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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조인성의 고민, 그리고 답
2021. 07. 29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조인성이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로 돌아왔다. /IOK컴퍼니
배우 조인성이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로 돌아왔다. /IOK컴퍼니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현장에서 ‘조금 불편한데?’라는 느낌이 들 때 좋은 신들이 나오더라. 익숙함에 연기를 쉽게 한 건 아닌가 반성한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체크해가고 있다.”

배우 조인성이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로 돌아왔다. 전작 ‘안시성’(감독 김광식, 2018)에서 시대가 바라는 새로운 리더상을 구현하며 호평을 얻었던 그는 ‘모가디슈’에서도 깊은 고민과 노력 끝에 전형적이지 않은, 또 하나의 ‘조인성표’ 캐릭터를 완성했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사람들의 생존을 건 탈출을 그린 작품이다. ‘베를린’(2013), ‘베테랑’(2015), ‘군함도’(2017) 등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조인성 외에도 배우 김윤석‧허준호‧구교환 등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주목받았다. 

극 중 조인성은 한국 대사관을 관리 겸 지원하고자 파견된 안기부 출신의 정보요원 강대진 참사관을 연기했다. 강대진 참사관은 UN회원국 가입을 위한 외교전을 위해 한국에서 이역만리 소말리아로 파견된 인물이다. 

조인성은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그려졌던 안기부 출신의 정보요원의 모습이 아닌, 새롭고 다양한 모습을 지닌 입체적인 인물로 강대진 참사관을 표현해냈다. 침착함을 잃지 않는 단단함으로 극적 긴장감을 유지한 것은 물론,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에 숨통을 트이는 역할까지 해냈다. 능청스러웠다가, 치밀했다가, 비굴했다가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준 조인성이다. 

‘모가디슈’로 관객 앞에 선 조인성. /IOK컴퍼니
‘모가디슈’로 관객 앞에 선 조인성. /IOK컴퍼니

조인성은 개봉을 이틀 앞둔 지난 27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모가디슈’에 관한 것부터 배우로서의 고민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개봉을 하게 됐다. 이에 대한 소감과 ‘모가디슈’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마음은 항상 불안하다. 아무래도 전과 같은 상황은 아닐 테니 내려놨고, 극장에 오신 분이 있다면 ‘모가디슈’라는 영화가 있다는 안내 정도 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작품을 택한 이유는 류승완 감독에 대한 신뢰, 김윤석 선배와 허준호 선배의 출연이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4개월간 모로코에서 촬영을 했는데 어땠나. 
“해외 로케가 어렵다는 건 알고 있다. 드라마를 찍을 때 해외에서 촬영한 적이 있다. ‘발리에서 생긴 일’ ‘디어 마이 프렌즈’ 등에서 해외 촬영을 했는데, 늘 어렵고 힘들다. 스케줄이 빡빡하다. 그래서 ‘모가디슈’도 힘들 거라는 건 예상했다. 그런데 이 촬영은 살러 간 거라 오히려 편하더라. 시간에 구애가 드라마보다 덜 했고, 현장도 가까워서 영화 찍기엔 좋은 환경이었다.” 

-전형적인 안기부의 모습과 다르게 표현하고자 고민했다고. 강대진 참사관을 어떤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나.
“물론 다른 배우가 표현했다면 다른 모습의 강대진 참사관이 나왔을 거다. 안기부 출신의 참사관이라고 하면 시대가 주는 묵직함이 있고 엄숙함이 있는데 그런 것도 있는 반면, 조금 다양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협상을 할 때 목적 이루기 위해 달래기도 하고 비굴하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고 다양한 모습이 나오면 다채롭게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야만 탈출 시퀀스에 도달하면서 활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관객도 쉬어가면서 이 영화를 따라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참고하기도 했다고. 
“상황이 주는 엄숙함이 있기 때문에 가볍게 터치했을 때 주는 울림이 있다. 쉬어가는 타이밍이라고 해야 할까. 어떤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잖나. 그런 것들을 참고했다. 그래야만 영화가 숨통이 트이겠다 생각했다.”

-실제 일어난 사건이기에 캐릭터를 표현하는 부분이나 작품에 임하는데 있어서 더 주의했던 점이 있다면.  
“실제 사건이라서도 그렇지만, 그 당시를 간접 체험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모습을 구현하는데 신경을 더 많이 썼다. 전쟁의 참혹함이라든지 미술이라든지 룩 이런 것들을 더 신경을 써서 이질감 없게 표현하고자 했다. ‘아 그땐 그렇게 했을 수 있겠구나’라는 느낌. 그 당시 시대상을 표현하기 위해 더 집중했다.” 

