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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연상호 감독, 끝없는 도전
2021. 07. 27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방법: 재차의’(감독 김용완)로 세계관을 확장한 감독 겸 작가 연상호. / CJ ENM
영화 ‘방법: 재차의’(감독 김용완)로 세계관을 확장한 감독 겸 작가 연상호. /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방법: 재차의’(감독 김용완)는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미스터리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한자 이름과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 ‘방법’(謗法)을 소재로 한국의 샤머니즘과 오컬트를 접목해 호평을 이끌어냈던 tvN 드라마 ‘방법’(연출 김용완, 극본 연상호)의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하나의 원작을 두고 드라마나 영화로 각각 제작된 경우는 많지만, 같은 세계관을 가진 하나의 작품이 다른 매체를 통해 확장되는 것은 특별한 경우다. 그리고 이 중심엔 ‘방법’ 세계관의 시작이자 힘, ‘작가’ 연상호가 있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영화감독, 웹툰 작가이자 드라마 작가로 다방면에서 재능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시국에도 지난해 여름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 ‘반도’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고, 작가로 참여한 영화 ‘방법: 재차의’에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지옥’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드라마 ‘방법’ 시즌2와 웹툰 작가 최규석과 또 다른 웹툰도 기획하고 있다.

특히 연상호 감독은 드라마 ‘방법’의 3년 후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방법: 재차의’을 통해 다시 한 번 독보적인 상상력을 입증했다. ‘방법’의 세계관을 더욱 촘촘히 쌓아 드라마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재차의’라는 신선한 소재로 새로운 재미를 완성하며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장르적 쾌감을 완성해 호평을 얻고 있다.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고 있는 연상호 감독. /CJ ENM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고 있는 연상호 감독. /CJ ENM

개봉에 앞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연상호 감독은 “어려운 시국에서도 연이어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방법: 재차의’에 대해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드라마 ‘방법’에 이어 연출자가 아닌 작가로 작품에 참여했다. 직접 연출할 생각할 생각은 없었나. 
“드라마 시장이 굉장히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매체가 역동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는 때에는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마침 그때 드라마 연출 제의를 받았는데, ‘반도’ 프리프로덕션을 하던 단계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극본으로만 참여해도 되겠냐고 했더니 그렇게 해보자고 해서 드라마 ‘방법’이 시작됐다. 김용완 감독이 연출한 결과물을 보는 게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다. 내가 대본을 쓰고 연출해서 나온 결과물은 내 예상에서 벗어나질 않는데, 드라마 ‘방법’은 김용완 감독이 연출하면서 만든 새로운 세계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방법: 재차의’도 마찬가지로 ‘방법’의 세계관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김용완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글을 쓰고 영상으로, 만화로 만들어지는 협업의 과정이 정말 재밌다. 앞으로도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재밌는 경험이다.” 

-드라마 ‘방법’의 3년 후 이야기를 그리는데, 3년이라는 시간을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드라마 임진희(엄지원 분)와 영화 속 임진희는 많이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방법’에서는 일반적으로 살아오다 초자연적인 일을 겪게 된 사람이라고 한다면, 영화에서는 이미 굉장히 적극적인 인물이 돼 있다. 더 이상 중진일보가 필요하지 않았고, 훨씬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위해서는 독립뉴스 채널을 직접 운영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백소진(정지소 분)도 드라마에서는 영적인 재능만 뛰어난 아이였다고 한다면, 영화에서는 여러 가지 기술이나 이론을 배워서 성장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빌드업 되는 시간이 필요했고, 3년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라는 신선한 소재로 호평을 받고 있는 ‘방법: 재차의’. /CJ ENM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라는 신선한 소재로 호평을 받고 있는 ‘방법: 재차의’. /CJ ENM

-영상으로 구현된 장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신을 꼽자면.
“두꾼과 백소진의 영적 대결이 비주얼로 표현된 게 신기했다. 드라마 ‘방법’에서도 소진의 손에 있는 흉터가 약간 움직이는 느낌들을 김용완 감독이 상상해서 연출한 부분이다. 이번 영화에서 영적 대결을 하면서 팔 전체로 퍼져나가는 비주얼이 히어로 영화같이 느껴질 정도로 멋있게 표현됐더라. 다음에는 더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었다.”

-재차의 100명 군단이 떼로 돌진하는 모습이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원하는 대로 구현됐나.
“초반에 사람 같아 보이는데 아닌 존재, 재차의가 등장한다,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했을 때 같은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 싶었다. 물리적인 위압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게 100명이 한꺼번에 돌진하는 장면이 됐다. 김용완 감독이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걸로 알고 있다. 작품의 메인 서사라고 할 수 있는 백소진의 귀환이 중후반에 몰려있는데, 그러다 보니 앞부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가 중요했다. 백소진이 등장하지 않는 부분까지 물리적인 액션이 잘 잡아줬다는 생각이 든다.”

-조종을 당하고 쓰임이 끝나면 부서지는 재차의의 소멸 과정도 흥미로웠다.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재차의를 만드는 과정, 혹은 죽은 시체에 주술을 거는 다른 나라의 여러 방식들에 대해 알아봤는데 그중 하나가 시체에 진흙을 더덕더덕 붙여서 살리는 전통이 있는 나라가 있더라. 그것에서 재차의의 소멸 과정을 착안했다. 그 과정에서 흙을 붙였는데 살처럼 있다가 주술이 끝나면 다시 흙으로 무너져 내리는 설정을 생각했다.”

