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크홀’(감독 김지훈)이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쇼박스
영화 ‘싱크홀’(감독 김지훈)이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서울 입성과 함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가장 동원(김성균 분) 이사 첫날부터 프로 ‘참견러’ 만수(차승원 분)와 사사건건 부딪힌다. 동원은 자가 취득을 기념하며 직장 동료들을 집들이에 초대하지만 행복한 단꿈도 잠시, 순식간에 빌라 전체가 땅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마주치기만 하면 투닥거리는 빌라 주민 만수와 동원, 그리고 동원의 집들이에 왔던 김대리(이광수 분)와 인턴사원 은주(김혜준 분)까지. 지하 500m 싱크홀 속으로 떨어진 이들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영화 ‘싱크홀’(감독 김지훈)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상황을 담은 재난물이다. 108층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에서 벌어지는 화재를 다룬 영화 ‘타워’(2012)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차승원‧김성균‧이광수‧김혜준이 활약했다. 

거대한 지하 세계를 완성한 ‘싱크홀’. /쇼박스
거대한 지하 세계를 완성한 ‘싱크홀’. /쇼박스

‘싱크홀’은 비장하고 진지한 재난물이 아닌, 평범한 소시민이 재난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유쾌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내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온 보통의 회사원 동원, 아들을 위해 ‘쓰리잡’도 마다하지 않는 평범한 가장 만수의 ‘짠내’나는 재난 탈출기는 현실 공감과 함께 몰입도를 높인다. 

싱크홀이라는 소재도 신선하다. ‘빌라 한 동이 통째로 지하 500m로 떨어졌다’는 아찔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누구도 본 적 없던 땅속 깊은 곳, 싱크홀의 세계를 실감 나게 구현해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그 거대한 싱크홀에서 탈출하기 위해 활용되는 크고 작은 여러 소품들도 재미 포인트다. 

다만 본격적인 재난 상황이 펼쳐지기까지, 각 인물들의 상황 설명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요해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 신파 코드나 분노 유발 캐릭터, 수동적인 여주인공 등 재난 영화의 전형적인 클리셰는 없지만, 뻔한 전개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 아쉬움을 남긴다. 재난과 코믹의 만남, 평범한 소시민의 탈출기는 2019년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엑시트’가 떠오르기도 한다.

‘싱크홀’에서 활약한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차승원과 김성균, 김혜준 그리고 이광수. /쇼박스
‘싱크홀’에서 활약한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차승원과 김성균, 김혜준 그리고 이광수. /쇼박스

무난한 활약을 펼치는 배우들 사이 유독 빛나는 건 차승원이다. 재난 상황 속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부터 하나뿐인 아들을 챙기는 다정한 면모와 애틋한 부성애, 적재적소의 위트까지 선보이며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유쾌한 에너지로 극의 웃음을 8할 이상 담당한다. 이학주와 김재화도 짧은 분량이 아쉬울 정도로 인상적이다.

연출자 김지훈 감독은 “수많은 재난 영화들이 있었지만, 싱크홀 재난을 다룬 영화는 없었다”며 “평범한 사람들에게 갑자기 일어난 재난을 표현하고자 했고, 그 안의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러닝타임 114분,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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