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서형이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감독 이미영, 이하 ‘여고괴담6’)로 관객 앞에 섰다. /kth, CJ CGV
배우 김서형이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감독 이미영, 이하 ‘여고괴담6’)로 관객 앞에 섰다. /kth, CJ CGV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김서형이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감독 이미영, 이하 ‘여고괴담6’)로 관객 앞에 섰다. 드라마 ‘마인’에서 독보적인 ‘걸크러시’ 매력을 발산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그는 스크린에서는 또 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그의 ‘열 일’엔 이유가 있다. 

김서형은 2019년 종영한 JTBC ‘SKY 캐슬’에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캐릭터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이후 첫 단독 주연작인 SBS ‘아무도 모른다’(2020)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며 연기력과 흥행력을 모두 입증했다. 

현재 방영 중인 tvN ‘마인’ 역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극 중 효원가의 첫째 며느리 정서현 역을 맡은 그는 섬세한 연기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쉽지 않은 캐릭터 설정에도 인물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담아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스크린 활약도 돋보인다. 지난 17일 개봉한 ‘여고괴담6’으로 ‘여고괴담4-목소리’(2005) 이후 다시 한 번 시리즈에 컴백한 그는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모교의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로 분해 깊이 있는 연기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기억의 실체와 마주하는 인물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 다면적인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완성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김서형. /kth, CJ CGV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김서형. /kth, CJ CGV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열 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김서형은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여고괴담’ 시리즈를 향한 남다른 애정은 물론, ‘센캐 전문 배우’라는 이미지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평소 공포영화를 보지 못한다고. 그럼에도 ‘여고괴담’ 시리즈에 두 번이나 함께한 이유가 있다면. 
“이번에도 결과물을 보고 똑같이 무서웠다. 소리도 질렀다. 꼭 두 번 출연하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고(故) 이춘연 대표(제작자)가 먼저 제의를 줬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내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은희의 서사를 내가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이상하게도 있었다. 이춘연 대표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3편 때와 느낌이 다르더라. 12년 만에 여섯 번째 이야기가 나오게 됐는데, 10편까지 건강하게 했으면 하는 응원도 있었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다.” 

-‘SKY 캐슬’ 이후 바로 참여한 작품이었는데, 앞서 간담회에서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알고자 선택했다고 했다. 그 트라우마는 무엇이었고, 해답을 찾았나. 
“김주영 선생 역할을 하면서 태도나 연기 패턴이 날 억누르고 있었다. 폭발적으로 표현하는 신도 있었지만, 더 폭발력 있게 감정으로 밀고 가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바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여고괴담6’ 시나리오가 제일 먼저 들어오게 돼서 읽자마자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 12년 만에 들어가는 이 작품이 롱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해답을 찾았다기보다 연기로 많이 해소한 것 같다. 만족은 없지만, 해냈던 결과물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더 나를 극한까지 몰아넣고 싶었다.”

-공포에 질린 피해자의 모습과 가해자의 모습, 두 가지 양가적인 모습을 담아냈어야 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어떤 고민을 했나.
“가해자라는 표현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그 표현을 사용했음에도 스스로 맞나 여러 생각이 든다. 은희를 가해자라고 표현하면 너무 슬프다. 삭제된 신이 있다. 그 장면이 있었다면 가해자라는 표현이 나왔을까 생각이 든다. 피해자가 왜 가해자가 돼야 할까. 양가적인 모습이었지만, 피해자와 가해자의 모습으로 집중해서 연기하지 않았다. 그저 은희에게 피해를 준 사람은 여전히 학교에 머물러있는 교장이라고 생각했다. 그걸 중심에 두다 보니 어려움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 

‘여고괴담6’에서 은희 역을 맡아 열연한 김서형 스틸컷. /kth, CJ CGV
‘여고괴담6’에서 은희 역을 맡아 열연한 김서형 스틸컷. /kth, CJ CGV

-은희의 비주얼 구축 과정도 궁금하다.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등은 어떻게 잡아나갔나. 
“옷을 많이 갈아입지 않으려고 했다. 한두 벌 정도만 생각했는데,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이나 흐름 때문인지 색감 있게 한두 번 바꿨다. 나는 집안에서조차 학교에서 입은 옷을 그대로 입자고 했는데, 너무 딥하다고 해서 (감독의) 의견을 따랐다. 튀는 색감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또 교복을 상징하는 의상으로 흰색 블라우스와 남색 치마를 입기도 했다.”

