체 대표는 11일자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국제선 여행, 관광 수요는 세계 경제를 원활히 돌아가게 하는 핵심 요소”라며 “이미 다수의 자료가 리스크 관리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만큼, 국경 개방과 더불어 투명하고 일관적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조치를 도입하기 위해 G7 국가들이 결단력 있는 행동을 보인다면 코로나19 검사나 검역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백신 접종은 국제선 항공 여행과 관광 재개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각 국 정부도 공인된 백신이 격리 면제를 위한 안전하고 합리적인 근거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