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에서는 ‘2021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에 참가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마트 모빌리티가 현실이 된 사회의 서울시민의 생활모습은 어떨지 상상력을 동원해 재구성해 봤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발전은 우리 생활의 다양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기존의 교통체계와 스마트 IT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은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어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는, SF영화 ‘백 투더 퓨처’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 현실이 되는 날도 머지않은 듯싶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곤 있지만 정말로 날아다니거나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을 타는 것은 아직 실감이 안 나는 것도 사실이다. IT기술이 접목된 교통수단들이 미래에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생활 속에서 작동할지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미래 모빌리티 사회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자리인 ‘2021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가 지난 10월 서울시 문화비축기지에서 개최됐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지난 11일 행사에 참석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마트 모빌리티’의 이용이 일상이 된 미래 서울시민의 생활모습은 어떨지 상상력을 동원해 재구성해 봤다. 

지난 11일 방문한  ‘2021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 현장 모습./ 마포=박설민 기자

◇ 지각걱정? NO! 항공택시를 타고 직장으로!

2041년 6월의 어느날 오전 6시 30분, 물류회사에서 택배 기사로 일하는 직장인 A씨는 출근하기 위해 잠에서 깼다. 어젯밤 늦게까지 이어진 회식으로 인해 A씨는 평소 출근시간보다 약 1시간정도 늦잠을 자버렸다. 회사까지 8시까지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신입사원이었던 20년 전이었다면 꼼짝없는 지각이었겠지만 A씨는 느긋하게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오전 7시 정각, 세면과 아침식사 등 출근 준비를 마친 후 A씨는 스마트폰을 통해 항공택시를 예약한 후 항공택시를 탑승할 수 있는 ‘버티포트’까지 약 20분 정도의 거리를 자가용 전기자동차에 탑승해 이동했다. 버티포트란 항공택시 등의 UAM(도심항공교통수단)의 충전 및 지원이 가능한 이착륙시설이다. 지금은 20년 전의 버스정류장만큼 흔하게 볼 수 있다.

한화시스템의 UAM 항공택시를 예약하는 모습. 현재 버스 예약 앱(App)로 버스를 예약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목적지를 선택해 UAM을 예약할 수 있다./ 마포=박설민 기자

오전 7시 20분, A씨는 버티포트에 도착한 후 타고 온 자가용 전기자동차는 AI비서에게 시켜 자율주차를 하도록 했다. 약 10분 정도 커피를 마신 후 기다리자 항공택시가 하늘에서 내려와 착륙했다. 약한 진동음이 들리긴 했지만 소음은 작은 편이라 아직 새벽잠을 자고 있을 버티포트 주민들은 별다른 불편을 느끼진 않았다.

해가 뜨기 시작해 어스름한 푸른빛이 도는 하늘 위로 항공택시가 날아올랐다. 조금 흔들리는 느낌이 드는 듯 했지만, 빠른 속도로 한강 마포대교 위를 비행했다. 택시 아래로는 수많은 자동차들의 행렬이 보였다. 자세히 내려다보니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자동차 안에서 AI에게 운전을 맡긴 채 아침식사를 하거나 잠을 청하고 있었다.

멀리 도착 지점의 버티포트가 보이자 항공택시는 약간 덜컹거리더니 착륙준비를 시작했다. 일반 자동차를 탔으면 한 시간이 넘는 거리였지만 항공택시를 타고 회사로 날아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5분에 불과했다. 무사히 착륙을 마친 후 A씨는 항공택시에서 내려 1분 거리의 회사로 천천히 걸어서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화시스템에서 항공택시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구현한 모습./ 마포=박설민 기자

◇ 물류 운반 로봇이 무거운 짐도 ‘척척’… 직접 노동엔 ‘아이언맨 슈트’가 

회사에 도착해서 여유부릴 틈 없이 곧장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작업 현장으로 투입된 A씨를 맞이한 것은 수많은 물류 로봇들이었다. 20년 전 같으면 물류창고를 정리할 때 일일이 노동력을 사용해 옮기곤 했겠지만, 이젠 로봇들이 20~50kg가 넘는 짐들을 모두 정리해준다. 

물론 모든 작업을 로봇들이 한다면 A씨가 출근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깨지기 쉽거나 물류 로봇들이 분류하기 힘든 작업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값비싼 도자기, 컴퓨터 등 수많은 배송 물품들이 A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류창고에서 로봇들이 물건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모습. 미래 물류센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마포=박설민 기자

하지만 허리나 다리에 무리가 갈 일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다. 이는 A씨가 착용한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 덕분이다. 조끼형 외골격 웨어러블 로봇인 VEX는 팔에 장착돼 무거운 물건을 로봇의 힘으로 들어주는 장치다. 다리엔 의자형 착용로봇인 CEX가 장착됐다. 1.6kg의 무게로 가벼운 편인 CEX는 150kg 무게도 지탱할 수 있어 노동의 부담감을 크게 줄였다. 20년 넘은 고전영화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아이언맨 슈트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A씨는 20년 전 물류 및 택배 기사들의 업무량보다 2배 넘는 물류를 정리·배송하고 있지만 노동의 강도는 크게 줄어 대부분의 직원이 이젠 6시 ‘칼퇴근’을 해도 별 문제가 없는 것은 이 로봇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인력이 소요되는 미래 노동현장에서는 웨어러블 로봇의 도입으로 한층 더 많은 작업이 안전하고 쉽게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은 현대 로보틱스랩에서 개발한 조끼형 외골격 웨어러블 로봇인 VEX(사진 좌측)와 의자형 착용로봇인 CEX(사진 우측)이다./ 마포=박설민 기자

VEX와 CEX, 물류 운송 로봇들의 도움을 받아 A씨는 운송 차량에 수많은 물건들을 싣고 각지에 배송을 시작했다. 평소엔 직접 운전하는 것이 익숙해 배송지까지 수동 운전을 했지만, 오늘은 처리해야할 서류 작업이 있어 AI에 자율주행을 맡기고 운전석에 앉아 서류 작업을 진행했다. 

