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교내 기숙사 휴게실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죽음을 맞았다. 2019년 8월 9일 서울대 공학관 직원 휴게실에서 한 노동자가 숨진 지 2년 만에 또 다시 일어난 비극이었다. 노동계에선 노동환경의 열악한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비극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시사위크>에선 청소노동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며, 노동현실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청소 노동자들은 의료·방역진 못지않게 ‘감염병 확산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청소노동자들이 사라진 세상을 한 번 상상해보자. 우리가 오갔던 거리, 지하철, 회사, 학교, 병원, 집 밖에 풍경이 어떻게 변할까. 그들이 단 하루만 자리를 비워도 금세 우리 주변엔 쓰레기와 먼지, 오물이 넘쳐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시민의 건강을 해치고 나아가 사회 질서를 흔든다. 청소는 우리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노동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청소 노동자들은 의료·방역진 못지않게 ‘감염병 확산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노동계와 학계에선 설명한다. 

◇ 코로나19 사태 후 높아진 업무강도… “보수는 여전히 최저임금”

그런데 우리 사회는 청소노동자에게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하고 있을까. 앞서 살펴본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 차별 문제를 짚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지난 6월 김영 부산대 교수는 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의 노동경험과 감염경험에 대한 조사를 통해 팬데믹 재난이 노동시장의 복합적 차별을 어떻게 관통하는지를 분석해 ‘복합적 차별과 코로나19 감염위험’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은 감염공포와 노동 강도 증가, 새로운 업무 추가, 감염 안전조치 배제 등의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인터뷰한 다수의 청소노동자들도 “코로나19 이후로 업무 강도가 증가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 대학 청소노동자는 “바닥에 떨어진 마스크를 주울 때도 있는데, 바이러스가 있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김영 교수는 청소노동자들이 처한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교수는 지난 5일 <시사위크>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받고 있다”며 “쓰레기와 오염물을 제거하는, 남들보다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그들이 받고 있는 것은 최저임금이다. 그런데 사업주들은 이러한 최저임금을 도깨비방망이 취급까지 하고 있다. 최저임금만 쥐어주고 뭐든지 하라고 시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김 교수는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보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위생수당’ 지급 방안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청소노동사들 임금항목에 위생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다른 사람들이 하기 힘들거나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이에 맞는 임금적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소규모 사업장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병원이나 대학 등 대규모 인원을 고용하는 사업장에선 이 같은 위생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를 위해 정확한 실태 파악부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및 보호를 위해) 법적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청소노동자들의 현재 노동환경 상태가 어떤지, 어떤 부담을 지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인 실태조사 및 점검 체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위생수당 신설 등 임금구조 개선 방안 필요”

합리적인 근거를 통해 업무지시를 시키는 노무관리 문화도 절실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고용주들은 청소노동자들의 업무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지 못한다”며 “예컨대 노동자들이 50리터의 쓰레기봉투를 하루에 몇 개나 옮기는지, 코로나19로 업무가 얼마나 더 늘었는지, 그것이 노동자에게 어떤 부담을 주고 있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그저 내 눈에 더러우면 ‘이거 하세요. 저거 하세요’ 시키는 식의 주먹구구식 업무지시가 대부분이다.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업무를 지시하는 풍토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영 부산대 사회학 교수는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보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위생수당’ 지급 방안을 제안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괴롭힘 등 갑질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노동조합을 통해 문제 고발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해결까지 진통이 겪는 사례가 상당하다. 아울러 사업장 내 고충 신고창구가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더구나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청소 노동자들은 직장 내 갑질 피해를 당해도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고충상담 핫라인을 만들어 적극적인 캠페인을 통해 알리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회사 내 고충상담 창구를 통해 문제를 호소할 수 것 외에 외부 창구도 필요하다”며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운영하는 핫라인을 통해 익명으로 고충상담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존중 문화 수립도 중요한 과제로 지목된다. 김 교수는 현재 일반 시민이 누리는 쾌적함과 안전함이 누구의 노동의 산물인지를 우리 사회가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같이 마실 물에 독을 타는 행위’와 같은 차별과 불평등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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