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막대한 인명피해를 일으키는 대형사고를 우리는 '재난'이라고 부른다. 때문에 정보통신기술(ICT)의 활용을 통해 재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대한 연구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시시각각 발생하는 수많은 사고 중 자연적 원인 혹은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하는 큰 사고인 ‘재난(Disaster)’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인명피해를 일으킨다. 

때문에 모든 국가는 이 재난을 최대한 빨리 예측하고 대비책을 강구하거나, 재난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이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이른 현재, 정보통신기술(ICT)의 활용을 통해 재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재난, AI로 미래를 예측하고 막는다 

먼저 전문가들은 ICT기술을 활용,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으로 ‘예측’을 꼽고 있다.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재난현장의 상세한 특이사항 및 원인들을 빅데이터화 하고, 이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분석해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기 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지난 2019년 발간한 웹메거진 리포트에서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거나 도움이 필요한 분야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최신 ICT가 접목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들이 생명을 구하는 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ICT는 다양한 형태의 재난 예방과 구조 서비스로 탄생하고 있으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욱 정확하게 발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ICT기술을 접목해 재난과 재해를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을 전 세계 ICT기술 선도국들은 서둘러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경우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홍수 조기 경보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제방에 감지센서를 부착하고 물의 속도, 흐름 등을 측정한 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AI로 분석해 위험이 발생하기 전 대피 경보를 사전에 울릴 수 있는 것이다.

지진, 화산, 쓰나미 등 자연재해가 매우 잦은 일본의 경우엔 해수면에 뜰 수 있는 부유물을 설치하고 GPS를 장착하고, 이를 통해 바닷물의 높이와 방향을 분석해 쓰나미 발생시 신속한 대피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I와 IoT를 센서를 이용한 시설물 재난안전 관리 시스템 개념도./ 출처=한국기계연구원

특히 AI 등 ICT기술을 활용하면 과거 삼풍백화점 참사와 같은 건물 붕괴 재난에 상당히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센서들을 현재 착공 중인 건물이나 철거 건물, 혹은 사용 중인 빌딩 등에 설치하고 기울기, 풍향, 온도 등 건축물 붕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이터들을 수집해 AI가 분석한 후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 지난 9일 발생해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에서도 만약 AI센서를 활용한 안전시스템이 장착돼 있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한국기계연구원에서 AI·사물인터넷 센서를 이용한 시설물 재잔안전 관리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한형석 기계연 인공지능기계연구실 책임연구원은 “기계연이 보유하고 있는 AI 기술과 대형 SOC의 안전 관리 기술이 결합되면 시설물의 위험을 사전에 판단하고 대비해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T부문 전문가들은 지난 9일 발생해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에서도 AI센서를 활용한 안전시스템이 장착돼 있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ICT, 재난 현장의 ‘골든타임’을 확보한다

하지만 AI가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완전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설 ‘쥬라기공원’에 등장하는 수학자 말콤박사의 주장처럼 인간이 자연의 수많은 변수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태풍, 지진 등 자연 재해는 설령 예측한다 하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부수적 피해를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다. 때문에 우리는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역시 가정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데, 이 경우에도 ICT기술이 활약할 부문이 많다.

특히 현재 5G통신을 기반으로 품질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무선이동통신망은 재난 상황에서 아주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난 상황에서는 즉각적인 정보 전달을 통해 최대한 빨리 피해를 줄이는 ‘골든타임’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초고속 이동통신망이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재난 발생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대피 및 구조활동이다. 이를 위해선 빠르고 튼튼한 이동통신망도 필수적이다. 사진은 KT가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최초로 개통한 국가재난안전통신 전국망을 점검하는 KT직원들의 모습./ 사진=KT

재난 대응 전문가들 역시 ICT기술 중 재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통신’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4년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개제된 ‘ICT 융합 기반 국가 재난안전관리 정책 추진 동향’ 보고서의 저자 이순화 소방방재청 주무관은 “재난현장의 각종 정보를 상휘 상황지휘자에게 신속히 제공할 수 있는 통신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골든타임 확보에 가장 중요한 ICT의 역할”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재난 상황 발생으로 인한 빠른 현장 출동 및 환자 후송 등에도 AI 기반 교통 흐름 및 교통수단 분담 예측 등의 ICT기술이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현재 이동통신사 KT에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차세대 교통 시스템(C-ITS, Cooperative-Intelligent Transport System)’은 재난 현장에서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C-ITS는 자율주행 중 운전자에게 주변 교통상황과 급정거, 낙하물 등의 사고 위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구급차 및 소방차 등에 C-ITS를 장착하면 교통상황을 AI가 분석해 교통량이 적은 최적의 경로를 안내한다. 뿐만 아니라 ‘긴급차량 우선신호 서비스’를 통해 구급차에서 신호등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해 위중한 환자를 병원으로 신속히 후송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KT에서 개발한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의 모습. 자율주행 중 운전자에게 주변 교통상황과 급정거, 낙하물 등의 사고 위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긴급구조 현장 등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포=박설민 기자
KT에서 개발한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의 모습. 자율주행 중 운전자에게 주변 교통상황과 급정거, 낙하물 등의 사고 위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긴급구조 현장 등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시사위크DB

◇ ICT가 재난 현장에서 활약하려면… 전문가들 “제도 개선 및 체계적 계획 필요”

다만 ICT기술을 이용한 재난 대응을 위해  지금 당장 무작정 AI센서 등을 도입하긴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도시 계획 단계부터 사물인터넷 기능과 지능형 센서를 활용한 데이터 수집 계획을 마련하는 등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진들은 2019년 발표한 ‘데이터 중심의 스마트시티 재난 예방 및 조기 감지 기술 동향 보고서’에서 “도시에서 수집되는 다양한 데이터 양식 및 전달 프로토콜에 대한 표준화는 재난 대응이 가능한 스마트 시티를 구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제도에서 관련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며 “지금까지의 기술개발 및 도입 현황을 고려할 때 산업에서 자체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축물 공간정보, 소방시설 정보 등 재난 예방·대응을 위해 일반에 공개가 필요한 많은 정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서는 관련 체계가 미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데이터 중심의 재난관리를 수행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병행해  일반인에게 제공될 정보의 범위와 체계를 법제도 개선을 통해 마련하고, 일반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제공 플랫폼을 통해 유용한 재난 안전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들은 또한 ‘장비의 상호운용성 확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고속 인터넷 및 무선통신 인프라 등과 달리 재난관리 기술은 상대적으로 오래전에 기술 기준 제정 및 인프라 구축이 이뤄져 저가형 통신기술이 널리 이용되고 있는데, 인프라를 구성하는 장비 간 상호운용성도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박용수 행정안전부 안전기획과장도 산업 연구원(KIET)에서 개제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예방중심의 재난안전관리’ 리포트에서 “ICT 기술이 재난관리 현장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환경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재난안전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과 재난안전 분야에 대한 R&D 투자 확대가 중요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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