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李씨네
[인터뷰] 김은희 작가, ‘킹덤: 아신전’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
2021. 08. 04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김은희 작가가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으로 다시 한 번 세계를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김은희 작가가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으로 다시 한 번 세계를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전 세계에 ‘K-좀비’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김은희 작가가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으로 다시 한 번 세계를 사로잡았다. 잘못된 정치로 고통받는 평범한 민초들의 아픔과 한을 한층 깊어진 세계관 안에서 탄탄하게 풀어내 호평을 얻고 있다.

‘킹덤: 아신전’(연출 김성훈, 극본 김은희)은 조선을 뒤덮은 거대한 비극의 시작인 생사초와 모두에게 버림받은 아신(전지현 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킹덤’ 시리즈의 스페셜 에피소드다. ‘킹덤’ 시즌1 연출과 시즌2 1화 연출 및 제작감수를 맡았던 김성훈 감독이 연출을 맡아 김은희 작가와 다시 의기투합했다.  

지난달 23일 공개된 ‘킹덤: 아신전’은 시즌2 엔딩을 장식한 아신의 정체부터 생사초의 기원까지, 모두가 궁금한 이야기를 탄탄한 스토리와 한층 깊어진 세계관으로 풀어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시즌3로 넘어가기 전 초석을 다지는 중요한 역할을 해내며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는 평이다. 

반응도 뜨겁다. 전 세계 80개국 톱10 내에 오르는 것은 물론, 전체 영화 순위 2위를 차지하는 등 또 한 번 ‘킹덤’ 시리즈의 힘을 입증했다.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김은희 작가는 쏟아지는 호평에 “설레면서도 다음 시즌을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킹덤: 아신전’. /넷플릭스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킹덤: 아신전’. /넷플릭스

-시리즈에 이어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까지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여전히 겁쟁이라 많이 찾아보진 못하고 있는데, 넷플릭스 측에게 80개국에서 TOP10에 들고, 전 세계 영화 순위 2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킹덤’ 시리즈는 완성됐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은 작품이다. 설레면서도 다음 시즌을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 이번 에피소드의 역할은 무엇인가.
“시즌3에 주요인물과 동떨어진 낯선 인물들이 갑자기 출연하면 거부감이 들 수 있지 않을까 걱정되는 점이 있었다. 특히 주요인물 아신과 아이다간(구교환 분)에 대한 소개가 필요했다. 이들이 한 번 역병을 이겨냈던 인물과 만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그런 부분에서 거부감 없이 시리즈를 연결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구성하게 됐다.” 

-‘킹덤: 아신전’을 떠올리게 된 시작이 궁금하다. 
“생사초가 찬 기운을 좋아하는 풀이라는 걸 생각하다 보니 북방에 기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북방에 대한 지형과 생태 등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우연히 폐사군에 대해 알게 됐다. 세종시절 개척한 4군 6진이 세조 때 관리와 방어의 이유로 폐해졌다는 기록이 있더라. 고작 그런 이유로 그 넓은 땅을 포기했다는 것이 납득 가지 않았고 수비의 어려움만이 이유였을까 하는 상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100년 동안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폐사군에서 생사초가 피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이전 시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즌1‧2 같은 경우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면서 서로 간의 감정을 주고받으며 성장한다. 하지만 ‘아신전’은 아신의 감정을 위해 달렸던 시리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시즌에 비해 어둡고, 날이 서있는 느낌이다. 내가 그동안 했던 다른 드라마들은 카타르시스나 희망을 전하고 싶었는데, ‘아신전’은 유독 어두운 이야기가 된 것 같다. 피지배계층의 한에 대한 이야기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그래서 쓸 때 많이 힘들었다. 감정적인 소모도 컸고.”

‘킹덤: 아신전’에서 아신을 연기한 전지현.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에서 아신을 연기한 전지현. /넷플릭스

-아신이란 인물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 
“시즌1‧2에서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는데, 시즌3에서도 그 고민이 계속될 것 같았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입장에서 나라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해나가는 건데, 잘못된 정치로 고통받는 건 피지배계층이지 않나. 가장 큰 아픔과 한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물을 통해 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민치록을 통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민치록은 강직한 충성심을 가진 무장이라고 생각해왔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반역의 깃발을 올리지 못하는 혜원 조씨에 대한 조사도 강행할 수 있는 인물. 안현 대감과도 궤를 같이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흐트러짐이 없던 안현마저 조선의 위기가 온다면 그렇게 지키고 싶었던 백성을 희생시키지 않나. 그리고 죄책감을 안고 책임을 떠안으면서 죽음으로 죄책감을 조금은 덜게 된다. 시즌3에서 민치록의 죄책감이 어떤 방식으로 발현될지 기대하면 좋을 듯하다.”

