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이 베일을 벗었다. /쇼박스
영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이 베일을 벗었다.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태국 북동부 이산 지역 낯선 시골 마을. 집 안부터 숲과 산, 나무, 논밭까지 이곳의 사람들은 모든 것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 ‘바야 신’을 모시는 랑종(무당) 님(싸와니 우툼마 분)은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 분)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날이 갈수록 이상 증세가 점점 심각해지는 밍. 무당을 취재하기 위해 님과 동행했던 촬영팀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밍과 님, 그리고 가족에게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영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공포물이다. 영화 ‘곡성’(2016) 나홍진 감독이 기획과 제작은 물론 시나리오 원안을 집필했고, 데뷔작 ‘셔터’(2005)로 태국 호러 영화의 새 지평을 연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한국과 태국의 합작 영화다. 

두 천재 감독의 만남으로 제작 단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랑종’은 나홍진 감독의 강렬한 스토리에 태국 이산의 이국적 정취, 생생한 공기까지 담아낸 반종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력이 더해져 완성도 높은 미스터리 공포물이 탄생했다. 

완성도 높은 공포물 ‘랑종’. /쇼박스
완성도 높은 공포물 ‘랑종’. /쇼박스

영화는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태국의 샤머니즘을 흥미롭게 풀어내 관객을 끌어당긴다. 특히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 극강의 공포와 함께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현장감을 고스란히 담아낸 연출로 님과 밍을 둘러싼 기이한 사건과 섬뜩한 이야기가 마치 ‘진짜’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대부분 공포 영화들이 오프닝부터 강렬하고 섬뜩한 장면들을 배치해 관객의 시선을 끄는 것과 달리, 극 초중반까지 오롯이 이야기의 힘으로 끌고 나가는 것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영화 중반부터 몰아치는 기괴한 사건들이 더욱 섬뜩하게 느껴진다. 다만 높은 수위와 과감한 장면 연출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밍의 이상 증세를 관찰한 CCTV 장면은 누군가에게는 강렬한 스릴감을, 누군가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무당 님을 연기한 싸와니 우툼마(위)와 밍 역의 나릴랴 군몽콘켓 스틸컷. /쇼박스
무당 님을 연기한 싸와니 우툼마(위)와 밍 역의 나릴랴 군몽콘켓 스틸컷. /쇼박스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탄탄한 연기력을 지녔지만, 태국 내에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낯선 배우들을 캐스팅해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에 맞는 신선함과 리얼함을 배가시킨다. 먼저 연극무대에서 내공을 쌓아온 싸와니 우툼마는 무당 님 역을 맡아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나릴랴 군몽콘켓은 님의 조카 밍으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평범하고 건강한 모습부터 이상 증세를 겪으며 극단적으로 변화하는 인물의 상반된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 몰입도를 높인다. 그의 섬뜩한 미소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전에 연출했던 호러 영화들과 차별화된 작품이며,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한 영화”라면서 “나홍진 감독과의 협업이 영화를 더욱 새롭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러닝타임 131분, 오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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