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준이 영화 ‘싱크홀’(감독 김지훈)로 관객 앞에 섰다. /쇼박스
배우 김혜준이 영화 ‘싱크홀’(감독 김지훈)로 관객 앞에 섰다.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김혜준이 다시 한 번 자신의 영역을 확장했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현실적이고 평범한 청춘의 얼굴로 돌아와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첫 재난물 도전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치며 존재감을 뽐낸다. 영화 ‘싱크홀’(감독 김지훈)을 통해서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상황을 담은 재난물이다. 영화 ‘화려한 휴가’(2007), 영화 ‘타워’(2012) 등을 연출한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한국영화 최초로 지하 500m 싱크홀의 세계를 스크린에 펼쳐냈다. 

극 중 김혜준은 열정과 의욕이 넘치는 3개월 차 인턴사원 은주로 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리즈로 전 세계를 사로잡고, 영화 ‘미성년’(2019)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굳힌 그는 첫 재난물인 ‘싱크홀’에서 전작과는 전혀 다른 반전 매력으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김혜준은 최근 진행된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오늘(11일) 개봉한 ‘싱크홀’에 관한 것부터 배우로서의 고민과 연기에 대한 열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데뷔 후 첫 재난물에 도전한 김혜준. /쇼박스​
데뷔 후 첫 재난물에 도전한 김혜준. /쇼박스​

“첫 재난물 도전… 신선한 소재 끌렸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김혜준은 ‘싱크홀’을 통해 첫 재난물에 도전했다. 그는 “싱크홀이라는 소재 자체가 신선했다”며 “또 재난 상황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많은 상황들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신선하고 유쾌하게 다가왔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촬영 전 겪어보지 못한 재난 상황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고민이 됐다는 김혜준은 실감 나게 구현된 거대 세트장과 제작진의 배려로 첫 재난물 도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실제 같은 상황을 세트로 잘 구현해 주셔서 연기할 때 많은 도움을 받으며 촬영할 수 있었고, 어느 현장보다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다치거나 무리가 되지 않았다”면서 “물론 재난물이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금방 잘 회복하면서 찍을 수 있었다”며 제작진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싱크홀’은 평범한 소시민이 재난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유쾌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그려내 호평을 얻고 있다. 김혜준은 “유쾌한 매력이 우리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힘든 시기에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위로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싱크홀’에서 사회초년생 은주로 분한 김혜준 스틸컷. /쇼박스
‘싱크홀’에서 사회초년생 은주로 분한 김혜준 스틸컷. /쇼박스

“실제 인턴사원 만나 조언 얻으며 캐릭터 구축” 

김혜준이 연기한 은주는 직장 상사 동원(김성균 분)의 자가 취득을 축하하기 위해 집들이에 갔다가 빌라 한 동과 함께 싱크홀 아래로 추락하는 인물이다. 절망적인 상황, 모두가 당황하는 와중에도 은주는 의연한 모습을 보이며 숨겨왔던 에이스 면모를 드러낸다. 

은주는 ‘킹덤’ 시리즈의 야망과 욕망에 사로잡힌 중전부터 ‘미성년’ 속 ‘엄칠딸’ 10대 주리까지, 그동안 김혜준이 보여준 것과는 다른 결의 캐릭터로, 가장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인물이다. 김혜준은 “내 나이대의 인물을 연기해서 공감이 많이 됐다”며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고충이나 힘듦을 은주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혜준은 촬영 당시 ‘싱크홀’ 배급사 쇼박스에 근무 중이던 인턴사원을 직접 만나 조언을 구하는 등 남다른 노력으로 더욱 현실적인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는 “촬영장에서 내가 아무리 막내 생활을 하고 사회생활을 했어도 실제 회사 인턴과는 다르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실제 인턴과 인터뷰를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은주의 독특한 말투는 김혜준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긴장을 하면 나도 모르게 ‘다나까’체를 쓴다”며 “은주도 예의 바르고 원리 원칙을 따지는 인물이기 때문에 긴장하거나 긴박한 상황에서 그런 말투를 쓰지 않을까 싶어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모든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해쳐나가기 위해 하나하나 해나가는 느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언급했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김혜준. /쇼박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김혜준. /쇼박스​

“역할 커질수록 부담감과 책임감 갖고 연기해야”

김혜준은 차승원‧김성균‧이광수 등 선배 배우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익숙하게 편안하게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현장에 나와 보니 더 열정적이고 더 솔선수범하고 모든 걸 쏟아내시더라”면서 “그런 모습을 보며 후배로서 반성도 많이 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열정과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들어줬다”고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김혜준은 2015년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으로 데뷔한 뒤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 영화 ‘미성년’ ‘변신’(2019), 드라마 ‘십시일반’(2020)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고 있다. 영화 ‘싱크홀’에 이어 오는 10월 방영 예정인 드라마 ‘구경이’까지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어느덧 데뷔 7년 차가 된 그는 “내가 해야 할 것만 보는데 급급했다면, 조금은 상대를 더 파악하려고 하고 보는 범위를 넓혀가려고 하는 것 같다”며 “지금도 완벽하게 전체를 보지 못하지만, 시야를 넓혀가려고 하는 여유가 생기는 걸 보면서 그래도 내가 경험하면서 성장하고 있구나 느꼈다”고 자평했다. 

작품에서 자신이 해야 할 몫이 점점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김혜준은 “롤이 커지면 부담감도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연기하는 것에 있어 책임의식을 갖고, 부담감을 어느 정도 느끼면서 연기해야 한다. 물론 현장에서는 즐겁게 털어내면서 하는 편”이라고 현답을 내놨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게 될 김혜준은 ‘겸손한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데뷔 초에도 지금도 그 마음엔 변함이 없다. “항상 겸손하자는 강박관념이 있다. 현장에서 좋은 선배들을 만나면서 좋은 사람이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확고해지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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