​‘킹덤: 아신전’에서 민치록으로 분한 박병은.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에서 민치록으로 분한 박병은.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이 앞으로 ‘킹덤’ 세계관에 어떤 영향을 줄까. 
“아신 캐릭터 소개도 있지만, 폐사군이라는 공간에 대한 소개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주배경이 되는 장소이기도 하고, 생사초에 많은 비밀들이 숨어있고, 그것 때문에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시즌2 말미 등장한 어린 왕에게 생사역이 왜 발현되지 않고 몸 안에 벌레가 남아있는지에 대한 비밀과 열을 싫어하는 생사초가 열을 가하면 왜 감염되는지 등이  폐사군 안에서 설명된다. 그게 앞으로 퍼지는 역병을 막거나 저해시키는데 중요한 키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은희 작가의 작품에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나 인간의 이기심 등이 녹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 혹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사실 각 이야기들마다 하고자 하는 바의 이야기는 달랐다. 예를 들자면 ‘사인’이라는 경우에는 죽은 사람에 대한 진정한 애도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었고, ‘시그널’은 미제 사건의 아픔에 대한 치유를 풀어내고 싶었다. ‘킹덤’은 각 시리즈마다 다르지만 배고픔, 피, 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느꼈다면 결국엔 내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이 아마 그런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기적이지 않고 공존하며 상생하는 그런 사회를 꿈꿔서 본능적으로 이야기의 방향이 그렇게 가지 않았을까 싶다.”

매 작품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은희. /넷플릭스​​
매 작품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은희. /넷플릭스​​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한다는 게 쉽지 않은 과정일 텐데, 슬럼프에 빠진 적은 없나.
“슬럼프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힘든 것 같다. 글쓰기를 관둬야 하는 게 아닌가 왜 이렇게 안 나오지 은퇴를 해야 하나 매번 생각한다. ‘은퇴해야 할까 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언제나 힘들고 언제나 슬럼프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 믿을 수 있는 건 좋은 파트너들과의 협업이다. 그런 과정이 좋은 기운으로 다시 작용한다. 다 쓰고 나면 힘들었던 걸 다 까먹고 다시 써야지 그런 느낌이 든다.” 

-더 큰 세계관 확장을 위해 작가를 보충하거나, 할리우드처럼 여러 작가와 협업하는 시스템을 고려해보진 않았나.  
“정말 작가팀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혼자 쓰다가 말라 비틀어 죽을 거 같다. 그전에도 몇 번 시도하긴 했는데, 하고 싶다고 해서 불쑥 만들어지는 게 아니더라. 오랜 시간을 들여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유용한 작가님들이 굳이 하고 싶지 않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래서 시간을 두고 이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 가면 좋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꼭 작가팀과 같이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남편 장항준 감독이 ‘킹덤’을 연출했다면 어떤 작품이 됐을까. 이번 시리즈를 하며 조언을 얻기도 했나.
“장항준 감독이 했으면 아마 3부로 끝나지 않았을까. 체력이 약한 사람이라 중간에 실려 가서 더 이상 연출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웃음) 요즘 장항준 감독이 자기 일이 바빠서 그런지 영혼 없는 멘트를 한다. ‘뭐가 고민돼, 잘 할 거야’ 하며 영혼 없는 조언들을 많이 하는데, 가끔은 그렇게 툭툭 내뱉는 말 한마디가 나를 이해해 주는 마지막 사람이 있구나 가족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하더라.” 

-시리즈에 대한 호평을 얻을수록 부담감도 클 것 같다.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정말 부담감이 대단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많고 ‘킹덤’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도 크셔서 부담감이 없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글을 쓰면서도 고민이 많긴 한데 그 부담감을 오히려 긍정적인 동력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너무 힘들거나 안 풀릴 때 그냥 가면 안 될까 하다가도 그래도 ‘킹덤’인데 더 해야지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제작진도 그렇고 배우들도 그렇고 부담감과 함께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부담감이라면 긍정적인 기운으로 바꾸자 하며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