약 30분 정도 자율주행차로 이동 후 도착한 배송지는 장거리 운행 UAM 전용 버티포트였다. 아침에 타고 온 항공택시 버티포트보다 훨씬 컸는데, 공항 부지와 유사한 모습이었다. 이곳에 대기하고 있는 화물 전용 UAM의 목적지는 지방 지역과 섬, 산골 등 도서지역이다. 예전 같으면 최소 6시간을 운전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A씨는 버티포트 내에 배치된 물류 로봇들의 도움을 받아 약 10분정도 모든 물류를 UAM에 실은 후, 배송 목적지를 입력했다. 그러자 거대한 화물 UAM이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올랐고 배송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다. 이제 남은 일은 목적지의 버티포트의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물품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로써 A씨의 하루 업무는 끝이 났다.

공항을 연상시키게 하는 거대한 드론 착륙 버티포트의 모습(사진 위쪽)과 스마트 기기를 통해 UAM의 착륙을 지시하는 모습(사진 아래)./ 마포=박설민 기자

◇ 긴급 환자는 C-ITS 구급차로 빠르게 이송… 퇴근은 자율주행버스를 타고

배송을 마치고 오후 5시 반 회사로 복귀하자 큰 일이 터져 있었다. 동료 B씨가 작업 중 떨어진 수하물에 팔을 크게 다친 것이다. 급히 119에 연락하자 2분도 되지 않아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 구급대원들은 C-ITS기술이 적용된 자율주행 구급차를 타고 현장에 출동했다.

C-ITS는 자율주행 중 운전자에게 주변 교통상황과 급정거, 낙하물 등의 사고 위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도로는 퇴근 차량들로 북적일 시간이었지만 구급대원들은 신속하게 사고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B씨는 골든타임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의 응급처치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고, 병원으로 이송돼 무사히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KT에서 개발한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의 모습. 자율주행 중 운전자에게 주변 교통상황과 급정거, 낙하물 등의 사고 위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긴급구조 현장 등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포=박설민 기자

철렁했던 가슴을 쓸어내리고 A씨는 퇴근길에 올랐다. 출근 때처럼 항공택시를 타고 퇴근할까 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율주행버스를 타고 퇴근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무리 택시와 비슷한 가격이라도 지각 때 아니면 1만원정도의 요금을 두 번이나 사용하는 건 좀 부담이 되기도 했고, 퇴근 시간엔 예약이 밀려 항공택시를 타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5분 정도 기다리자 자율주행버스가 정차했다. 안전요원이 버스마다 배치되긴 했지만 20년 전처럼 버스기사분들이 직접 운행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많은 업무를 마치고 버스에 누운 A씨의 몸에 노곤함이 밀려왔다. 

롯데정보통신에서 개발한 자율주행버스의 모습. 미래의 유용한 대중교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포=박설민 기자

한 30분쯤 졸았을까, 아침에 항공택시를 타기 위해 방문했던 버티포트에 버스가 도착했다. A씨가 스마트폰으로 아침에 맡겨놓은 자율주행 전기차를 부르자 잠시 후 A씨가 기다리는 탑승 구역으로 자가용 전기차가 다가왔다. 

전기차에 탑승한 A씨는 저녁이 됐음에도 더워진 날씨를 느꼈다. 이에 차 안에 장착된 스마트홈 시스템으로 냉방을 시스템을 먼저 작동 시켰다. 이제 집에 도착하면 시원해진 집이 A씨를 맞이할 것이다.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미래형 전기자동차 제네시스 에센시아의 모습. V2X통신 및 스마트 홈케어 기등 등이 장착됐다./ 마포=박설민 기자

또한 퇴근시간 번잡한 도로를 피하기 위해 V2X통신(다른 차량 및 도로 등 인프라가 구축된 사물과 교통정보와 같은 정보를 교환하는 통신기술) 기반의 도로안내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연산을 마친 AI는 A씨에게 목적지까지 15분 정도 걸리는 최적의 경로를 안내했고, A씨는 집을 향해 운전을 시작했다. 이렇게 2041년 서울 시민 중 하나인 A씨의 고단한 하루가 저물었다.

이상은 <시사위크>에서 2021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를 직접 방문해 눈으로 보고 느꼈던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을 기반으로 상상해 본 서울 시민의 하루다. 아직까지 이 영화 같은 삶이 언제쯤 일상이 될지는 가늠이 안 되지만 본지 기자가 예상했던 ‘2041년’이 아닌 좀더 이른 시점에 스마트 모빌리티 사회가 다가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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