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과의존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눈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화면에서 발생하는 '블루라이트'가 눈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과연 블루라이트는 우리의 우려처럼 안구에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할까?/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스마트폰이 현대인의 필수 소지품이 되면서 과도하게 사용하는 이용자들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난 3월 발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 중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비율이 23.3%로 나타났을 정도다.

이처럼 스마트폰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눈 건강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발생하는 ‘블루라이트(Blue light: 청색광)’에 오래 노출되면서 황반변성, 안구건조증 등 심각한 안구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안경점, 컴퓨터·스마트폰 상가 등을 방문하면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 및 렌즈 등을 판매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블루라이트의 유해성에 대한 주장들이 생각보다 과장됐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과연 블루라이트는 우리의 눈 건강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줄 수 있을까.

◇ [의견 갈리는 전문가들①] “스마트폰 청색광은 눈 건강에 안 좋아!”

결론부터 말하면 블루라이트의 유해성은 무시하기도, 그렇다고 과잉으로 걱정하기에도 애매하다. 아직까지 블루라이트가 눈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히 갈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먼저 블루라이트가 눈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 측 의견부터 살펴보자.

미국 털리도 대학교의 카룬아라스네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8년 ‘Blue light excited retinal intercepts cellular signaling’ 논문에서 블루라이트에 노출된 레티날(비타민 A의 한 형태)이 광수용체 (빛을 자극으로 수용하는 화합물)에서 유독한 화학 분자를 생성하는 반응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눈 세포막에 걸쳐있는 광수용체인 로돕신은 옵신이라는 단백질과 레티날이라 불리는 색소분자로 이뤄져 있다. 이때 수정체를 통해 빛에 의해 자극받은 레티날은 구조를 시스형에서 트렌스형으로 형태를 바꾼다. 

이 과정에서 레티날로 둘러싸인 옵신의 구조도 변화하게 되고, 변화한 옵신은 transducin이라는 G단백질을 활성시키게 된다. 이후 활성화된 G단백질은 시각신호를 신경계로 전달하게 되고, 우리는 앞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레티날이 블루라이트에 의해 파괴되고, 유독한 물질로 변화하게 된다면, 이 일련의 ‘시각화 과정’이 중단되기 때문에 시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 털리도 대학교의 카룬아라스네 교수 연구팀은 스마트폰에서 발생하는 블루라이트가 광수용체 세포의 시신경 작용을 유도하는 물질인 레티날을 독소로 변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Gettyimagesbank

카룬아라스네 교수는 “인간이 눈을 통해 보기 위해선 망막에 지속적인 광수용체에 지속적인 레티날의 공급이 필요하다”며 “광수용체는 눈에서 생성되는 레티날 없이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쥐의 망막세포를 통해 연구를 진행한 결과, 블루라이트에 노출된 레티날은 광수용체 세포에서 유독한 화학 분자를 생성하는 반응을 유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망막에 청색광을 비추면 망막은 막의 신호 분자가 용해되면서 광수용체 세포를 죽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죽은 광수용체 세포는 눈에서 재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가 치명적인 안구 질환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더라도 눈 건강을 위해서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안과학회지에 지난 2018년 개제된 ‘청색광 배출도를 조절한 인터넷 텔레비전 영상의 눈피로도 감소효과‘ 논문에 따르면 인터넷 프로토콜 TV로 서비스되는 영상의 눈 피로도에 대한 영향을 비교한 연구 결과, 블루라이트 배출도를 현저히 줄인 시험영상은 기존의 통상적인 영상에 비해 근거리 조절 기능을 향상시키고, 주관적 눈 불편감 지수를 낮춰 눈 피로도 저하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들은 “본 실험의 피험자 전체 일반에서 저청색광 시험영상이 균일한 유의적 효능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선택적인 피험자군, 특히 원시굴절력을 가진 피험자에 대해서는 우월한 유의적 근거리 눈불편감, 피로도 완화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TV, 스마트폰, 컴퓨터 등 각종 디지털 미디어는 각막 표면의 건조, 충혈, 안구표면 보호기능의 악화를 초래하는 안구건조증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눈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가 안구 질환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칠지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다만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안구건조증, 시력저하 등의 문제의 원인인 것은 확실하므로 적절한 휴식을 취하며 스마트폰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Gettyimagesbank

◇ [의견 갈리는 전문가들②] “과잉 우려일 뿐, 안구 질환 발병 가능성 높이진 않아”

반면 블루라이트가 안구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와 달리 치명적이진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팽팽한 상태다. 오히려 국제 의학계에선 앞서 소개한 카룬아라스네 교수 연구팀의 실험이 인간의 망막세포가 아닌 쥐의 망막세포를 활용한 것이기에 블루라이트의 치명적 영향을 단정지을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미국안과학회(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에서는 지난 3월 ‘Are Blue Light-Blocking Glasses Worth It?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이 효과가 있는가?)’라는 리포트를 통해 카룬아라스네 교수 연구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미국안과학회 측은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등에서 발생하는 블루라이트를 차단하는 안경과 필름이 대중화되고 있다”며 “하지만 스마트폰과 컴퓨터 화면에서 나오는 빛이 눈에 해롭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따라서 미국안과학회에서는 컴퓨터용 특수 안경 등을 권장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12월 미국안과학회의 다니엘 포터 연구원은 ‘Blue Light and Digital Eye Strain: 블루라이트와 디지털 눈 피로’ 리포트를 통해 “태양에서 발생하는 푸른 빛의 UV(자외선) 광선 과다 노출되는 것은 눈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는 있지만,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우리의 눈에 어떤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미국 모어하우스 의과대학의 지안루카 토시니 교수도 지난 2016년 발표한 ‘Effects of blue light on the circadian system and eye physiology’ 논문에서 “완전히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우리가 보통  470~480nm 범위 파장에 해당하는 블루라이트에 단기에서 중기(수일에서 수주) 동안 안구에 노출된다고 해서 안구 질환 발병 위험성을 크게 증가시키진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본 결과, 국내외 의학계 의견이 갈리는 만큼 블루라이트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도,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자고 결론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안구건조증 등의 질환을 유발해 눈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인 만큼 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적당한 휴식을 취하며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최종결론 : 절반의 사실
 

근거자료


1. Effects of blue light on the circadian system and eye physiology (2016)/ Gianluca Tosini (Morehouse School of Medicine), Ian Ferguson (Kennesaw State University)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03682799_Effects_of_blue_light_on_the_circadian_system_and_eye_physiology
 

2. Blue Light and Digital Eye Strain (2020)/Daniel Porter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https://www.aao.org/eye-health/tips-prevention/blue-light-digital-eye-strain
 

3. Are Blue Light-Blocking Glasses Worth It? (2021)/Celia Vimont(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https://www.aao.org/eye-health/tips-prevention/are-computer-glasses-worth-it
 

4. Blue light excited retinal intercepts cellular signaling (2018/ Nature Scientific Reports)/ Kasun Ratnayake, John L .Payton, O.Harshana Lakmal & Ajith Karunarathn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18-28254-8


5. UT CHEMISTS DISCOVER HOW BLUE LIGHT SPEEDS BLINDNESS (2018)
http://media.utoledo.edu/2018/08/08/ut-chemists-discover-how-blue-light-speeds-blindness/


6. 청색광 배출도를 조절한 인터넷 텔레비전 영상의 눈 피로도 감소효과 (2018/ 대한안과학회지)

https://synapse.koreamed.org/upload/SynapseData/PDFData/0035jkos/jkos-59-23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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