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기주가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겨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티빙, CJ ENM
배우 진기주가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겨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티빙,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배우 진기주가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겨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영화 ‘미드나이트’(감독 권오승)를 통해서다. 탄탄한 연기력과 안정적인 캐릭터 소화력을 바탕으로, 극의 중심을 이끌며 주연배우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스크린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을 듯하다.      

진기주는 2015년 tvN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로 데뷔한 뒤, 드라마 ‘퐁당퐁당 LOVE’(2015),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 ‘수요일 오후 3시 30분’(2017), ‘미스티’(2018), ‘이리와 안아줘’(2018), ‘오! 삼광빌라!’(2020~21) 등과 영화 ‘리틀포레스트’(2018)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대기업 직원부터 방송 기자, 슈퍼모델까지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며 데뷔 전부터 도전적인 행보를 이어온 그는 꿈에 그리던 배우가 된 후에도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다. 미니시리즈부터 주말드라마, 현대극과 사극, 로맨스부터 스릴러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미드나이트’에서 청각장애인 경미를 연기한 진기주 스틸컷. /티빙, CJ ENM
‘미드나이트’에서 청각장애인 경미를 연기한 진기주 스틸컷. /티빙, CJ ENM

그리고 첫 스크린 주연작 ‘미드나이트’로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서 이목을 끈다. ‘미드나이트’는 한밤중 살인을 목격한 청각장애인 경미(진기주 분)가 두 얼굴을 가진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 분)의 새로운 타깃이 되면서 사투를 벌이는 추격 스릴러로, 오늘(30일) OTT 플랫폼 티빙과 극장을 통해 동시 공개됐다. 

진기주는 살인사건 목격자 경미로 분해 묵직하게 극을 이끈다. 경미는 자신을 쫓는 살인마의 발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것은 물론, 또 다른 피해자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살인마와 맞서 싸우는 주체적인 인물. 진기주는 수어 연기는 물론, 과격한 액션까지 완벽 소화해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한층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극 후반부 힘겹게 소리를 내며 진심을 내뱉던 경미, 진기주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진기주는 개봉을 앞두고 <시사위크>와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앞으로 만날 작품의 초석이 될 작품으로 남았다”며 ‘미드나이트’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영화 ‘미드나이트’(감독 권오승)로 첫 스크린 주연에 도전한 진기주. /티빙, CJ ENM
‘미드나이트’로 첫 스크린 주연에 도전한 진기주. /티빙, CJ ENM

-‘리틀포레스트’ 이후 3년 만이자, 스크린 첫 주연작이었는데 개봉을 앞둔 기분이 어떤가. 완성된 작품에 대한 만족도도 궁금하다.  
“사실 촬영할 땐 3년 만의 영화라는 점과 스크린 첫 주연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냥 하나의 작품을 하는구나 생각만 했었는데, 홍보 다니면서 이제야 알게 됐다. 그런 객관적인 사실들을 알고 나니 그때부터 떨리더라. 애정을 가졌던 작품이고 첫 주연작이라 많이 떨린다. 영화를 두 번 봤다. 기술시사회와 언론배급시사회 때 봤는데, 처음 볼 때는 영화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우리 영화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 두 번째 봤을 때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더라. 그래서 그때 여운이 길었다. 감동을 많이 받았다. 영화 후반 경미의 대사들이 우리 영화를 관통하는 말이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되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배우가 해석한 경미는 어떤 인물이었고, 감독이 가장 강조한 건 무엇이었나.
“경미는 지금 무섭고 겁이 나지만, 겁과 공포에만 휩쓸려있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다음을 계속 이어가는 인물. 나 역시 공포를 표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 경미가 놓인 상황에 집중하고자 했고, 자연스럽게 경미의 행동에 따라 감정을 느끼면서 표현하고자 했다. 감독님은 경미가 약해 보이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셨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감정이 과도하게 올라가서 눈물 범벅이 된 장면들은 편집이 됐더라. 그런 지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 