‘모가디슈’에서 강대진 참사관을 연기한 조인성. /롯데엔터테인먼트
‘모가디슈’에서 강대진 참사관을 연기한 조인성. /롯데엔터테인먼트

-액션은 어땠나. 안기부 출신으로서의 액션 자세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준비했을 것 같은데, 과정이 궁금하다.
“류승완 감독이 액션을 많이 해봐서 현장에서도 굉장히 합리적으로 이뤄졌다. 배우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할 수 없는 부분은 스턴트맨의 도움받았다. 실제 때리지 않아도 그만큼 효과를 낼 수 있는 장면들이 나왔다. 내가 어렸을 때 태권도를 했기 때문에 류승완 감독이 그런 부분들을 캐치해서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감독이 액션에 대해 이미 많은 생각을 했고 정확한 콘티를 갖고 촬영에 임했기 때문에 그것을 구현하는 데 포커스를 두고 작업했다.”

-카 체이싱 장면은 어땠나.
“참 힘들었다. 시야도 잘 안 나오고 카메라 앵글 밖으로 나가선 안 되고 내 몸 같지 않더라. 운전 가시거리가 정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안전을 최우선시 하며 최고의 장면을 뽑아내려 노력했다. 소음도 심했을 텐데 이해해 주고 배려해 준 모로코 주민들에게 감사하다.(웃음) 그 덕에 자랑할 만한 카 체이싱 장면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김윤석·허준호와 호흡은 어땠나. 
“호흡이랄 게 없었다. 생활을 같이 하면서 오는 친숙함과 익숙함, 신뢰가 연기를 넘어 표현하지 않아도 표현이 된 것 같다. 윤석, 준호 선배와 같은 대배우와 작업하면 귀에 쏙쏙 들리게 대사를 쳐주셔서 반응만 하면 된다. 후배들이 연기가 빛난 건 두 선배님의 공이지 않을까 싶다. 시나리오 빈 곳을 채우는 능력과 현장 전체를 아우르는 모습은 몇 번이고 배울 수 있는 부분이었다. 김윤석 선배가 갖고 있는 냉철함, 허준호 선배가 갖고 있는 온화함이 현장을 탄탄하게 지켜주지 않았나 싶다.”  

-본인은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가 되고 싶나. 
“언제든 얘기를 나누고 싶은 선배가 되고 싶다. 듣는 귀를 열고, 말은 줄이고, 지갑은 열겠다.”

조인성이 배우로서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IOK컴퍼니​
조인성이 배우로서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IOK컴퍼니​

-‘모가디슈’로 배우로서 새로운 경험을 한 지점이 있다면 무엇이고, 그 경험이 이후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단한 의미와 상징성을 부여하기보다는 또 하나의 경험이었다. 해외 올 로케는 처음이고, 드문 기회라 경험을 쌓은 건 분명하다. 그 경험이 다음번에도 현장에서 발휘될 거라고 생각한다. 배우를 떠나 인간이 가지게 되는 외로움도 있었다. 그 감정을 경험을 했기 때문에 후배 배우들, 경험 못한 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온다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어쩌다 사장’으로 예능프로그램에 도전했는데,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이 나왔다. 본인도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그랬다면 다행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느낄 만한 것들이 아직 내 안에 남아있구나 반갑게 들렸다. 나도 그 프로그램을 하면서 위로를 받았다. 동네 어르신, 주민들 통해 따뜻함과 포근함을 느꼈고 위로받았다. 마지막에 어르신이 ‘안가면 안 돼?’라고 해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주민들이 귀찮고 번거로운 일들이 많았을 텐데, 이방인이라 생각하지 않고 호응해주셔서 감사했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데뷔한지 21년이 됐다. 지금 배우로서 하는 고민이 있다면 무엇이고 답은 어떻게 찾아나가고 있나.
“고민은 항상 있다. 다음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연기는 ‘제로 값’에서 항상 시작하는 것 같다. 작품을 새로 시작할 때 신인인 것 마냥 떨리고 부담감이 있다. 아무리 해도 다음 단계가 있고, 제로 값에서 시작하게 되더라. 큰 고민보단 이 상황을 알아차리는 정도다. 그래서 잘 됐다고 신날 것도 아니고 안 됐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생각한다. 항상 자기 복제에 대한 경계를 하고 있다. 현장에서 ‘조금 불편한데?’라는 느낌이 들 때 좋은 신들이 나오더라. 익숙함에 연기를 쉽게 한 건 아닌가 반성한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챙기고 체크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