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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밖 아이들
[스크린 밖 아이들③]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2021. 08. 16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아역배우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제작환경이 갖춰져야할까. /픽사베이
아역배우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제작 환경이 갖춰져야 할까. /픽사베이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덕성여대 심리학과 김소연 교수는 폭력적인 미디어에 노출되는 아역 배우들의 정서 보호를 위해 연령에 맞는 지속적인 심리 상담은 물론, 현재 심리 상태와 발달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교수는 최근 <시사위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폭력적인 상황에 자주 노출되는 것은 아동 및 청소년의 정서와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해외 연구에 따르면, 폭력적인 미디어나 비디오 게임 등에 노출된 아동들이 공격적인 행동 빈도가 증가하고 학업 성취도가 낮아지는 등의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교수는 “이러한 영향은 아동의 연령과 기질, 환경 등의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역 배우 개개인의 △연령 △기질 △미시적‧거시적 환경 △유전적 영향 등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리 상담에 앞서 ‘아동심리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심리평가란 개인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특성을 이해하고 추론, 예측하기 위한 전문적인 과정이다. 최근에는 정상 발달을 보이는 아동의 경우에도 아동의 발달 과정과 현 상태를 이해하기 위한 심리평가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김소연 교수가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덕성여대 발달지원상담센터에도 심리평가를 받으러 오는 아동들의 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김 교수는 “심리 상담의 첫 번째 단계는 아동심리평가”라며 “사전 종합심리검사를 통해 아동의 취약성과 탄력성 등을 미리 파악한 후 배역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폭력적인 미디어에서 배역을 맡은 아동들이 심리적 문제를 보이게 된다면, 배역 출연 이전에 받은 ‘사전’ 종합심리검사의 결과를 토대로 ‘사후’ 종합심리검사가 진행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사전’ ‘사후’ 종합심리검사의 결과를 비교, 분석한 뒤 적절한 상담 및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후에만 검사를 한다면 그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고, 배역 출연 때문에 정서나 인지, 사회성 발달 문제가 생겼다고 귀인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사후 관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아역 배우들이 배역을 할 당시 어린 연령일지라도, 수 년 후 후기 아동기나 청소년기가 됐을 때 본인이 출연한 미디어를 감상하거나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김 교수는 “아동이 무방비로 원 자료에 노출이 된다면 정서적인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며 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촬영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인 팔로우업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아직 발달하고 있는 연령임을 고려해 다른 가능성과 역량을 키워주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무리 프로의식을 갖고 작품에 임하는 아역배우들이라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만 치우쳐 꿈을 설정하는 것은 아이들의 전인격적 성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김 교수는 “학령기 아동들은 학교에 잘 적응하며 또래들과 상호 교류하면서 정서 및 사회성을 발달시켜야 하는 연령이고, 최소한의 학업성취는 학교 적응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성장기 아역배우들에게 학업성취 및 사회성 발달이 간과되는 것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김소연 교수는 아역배우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전 심리평가의 의무화 △사후 팔로업 △심리상담 및 치료 제공 등에 대한 법적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특히 현재 발달지원 상담센터에서 교육부와 업무협약(MOU) 등을 맺고 정서 및 인지학습치료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업무 협약이 공식적으로 이뤄져 아동에 대한 평가와 개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각 아동에 대한 이해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고 문제가 발생할 시 즉각적 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동의 정서와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역배우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이 만들어져야할까. 사진은 ‘아이들은 즐겁다’ 스틸컷 /CJ ENM
 현장 전문가를 투입한 ‘아이들은 즐겁다’ /CJ ENM

◇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과 가이드라인 적용 시급”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한솔 이사는 처벌규정을 포함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아역배우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샤프롱 제도’나 인권감독관 등 현장 전문가 투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방송사 및 미디어 산업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및 취약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복지 증진, 낡은 방송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해 설립된 단체로, 실태 파악‧정책 개발‧제도 개선‧인식 개선 등의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18년부터 공동행동 단체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팝업’(이하 팝업)을 만들어,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한 활동도 진행 중이다. 

이한솔 이사는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미래의 성공을 담보로 잡혀 있기 때문에 권리 주장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아동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은 현장에서 철저한 을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으며 “성인도 버티기 힘든 방송 현장의 고강도 노동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아동 청소년 권리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팝업이 출범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팝업은 2019년 12월 카카오 ‘같이가치’ 온라인 캠페인(국민 프로텍터)을 시작으로, 거리 캠페인‧오프라인 광고‧현장 간담회‧제작시스템 가이드라인 배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아동·청소년 연예인 인권 보호를 위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활동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한솔 이사는 “현재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에 제도는 선언적 의미에 그친다”며 “촬영진의 감수성에 따라 천차만별로 보호 수준이 다르다. 이에 법 개정과 가이드라인 적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건강검사 및 심리상담, 심리치료 의무화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중문화예술용역제공 시간 제한 및 야간 용역 제공 제한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결석일수 제한, 학교 수업 불참 강요 및 중도자퇴 강요 금지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다이어트 및 성형수술 강요, 폭언·폭행·성희롱 행위, 악천후 등으로 인하여 보건상·안전상 위험의 우려가 있는 경우인데도 대중문화예술용역을 제공하게 하는 등의 권익침해 행위 금지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재산권 보장을 위한 신탁제도 도입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아동인권보호관 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한솔 이사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인권감수성이 부족하고, 고강도 촬영 스케줄에서 아동 청소년이 고려될 수 있는 제작 시스템과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이라며 “△고강도 노동 △학습권 침해 △신체‧마음 건강 보호를 위한 조치 의무 등을 구체화하고 처벌규정을 포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이사는 현장에서 아동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으로 ‘샤프롱 제도’다. ‘샤프롱’(chaperon)은 과거 젊은 여성이 사교장에 나갈 때 따라가 보살펴 주는 사람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현재는 아역배우를 전담 관리하는 스태프를 일컫는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샤프롱 제도’가 자리매김했고, 국내에서는 2013년 첫 도입됐는데 뮤지컬 등 주로 공연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한솔 이사는 미디어 현장에서도 ‘샤프롱 제도’가 자리잡아야 한다면서 “스스로 권리 주장을 하기 힘든 아동청소년들을 위해 샤프롱 제도와 인권감독관 현장 파견 등 제3자 전문가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