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지원이 영화 ‘방법: 재차의’(감독 김용완)로 관객 앞에 섰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엄지원이 영화 ‘방법: 재차의’(감독 김용완)로 관객 앞에 섰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엄지원이 영화 ‘방법: 재차의’(감독 김용완)로 관객 앞에 섰다. 드라마 ‘방법’에 이어 열혈 기자 임진희로 다시 분한 그는 더욱 깊어진 연기 내공으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준다.   

영화 ‘방법: 재차의’는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미스터리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한자 이름과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 ‘방법’(謗法)을 소재로 한국의 샤머니즘과 오컬트를 접목해 호평을 이끌어냈던 tvN 드라마 ‘방법’(연출 김용완, 극본 연상호)의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엄지원은 ‘방법’의 3년 후 이야기를 그린 ‘방법: 재차의’에서 기자 임진희로 분해 한층 성장하고 변모한 캐릭터의 모습을 선보이며 극을 이끌어간다. 소진(정지소 분)처럼 특별한 능력을 지니진 않았지만, 거대 악과 맞서 싸우는 열혈 기자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평범함의 힘을 보여준다.  

엄지원은 최근 진행된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영화 ‘방법: 재차의’에 관한 것부터 배우로서의 고민과 연기에 대한 열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방법: 재차의’에서 진희의 성장을 담아낸 엄지원. /CJ ENM
‘방법: 재차의’에서 진희의 성장을 담아낸 엄지원. /CJ ENM

“성장한 진희의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엄지원은 드라마에 이어 영화까지 ‘방법’ 세계관을 이어가게 된 것에 대해 “드라마를 안 본 분들도 재밌게 봤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며 “영화는 조금 더 오락적인 느낌이 강화됐다. 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나온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극 중 임진희는 신문사를 그만두고 독립뉴스채널 ‘도시탐정’을 운영하며 여전히 탐사 보도에 열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에 의한 살인을 예고하는 용의자와 생중계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고, 연쇄살인사건의 배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엄지원은 “드라마 ‘방법’의 3년 후 이야기를 다루는데, 진희가 큰 신문사의 사회부 기자였다면 영화에서는 독립 뉴스 채널을 운영한다”며 “그 과정에서 이성으로 보이지 않는 다른 무언가를 판단하는 눈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전작보다 더 빨리 반응하는 인물로 표현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업했다”고 전편보다 성장한 진희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영화와 드라마, 매체의 변화가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을까. 그는 “영화 연기의 밀도가 훨씬 높아야 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핵심은 스토리다.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연기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연기한 본질에는 큰 차이는 없었다. 이야기를 재밌게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전했다.  

‘방법: 재차의’으로 돌아온 엄지원. /CJ ENM​
‘방법: 재차의’으로 돌아온 엄지원. /CJ ENM​

“연상호 감독의 열정과 에너지에 감탄”

‘방법: 재차의’는 드라마의 세계관을 탄탄히 이으면서도 ‘재차의’라는 신선한 소재로 새로운 재미를 완성했다. 특히 마치 훈련된 군사처럼 각을 맞춰 달린다거나, 디테일한 표현은 물론, 더 세고 빠르고 영리한 ‘재차의’ 군단의 모습은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엄지원은 이미 모든 내용을 알고 촬영에 임했지만, ‘재차의’ 군단에 압도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깜짝 놀랐다”며 “리허설인데 전속력으로 달려와서 알면서도 정말 놀랐다. 잘 훈련된 군사 병기 같은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재차의’를 연기한 분들이 댄서였는데 몸의 움직임이 절도 있고 아름다웠다”며 “위협적이면서도 멋있기도 했다. 그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연습했을 시간들을 생각하니 감사하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고 ‘재차의’로 열연한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재차의’라는 소재를 떠올리고 이야기로 완성한 연상호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엄지원은 연상호 작가에 대해 “만날 때마다 놀란다”며 “머릿속에 많은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데, 추진력도 엄청나다. 며칠 전에 했던 이야기인데 시나리오를 바로 다 쓰더라. 열정과 에너지가 대단하다. 정말 놀라운 이야기꾼이자 감독”이라고 감탄했다. 

엄지원이 ‘방법: 재차의’ 매력 포인트를 꼽았다. /CJ ENM
엄지원이 ‘방법: 재차의’ 매력 포인트를 꼽았다. /CJ ENM

“새로운 작품 만날 때 가장 행복해”

2002년 드라마 ‘황금마차’를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한 엄지원은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정다정’(2010), ‘싸인’(2011), ‘세 번 결혼하는 여자’(2013~14), ‘조작’(2017), ‘산후조리원’(2020) 등과 영화 ‘똥개’(2003), ‘극장전’(2005), ‘스카우트’(2007), ‘소원’(2013), ‘미씽: 사라진 여자’(2016), ‘기묘한 가족’(2019)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특히 엄지원은 좀비 때려잡는 임산부부터 사라진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야망 넘치는 검사부터 저돌적인 형사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이에 대해 엄지원은 “오래 하다 보니 다양한 것처럼 보이게 된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엄지원이 작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심을 담아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는 “진심을 담아서 연기하고 싶은 장르에 도전하는 것 같다”며 “나에게 이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없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역할의 크기나 장르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오랜 시간 배우로 살아오면서 힘든 순간은 없었을까. 엄지원은 “누군가가 나를 불러주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며 “작품을 기다려야 하는 직업이고, 기다림의 시간이 한없이 길어질 수 있고 예측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거에 대한 어려움은 항상 있다”고 털어놨다.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 엄지원.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 엄지원.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최근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방법’을 만나 극복할 수 있었다고. 그는 “작품을 기다리는 시즌이기도 했고 여러 생각들이 많았던 기간이었는데, ‘방법’을 하게 되고 영화도 준비하면서 ‘산후조리원’도 하게 됐다”며 “돌이켜보면 일로 인해 왔던 상처를 일로 잘 넘긴 시간들이지 않나 싶다”고 이야기했다. 

때론 답답하고, 때론 불안하고, 때론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엄지원에게 연기 그리고 배우란 직업은 여전히 잘 해내고 싶고 열정을 불어넣는 존재다.  

“싫증을 잘 내는 성향인데 꾸준히 뭔가를 잘 해내고 싶은 게 연기가 처음이다. 아마도 작품마다 계속 변하기 때문인 것 같다. 매번 다른 걸 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도전하고 싶다. 안일하게 이 직업을 대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긴장하고 도전하게 하는 데 너무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재밌다. 쉴 때는 그만하고 싶을 때도 있고 노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가 제일 행복하다. 그게 연기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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