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혁 회장이 이끄는 현대코퍼레이션이 2분기 및 상반기에도 다소 지지부진한 실적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코퍼레이션
정몽혁 회장이 이끄는 현대코퍼레이션이 2분기 및 상반기에도 다소 지지부진한 실적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코퍼레이션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범 현대가 일원인 정몽혁 회장이 이끄는 현대코퍼레이션(옛 현대종합상사)의 실적 회복세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운대란이란 악재가 계속되며 전망 또한 먹구름이 낀 모습이다. 올해 사명 변경까지 단행하며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던 정몽혁 회장이 무거운 발걸음을 이어가게 됐다. 

◇ 아쉬움 남는 2분기·상반기 실적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 4일, 2분기 연결기준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코퍼레이션은 2분기 8,156억원의 매출액과 67억원의 영업이익, 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 대비 32.7%, 앞선 1분기 대비 8.42%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상반기 매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5% 소폭 증가했다.

2분기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76.65% 증가한 수치다. 다만,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69%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또한 분기 기준 29.1%, 반기 기준 13.8%의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2011년~2014년 연간 매출액이 5조원대를 훌쩍 넘겼고, 비교적 최근인 2017년~2019년에도 4조원대 매출액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매출액이 2조8,00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또한 2018년 505억원, 2019년 435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도 지난해 332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어 올해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를 받았으나 다소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1분기에 크게 미치지 못했고, 2분기 실적 역시 기대했던 것만큼의 회복은 나타나지 않았다. 현대코퍼레이션의 2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가의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매출액 9,400억원대, 영업이익 80억원대, 당기순이익 90억원대였다.

대신증권은 앞서 지난 3일 증권가 컨센서스보다 보수적인 실적 전망치를 내놓으며 현대코퍼레이션의 목표주가를 기존 2만5,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8% 하향조정한 바 있다. 실제 발표된 현대코퍼레이션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대신증권의 전망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같은 더딘 실적 회복세는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해운 물류대란이 지속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같은 ‘해운대란’ 악재가 당장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장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이 노사갈등을 빚으며 파업 위기를 마주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운업계 전반에 대한 담합 과징금 부과도 추진되고 있다. 

◇ 분주한 사업다각화 행보, 실적 회복 뒷받침 필요

현대코퍼레이션의 지지부진한 실적 회복세는 새로운 도약의 깃발을 든 정몽혁 회장의 발걸음 또한 무겁게 만들 전망이다.

정몽혁 회장은 최근 기존 종합무역상사의 울타리를 넘어 사업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량용 알루미늄 단조 부품 개발 및 합작 사업을 지난해부터 본격 시작했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도 진출해 국내와 일본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또한 식음료 사업 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고, 물류사업을 전담할 현대네비스도 지난해 독립 출범시켰다.

올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아예 사명 변경을 단행하며 새로운 도약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조했다. 지난 5월엔 현대자동차의 1차 부품협력사 신기인터모빌의 지분 70%를 인수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몽혁 회장이 이처럼 보폭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한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몽혁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다섯째 동생인 고(故) 장신영 씨의 장남으로 어린 나이에 부친을 여읜 바 있다. 이후 그는 범 현대가 전반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경영 일선에서 활동했으나 확고한 입지 구축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현재 현대코퍼레이션을 기반으로 현대중공업그룹에 계열분리해 독자적 행보를 걷고 있는 것 역시 범 현대가의 도움이 컸다. 

그런데 현대그룹의 수출 창구 역할에서 출발한 현대코퍼레이션의 사업은 여전히 범 현대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때문에 정몽혁 회장이 추진 중인 사업다각화는 범 현대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나아가 자신을 향한 ‘비운의 황태자’라는 꼬리표를 떨쳐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도약에 나선 중요한 시기에 다소 지지부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코퍼레이션이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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