‘방법: 재차의’에서 임진희로 분한 엄지원(왼쪽)과 백소진을 연기한 정지소. /CJ ENM
‘방법: 재차의’에서 임진희로 분한 엄지원(왼쪽)과 백소진을 연기한 정지소. /CJ ENM

-임진희와 백소진의 관계는 ‘방법’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세계관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두 인물의 관계를 어떻게 그려나가고 싶나.  
“백소진에게 임진희는 어떻게 보면 제어장치 같은 존재다. 드라마 ‘방법’에서 진종현(성동일 분)과 백소진이 같은 악귀를 나누고 있다는 설정이었는데, 진종현 옆에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했던 존재들이 있었다고 한다면 백소진 곁에는 임진희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백소진이 지금의 백소진으로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이 흔들린다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될까. 더 굳건해질 것인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주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세계관을 가진 하나의 작품이 다른 매체를 통해 확장되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인데, 이렇게 확장될 수 있는 ‘방법’의 힘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나.
“미디어를 넘나드는 건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이다. 우리나라가 즐길 수 있는 미디어가 많긴 한데 각자 갖고 있는 벽들이 존재한다. 이 벽을 넘나드는 게 쉽지 않은 일이고, 각 매체 안에서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 넘나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방법’은 드라마 내에서 유니크함이 존재했고 그것을 이어받은 ‘방법: 재차의’도 전통적인 블록버스터와는 다른 유니크함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고 보완하면서 소재 자체가 하위문화로 자리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 앞으로 더 쌓여가면서 세계관이 다양해지고 풍성해지면, 해볼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후속 시리즈를 암시하는 쿠키 영상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다음 이야기에 대한 힌트를 주자면.
“임진희와 백소진이 하고 있는 사적 복수, 정의 구현에 대한 것이 올바른가에 대한 질문이 드라마 ‘방법’을 쓸 때 존재했다. 드라마 엔딩에서 백소진이 사라지는 것은 그런 것에 대한 책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방법: 재차의’에서 임진희와 백소진은 사적 복수를 막는 입장이 된다. 그 지점이 두 사람의 관계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그들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도 존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후속 시리즈에서는 그게 아주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또 드라마 ‘방법’에서 끝난 줄 알았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한 번 임진희와 백소진을 괴롭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 중인 연상호 감독. /CJ ENM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 중인 연상호 감독. /CJ ENM

-‘연니버스’를 사랑하는 팬들이 많다. 그 세계관의 중심을 이루는 건 무엇인가. 
“‘돼지왕’부터 지금 만들고 있는 거의 모든 작품에 일관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건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늘 작품 안에 정도를 달리해서 들어가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해 관심이 굉장히 많다.” 

-영화 ‘방법: 재차의’를 통해서는 어떤 이야기,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나. 
“영화 안에서 많이 깔려있긴 한데 핵심은 백소진을 입을 통해 얘기하는 것 같다. ‘자기 마음에 있는 악귀에 집착하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것. 가장 핵심적인 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감독에서 작가, 웹툰 작가는 물론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새로운 시도들을 해나가고 있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무엇인가.  
“몇 년 동안 연상호라는 사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 끝에 내린 결론은 굉장히 단순했다. 그냥 프리랜서. 프리랜서로서 일거리가 있으면 여러 가지를 한다는 정도로 결론을 내렸다. 전에는 직업인으로서 연상호라는 사람에게 여러 가지 모습을 투영했던 것도 같다. 유명한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든가 명성을 얻고 싶다든가. 그런데 작품을 계속하면서 완벽하게 프리랜서라는 걸 인정하게 됐다.

만약 내가 영화에 투영하는 에고(自我, ego)가 사라진다면, 내가 정말 좋아했던 영화, 콘텐츠는 무엇인가 생각했다. 그 결과 콘텐츠 제공자로서 기획한다면 오히려 원초적인, 어린 시절 좋아했던 것들을 제공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웹툰 ‘지옥’을 통해 내가 쓴 글을 내가 연출하지 않는 첫 경험을 했고 드라마 ‘방법’을 통해 김용완 감독과 함께 했다. 그게 너무 좋고 재밌었다.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을 통해 재미를 느끼는 편인 것 같다. 소통하면서 얻는 아이디어가 굉장히 크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높은 기대치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영화를 만들 때마다 기대감을 갖는다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고, 그것에 대한 부담이 없냐고 한다면 당연히 있다. 그런데 그 부담감에 매몰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려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떻게 하다 보니 좀비와 재차의, 비슷한 것을 하게 됐는데 이후에 나오는 드라마는 전혀 다르다. 내년 정도에 기획하고 있는 여러 작품들이 있는데 판타지 요소가 전혀 없는 아주 현실적인 범죄물을 해보려고 하고 있다. 하반에는 만화 연재가 시작될 것 같은데, 그 작업도 또 색다른 재미가 있더라.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코로나19 시국뿐 아니라 그 이후 시점의 영화 산업을 고민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영화 산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되게 다양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예전에는 영화나 드라마가 시장에서 시작해서 완결되는 걸 선호했다면, 이제는 미디어를 넘나들면서 세계관 자체를 즐기는 문화로 변화했고 새로운 관람방식이 생겼다. 굉장히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기인데 고착화되는 순간이 분명히 올 거다. 결과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안정화를 이룰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창작자로서 역동적으로 산업이 변화되는 시기에 두려움보다는 모험심을 갖고 여러 가지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

-‘방법: 재차의’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 
“굉장히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극장으로 나들이를 갔던 것과 같은 마음으로 ‘방법: 재차의’를 보러 가면 좋을 것 같다. 어려운 메시지나 허들이 많은 주제가 있는 영화가 아니다. 마음 편히 가서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거다. 어려운 시국에 개봉하게 됐는데 창작자로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힘든 시기에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게 굉장히 감사하다.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많은 관심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