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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태양광, 그 후
[무너진 태양광, 그 후④] 올바른 태양광 사업 위한 해법은
2021. 07. 15 by 권정두·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친환경 에너지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태양광 발전은 대체로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각종 잡음 및 부작용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태양광 발전 시설 관련 산사태다. 워낙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측면도 있지만, 태양광 발전의 무분별한 난립과 관리부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기도 했다. 심지어 1년의 시간이 지나 다시 장마철이 찾아왔음에도 재발방지를 위한 확실한 조치는커녕 보수조차 되지 않은 채 방치된 곳이 적지 않다. 이에 <시사위크>는 지난해 산사태 피해를 입은 충남 금산, 전북 남원·장수 지역을 돌아보며 태양광 발전 현장의 각종 난맥상과 개선책을 진단해봤다. [편집자 주]

태양광 발전 시설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문제점도 늘어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발생하는 산사태다. 친환경 에너지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이때, 어떻게 하면 안전한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까./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권정두·박설민 기자  지난 2017년 12월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한 이후 국내엔 우후죽순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정부 지원금과 비교적 소규모의 투자금, 발전과정에서 위험 부담이 거의 없는 태양광 발전 사업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4년이 흐른 현재, <시사위크> 취재팀이 살펴본 태양광 발전의 현 상황은 참담했다. 산을 깎아 설치한 태양광 발전 시설은 산사태를 발생시켰고, 보상 및 책임 문제로 복구 공사는 1년이 지나도록 지연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의견조차 제대로 묻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탄소중립’ ‘기후위기’ 등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이 시점에서, 태양광 발전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선택이다. 그렇다면 태양광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끌어낼 수 있도록 이런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국내 지역별 태양광 발전소 개소·발전용량 현황(2021. 05) /Source: Google Flourish>

◇ 비만 오면 ‘와르르’ 태양광… 전문가들, “배수로·옹벽 등 안전 조치 취해야”

먼저 토목·건축 분야 전문가들은 매해 장마 때마다 태양광 시설의 불안 요소로 작용하는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선 확실한 지질 조사와 안정적인 지반 공사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이영재 경북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시사위크>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현재 태양광 시설과 향후 건설될 시설 모두에 ‘승수로’의 설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승수로란 상류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논밭이나 주거 지역에 흘러들지 않도록 만든 배수로다. 현재 태양광 시설 대부분이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물이 고이게 되고, 이는 산사태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영재 경북대 교수는 “폭우가 내릴 경우, 이를 좌우로 분산시켜 안전하게 흘려 내보낼 수 있는 장치가 승수로”라며 “고속도로 주변의 경우 이것이 잘 돼 있으나 현재 걸설된 태양광 발전 설비의 대부분은 경사가 제일 높은 지점인 상부에 제대로 된 승수로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한 이영재 교수는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자체 및 건설 과정에서도 △전도(Over turn in: 앞으로 넘어지는 것) △슬라이딩(Sliding:쓸려 내려가는 것) △기초 안전 점검의 3가지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재 교수는 “고속도로 주변의 경우 승수로가 잘 돼 있으나 현재 걸설된 태양광 발전 설비의 대부분은 경사가 제일 높은 지점인 상부에 제대로 된 승수로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시사위크 취재팀이 현장을 방문한 결과, 지난해 산사태가 발생했던 태양광 시설 대부분은 물이 가득 고여있을 만큼 배수가 허술했다./ 사진=박설민 기자
이영재 교수는 “고속도로 주변의 경우 승수로가 잘 돼 있으나 현재 걸설된 태양광 발전 설비의 대부분은 경사가 제일 높은 지점인 상부에 제대로 된 승수로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시사위크 취재팀이 현장을 방문한 결과, 지난해 산사태가 발생했던 태양광 시설 대부분은 물이 가득 고여있을 만큼 배수가 허술했다./ 사진=박설민 기자

이영재 교수는 “지난 2018년 적은 양의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청도 태양광 시설 일부가 산사태로 인해 무너져 인근 왕복 2차로 도로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비가 내릴 때 시설이 밀려나지 않도록 공학적 계산 기반의 설계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업체들이 이를 누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사태 사고를 막기 위해선 지자체 및 정부에서 태양광 시설 건설 인허가 시 경사면(Slope) 구조 검토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현재 이것이 제대로 법제화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태양광 산사태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학교 토목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수십 년간 태양광 발전 시설의 난개발로 인한 산사태 사고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약 2m높이 정도의 철근 콘크리트 보호벽을 민가 뒤쪽에 만들어 태양광 발전 시설이 위치한 산 쪽에서 산사태로 인해 토석류가 쏟아지더라도 보호벽을 치고 옆으로 빠질 수 있도록 해 민가 매몰 사고를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헀다.

정부 역시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발생하는 산사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산림청 김용관 산림보호국장은 지난달 정책브리핑을 통해 “기존에 2ha(헥타르) 이상 산지개발 시에만 재해위험성검토의견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나, 올해부터는 대상면적을 660㎡ 이상으로 확대했다”며  “특히 태양광 시설을 산지에 설치할 경우는 면적에 관계없이 전수 재해위험성검토의견서를 제출하도록 그렇게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부실 공사를 부르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선 주민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선&nbsp;지자체 등 정부가 관여하여 지역 재생에너지계획을 수립하고, 다양한 주민참여 방안 제공, 농촌태양광 보급 확대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설민 기자
전문가들은 태양광 부실공사를 부르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선 주민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선 지자체 등 정부가 관여하여 지역 재생에너지계획을 수립하고, 다양한 주민참여 방안 제공, 농촌태양광 보급 확대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설민 기자

◇ 부실공사 부르는 난개발, 제도적 개선 필요

아울러 부실공사를 부르는 난개발에 대해서도 태양광 발전의 지속적인 보급을 위해선 반드시 해결할 문제 중 하나로 판단된다. 정부 보조금과 단발성 수익을 노리고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불량 태양광 발전 시설’들은 산사태를 발생시키는 원인일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후 보상 및 복구 공사를 지연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하 KEI) 도 지난해 4월 발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미래 환경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발전방향 : 육상태양광발전 보급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난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 논란과 지역주민의 사업 배제에 따른 주민반대 등 최근 몇 년간 육상태양광발전 개발사업은 심각한 사회 갈등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KEI 연구원들은 “태양광발전사업을 사업대상지 환경 현황이나 주민참여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발전사업허가를 먼저 발급하는 등의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며 “지자체 등 정부가 관여하여 지역 재생에너지계획을 수립하고, 다양한 주민참여 방안 제공, 농촌태양광 보급 확대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EI는 안전한 태양광 발전 보급 확대를 위해선 △관련 에너지 정책 정비와 투명한 정보공개 △실질적인 주민주도형 태양광발전사업 모델 보급 △농촌태양광발전 보급을 위한 관련 제도 개선의 3가지 정책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EI 연구원은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태양광 시설 계획 초기부터 투명한 정보공개와 공유가 필요하다”며 “지자체가 주도하여 주민주도형 태양광발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태양광발전을 사유로 한 과도한 농지전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농민의 태양광발전사업 참여에 걸림돌이 되는 ‘설치비용 과다’ 등에 대한 지원방안을 제공해야 한다”며 “공공재 성격을 가지는 태양광발전 개발사업의 수익금을 발전사업자가 독식하는 현재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주민참여형 태양광발전사업 모델을 발전시켜 사업자와 주민이 모두 발전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