-이미영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시나리오를 읽고 미팅했을 때 나의 해석과 감독이 생각한 게 거의 맞아떨어져서 대화가 수월했다. 그 수월함 덕에 촬영 내내 믿고 의지하고 직진할 수 있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하루도 넘어가지 않고 촬영을 마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감독님이 직접 각본을 쓰셨고 아마 나보다 ‘여고괴담’ 시리즈에 대해 잘 알고 계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현수, 최리, 김형서 등 후배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연차가 많이 차이나니까 선입견은 있었을 거다. 나는 그냥 동료로서 대하고 봤다. 연기를 하는 똑같은 목적 앞에서 선후배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혹여 나를 어려워할까봐 먼저 말도 걸었다. 아이들이 다 각자 몫을 해줬다. 잘 버텨줬다. 기특했다. 어떻게 잘해주지 않을 수 있겠나. 사실 잘해준 것도 없다. 그냥 힘들어하면 같이 힘들어해줬다. 우리가 다 도와줘야 하는 당연한 입장에 섰을 땐 당연히 그렇게 했다.” 

김서형이 센 캐릭터 전문 배우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kth, CJ CGV
김서형이 센 캐릭터 전문 배우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kth, CJ CGV

-세고 강렬한 캐릭터를 많이 보여줬는데, 실제 존재하는 듯한 인물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면서 매번 그런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정말 큰 칭찬이라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허구의 인물을 사람으로 대하려고 노력하고 애쓴다. 그러다 보니 잘 봐주시는 것 같다. 힘들 때도 있다. 나도 없는 사람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에 그 인물의 성장기부터 모습이 담기지 않는다. 어떤 성장기를 보냈고 이 사람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 내 성격과 성향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 캐릭터가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현장에 온다. 작품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그 안에서 ‘센캐’라는 외길을 가기 위해 최대한 다채롭고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관심과 애정에 더욱 부응할 수 있도록 60살, 70살까지 잘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

-지금까지 구축 과정이 가장 어려웠던 캐릭터가 있다면.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항상 고민이 된다. 깨지고 부딪혀야 되더라. 그렇다고 그게 답은 아니었는데, 답인 것처럼 보여야 하는 배우로선 고달팠다. 외롭다고 말하기도 그런 게 모든 배우가 똑같이 그럴 거다. 징징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 중 김주영 선생(‘SKY 캐슬’)이 가장 힘들었다. 매일매일 울었다. 극 중 가장 현실적이지 않은 캐릭터라서 그럴 수도 있고, 전체를 다 파악해야 하는 캐릭터라서 힘들었던 걸 수도 있다. 김주영을 연기하며 답답한 게 있었고, ‘여고괴담6’을 통해 더 내려놓고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여고괴담6’은 더 수월했던 것 같다.”  

-드라마 ‘마인’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할리우드 톱배우 케이트 블란쳇과 견주며 ‘서형앓이’를 앓고 있는 해외 팬들이 생길 정도인데.
“넷플릭스 동시 방영이 정말 무섭다는 걸 느꼈다. 남성 동성애를 다룬 작품은 있었는데, 여성의 동성애에 대해 다룬 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나도 케이트 블란쳇의 팬이다. ‘캐롤’을 보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느꼈고, 배우로서 욕심이 났었는데 ‘마인’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했다. 멜로 때문에 ‘마인’을 선택한 것도 있다. 이걸 잘하면 제대로 된 멜로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약간의 지점도 있었다. 한국의 케이트 블란쳇이 되도록 열심히 더 노력하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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