-평소 잘 알지 못했던 청각장애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경미를 표현하며 깨달은 점이 있다면. 
“우리 영화를 보고 나서 여운이 많이 남았다고 얘기한 이유 중 하나다. 경미를 연기하면서 정말 갑갑했다. 나는 분명히 열심히 표현하고 소통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준비되지 않은 마음 때문에 감정적으로도 힘들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힘들어했다. 그런 불편함이 영화에 잘 담겼고 잘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보는 분들도 갑갑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마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수어로 말을 걸어오는 청각장애인을 만나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잖나. 평생 살면서 한 번도 없을 수 있다. 이 작품이 나에게 수어로, 서툴지만 노력하는 음성으로 말을 걸어오는 첫 번째 경험이자 체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 고민의 과정을 겪었나.
“(대사 없이 표현한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갑갑한 일인지 대본 리딩을 하고 나서 알게 됐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열심히 경미를 표현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온 것 같았고 다른 배우들과 연기를 했는데 연기를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열심히 말을 했는데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은 것 같았다. 말로 나의 감정을 표출했었는데 그렇지 못함에 대한 갑갑함이었던 것 같다. 촬영 전 나름대로 기준을 세워놓은 건 영화가 스릴러라고 해서 경미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서 덧대지 말자는 거였다. 수어 학원에 다니면서 선생님들이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고 느낀 느낌 그대로 갖고 오고 싶었다. 소리는 제외됐지만 모든 감각이 다 살아있으니까, 느끼는 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미드나이트’로 돌아온 진기주. /티빙, CJ ENM
‘미드나이트’로 돌아온 진기주. /티빙, CJ ENM

-들리는데 안 들리는 연기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소리에 반응하진 않았나.
“촬영 들어가기 직전까지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만약 내 옆에서 누가 대사를 했을 때 시선이 돌아가거나 얼굴 근육이 반응해버리면 어떡하나 생각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됐다. 그래서 계속 의도적으로 청각을 누르려고 노력했다. 소리에 둔해지려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일상생활을 할 때도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트레이닝도 열심히 했다. 귀로는 들리지만 뇌까지 가는 걸 차단하려고 했다. 다행히 촬영장에서는 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반응한 순간은 없었다. 이미지 트레이닝 덕이었던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트레이닝을 했나.
“자기 전에 이어플러그를 꼽고 자면 잠들 때까지는 인식하고 있는데, 꽂은 채 잠이 들었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평소 내가 일어났던 아침과 다른 감각이 느껴진다. 그렇게 처음 접근했다. 소리를 계속해서 무시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내 귀에 들리는 소리를 무시하고 반응하지 않으려고 했다.” 

-힘들게 소리를 내는 경미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주의한 점이 있다면.
“수어 연기보다 구어를 표현하는 게 훨씬 더 조심스러웠고 고민도 많이 됐다. 그 어떤 나의 추측도 넣지 말자고 생각했다. 상상에 의존하지 말자.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는데 철저히 배제하고, 직접 보고 들은 걸 바탕으로 연구하고자 했다. 발음 연습부터 입 모양이나 목의 울림, 호흡의 강약, 혀의 위치 등으로만 발음을 익힐 수 있으니 그런 부분을 많이 연구했다.”

진기주가 과격한 액션신을 소화한 소감을 전했다. /티빙, CJ ENM
진기주가 과격한 액션신을 소화한 소감을 전했다. /티빙, CJ ENM

-뛰는 장면이 굉장히 많았는데, 힘들진 않았나. 체력 안배는 어떻게 했나.
“진짜 많이 뛰었다. 뛴 만큼 영화에 다 나온 것 같아 내심 다행이다 싶었다.(웃음) 달리기 연습을 따로 하진 않았는데, 테스트 촬영할 때 감독님이랑 촬영 감독님이 잘 뛴다고 속도가 빠르다고 해주셔서 이 느낌 그대로 촬영장에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몸을 잘 쓰는 스타일이 아닌데, 경미의 감정이 되니까 내 다리가 따라서 움직이더라. 나의 능력치를 능가하는 달리기가 나왔다. 하하. 체력 안배는 할 수 없었다. 거의 모든 장면이 체력을 많이 쓰는 촬영이었다. 그 기간 동안 잠시 죽었다 살아난 기분이다. 그 외에 조금이라도 근육을 더 만들려고 헬스장을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다녔다.”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같다.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바탕인 것 같은데, 실제 어떤 편인가.  
“내가 가진 이미지 중 하나인 것 같은데, 반전일 수 있지만 나는 도전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미드나이트’를 두고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많이 망설였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망설이지 않고 처음부터 했을 거다.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애정은 있는 것 같다. 이왕 사는 거 열심히, 잘,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 것을 찾았고, 좋아하는 것을 좇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미드나이트’를 하게 된 것도 경미가 좋아서였다. 경미가 좋아 경미를 따라가니 추격 스릴러까지 도전하게 됐다.”

-‘미드나이트’ 역시 큰 도전을 요하는 작품이었는데, 배우 진기주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의미로 남을까. 
“든든한 고향 같은 느낌이다. 나의 초석을 다져놓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다음으로 도약할 수 있는. 더 힘을 낼 수 있고, 더 열심히 연기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준 작품이다. 현장도 정이 넘쳤고, 열정으로 똘똘 뭉쳐 촬영했던 기억으로 가득 차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든 내게 에너지를 주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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