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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태양광, 그 후
[무너진 태양광, 그 후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 “시스템적 문제 해결 절실”
2021. 07. 20 by 권정두·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최근 산지 태양광 시설에서 발생하는 산사태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약 30년간 우리나라 산사태 현장을 방문해 연구하고 있는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학과 교수를 만나 현재 태양광 시설의 산사태 위험 상황과 대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이수곤 교수 제공

시사위크=권정두·박설민 기자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 시설이 ‘우후죽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정부가 태양광 발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다. 이제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산의 옆면을 빼곡이 채운 태양광 패널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토면적의 70%가 산지로 이뤄진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광 발전 시설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산사태에 대한 위협도 급증하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을 당시, 국내 태양광 시설 수십 곳에선 산사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한 민가 피해도 속출했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현재 국내 산지 태양광 시설들의 산사태 위험 상황과 원인, 향후 대책에 대해 약 30년간 우리나라 산사태 현장을 직접 방문해 연구중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학과 교수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태양광 발전 시설의 상태는 어떻다고 보는가. 또, 최근 태양광 발전 시설이 현재 산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점검해본 결과,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태양광 발전 시설을 건설할 때는 부지 조성을 위한 산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계곡 등 물이 흘러드는 물길을 건드리게 되는데 배수로 작업 등이 엉망이었다. 단순히 구조물(태양광 시설)이 잘못돼 산사태가 유발된 것이 아니다. 그 지형과 지질에 맞는 보강 공사가 제대로 안되어 있었다. 이게 비단 현재 산사태가 발생한 태양광 시설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국토에 설치된 거의 모든 산지 태양광 시설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문제는 산사태의 경우 지형, 지질, 토목 등 여러 분야가 복합돼 발생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산사태 점검을 나설 때 이를 복합적으로 볼 수 있는 전문가들이 점검을 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 즉, 토질 전문가들은 흙이 무너지는 것만 보고, 지질 전문가들은 지형만 살펴보고, 구조 전문가들은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의 구조만 보는 것이다. 근데 산사태는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게 되므로 확실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태양광 발전 시설의 대부분의 배수로 작업이 엉망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6일과 7일 <시사위크>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던 국내 태양광 시설을 직접 방문해본 결과 대부분 물이 고여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박설민 기자
▲ 전날 내린 비가 배수로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고여있는 모습./ 사진=박설민 기자

-취재진이 지난 6일과 7일, 지난해 산사태가 발생했던 태양광 발전 시설들을 방문한 결과 대부분 제대로 된 사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이것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가.

“사람이 어떤 개발을 위해 산지를 건드린 곳은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산사태의 위험이 발생한다. 산은 수만 년간 풍화, 침식 등의 작용을 거치며 만들어진 안정된 지형이다. 산에 만들어진 계곡과 능선은 다 이유가 있는 지형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태양광 발전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계곡과 능선 등 지형을 건드리게 되면 안정돼 있던 산의 지형은 불안정해지고, 산은 안정되기 위해 다시 산사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산사태가 나는 것은 매우 자연적인 현상이다. 산사태가 발생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산이 평지로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게 지형학의 기본원리다. 이는 태양광뿐만 아니라 현재 전국 산지 도처에서 진행되는 ‘모두베기’ 벌목과 어린나무 심기도 똑같다. 따라서 산사태가 발생한 그 부분을 복구하려는 것보다 우리가 신경써야할 부분은 산사태가 일어난 곳의 근처 지형이다. 산사태가 발생한 곳은 이미 안정화된 곳이기 때문에 다시 무너질 확률은 낮다. 따라서 아직 무너지지 않은 곳은 불안정한 곳이기에 산사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정부 관계기관이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이처럼 태양광 시설의 산사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태양광 발전 시설의 가장 큰 문제는 구조적 문제라고 본다. 정부가 현재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의 일환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 증설도 격려하는 중이다. 문제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늘리기 위해 제대로 된 산사태 후속 대책 등을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에게 인허가시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제는 현대건설 등 대기업이 참가하는 고속도로나 국도 공사처럼 ‘완벽하게 공사를 해라’라고 정부에서 주문을 했다면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이 아예 태양광 사업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영세업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비용과 기술, 노력이 아니니까 말이다. 때문에 산림청,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기관이 그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준거라 생각한다. 제대로 보강 사업을 안해도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야 국가 태양광 발전 사업 규모가 커질 테니 말이다. 그런 문제가 현재 산지 태양광 산사태 속에 숨어있다고 본다.” 

▲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학과 교수는 산사태가 발생한 곳의 복구보다 중요한 것은 주변 지역의 안전 관리라고 강조했다. 산사태가 발생한 지형은 이미 '안정화'가 스스로 일어난 것이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곳은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진=박설민 기자

-앞서 지적한 산림청과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계 부처의 문제는 무엇이었나.

“현재 산림청은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그런데 정책적으로 정부에서 밀어붙이니까 제대로 반대하질 못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전국 태양광 발전 시설 모두 똑같은 상황이라고 본다. 문제는 이제 와서 산림청, 산업부가 업자들에게 ‘보강공사해라’ ‘조치를 취해라’ ‘피해를 보상해라’라고 하니 반발이 거센 것이다. 인허가 당시 정부에서 통과를 시켜준 규격대로 공사를 했는데 지금 문제가 되니까 부담을 업자들이 떠맡게 생긴 것이다. 

또 지난해 산업부는 산지 태양광 산사태는 태양광 발전 시설 탓이 아니라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용역조사 같은걸 하고 나니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했다. 그런데 이제야 알면 뭐하겠는가. 이미 늦어버렸다. 인허가 뿐만 아니라 공사 초기 때부터 물길을 제대로 놓고 안전 조사를 제대로 해서 발전 시설을 건설했어야지, 이제 공사가 다 끝나고 난 지금 제대로 보강 공사를 하려면 비용도 훨씬 많이 들고 공사 과정 자체도 굉장히 힘들다. 사실상 영세업자인 태양광 사업자들이 이 비용과 노력, 시간을 감당하긴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다만 사실 누구의 탓도 하기 힘들다. 현재 산지 태양광 산사태의 경우 산림청과 산업부 공무원, 그리고 태양광 사업자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모두 너무 빠르게, 대책 없이 추진된 정책의 희생양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국내엔 대다수 태양광 시설이 산사태 위험에 노출됐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선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조금 늦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근본적으로 부실한 지형·지질 조사를 기반으로 공사가 진행됐고 배수로 설치, 보조공사 등도 소홀했다. 때문에 앞으로 근 수십 년간은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이는 이번에 산사태가 일어난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산지 태양광 시설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태양광 발전 시설 아래 민가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약 2m높이 정도의 철근 콘크리트 보호벽을 태양광 발전 시설 아래 위치한 민가 뒤편에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산사태로 인해 토석류가 쏟아지더라도 보호벽을 치고 옆으로 빠져나가 민가가 매몰되는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현실을 확실히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태양광 산사태 현장을 방문해 전수조사를 했다, 뭐했다는 전시행정을 할 것이 아니라 산사태 위험 조짐 발생 시 주민들에게 솔직한 현실을 이야기 해주고 빠르게 대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전수조사를 했으니 알아서 업자들에게 복구하라고 압박만 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일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태양광 발전을 당장 포기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산사태에서 안전한 태양광 발전을 위해선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지형이 70%가 산악지대인 만큼, 산지를 개발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다만 산지를 개발해 태양광 발전 시설을 건설하고자 한다면 제대로 하자는 이야기다. 산림청과 산업부에서 태양광 발전 시설 인허가할 때 업자들에게 확실한 책임감을 부여할 수 있도록 산사태 발생시 배상과 공사시 시설 안전에 관한 법률 조항을 만들게 된다면 사업자들 스스로도 태양광 발전 시설 건설 시 좀 더 신경 써서 건축을 할 것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지금처럼 우후죽순 태양광 발전 사업자가 늘어나긴 힘들다는 것은 태양광 발전을 장려하는 정부 입장에선 딜레마가 될 것이다. 비용문제가 확실히 커지게 돼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려는 사업자 수가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제대로 된 태양광 발전 사업을 목표로 하는 사업자들만 남게 될 것이다. 때문에 정부에선 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긴 힘들 듯하다. 

물론 산림청이나 산업부 공무원들만 일처리를 제대로 못했다고 탓할 것이 아니다. 현재 구조적인 문제, 시스템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지해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늘 행정상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몇 명의 책임자들을 처벌하거나 문책하곤 한다. 그러면서 시스템은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이는 이번 태양광 산사태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익단체나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이상 이 시스템이 쉽게 바뀌긴 힘들 것이지만, 이를 바꾸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학과 교수 약력
 

-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토목지질공학 박사(1983-1987)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1987-1995)

- 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1995-2019)

- 국제학회 공동 산사태기술위원회(JTC-1) 한국대표 (2009-2018)

- 국제토목지질공학회지(QJEG&H) 편집위원 (2009-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