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델초이스 10’ 선정작 10편. /네이버영화
‘벡델초이스 10’ 선정작 10편. /네이버영화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속 성평등을 보여주는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10편의 영화가 공개됐다. 

17일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주최‧주관하는 ‘벡델데이 2021’ 측은 올해 ‘성평등주간’(9월 1일~7일)을 맞아 2020년 7월 1일부터 2021년 6월 30일까지의 개봉작을 대상으로 ‘벡델 테스트’(Bechdel Test)를 통과한 10개의 작품 ‘벡델초이스 10’을 선정, 발표했다. 

본심 심사는 김동령·신아가·조원희 감독, 배우 봉태규, 최정화 PGK 대표, 권김현영 여성학자, 함연선 평론가, 그리고 지난해 ‘벡델리안’ 선정자인 이동하 제작자와 이보람 작가까지 총 9명의 심사위원이 진행했다.

‘벡델 테스트’는 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남성 중심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계량하기 위해 고안한 영화 성평등 테스트다.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려면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 명 이상 나올 것 △이들이 서로 대화할 것 △대화 내용에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을 것 등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이번 ‘벡델초이스 10’ 선정작은 ‘벡델 테스트’의 3가지 기준에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4개 항목을 추가한 총 7가지 기준을 적용했다. 추가된 기준은 △감독·제작자·시나리오 작가·촬영감독 중 1명 이상이 여성 영화인일 것 △여성 단독 주인공 영화이거나 남성 주인공과 여성 주인공의 역할 비중이 동등할 것 △여성 캐릭터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재현되지 않을 것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시선을 담지 않을 것 등이다. 

7가지 기준을 모두 통과해 ‘벡델초이스 10’에 선정된 작품은 △‘69세’(감독 임선애)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감독 이태겸) △‘남매의 여름밤’(감독 윤단비)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 △‘디바’(감독 조슬예) △‘빛과 철’(감독 배종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 모교’(감독 이미영) △‘콜’(감독 이충현)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 등 10편이다. 

심사위원들은 “벡델데이가 제시한 새로운 기준 7가지 모두를 통과할 수 있는 작품이 극히 드물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계가 여전히 시대가 요구하는 성평등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별 고정관념에 머물지 않으려는 인물과 이야기들이 독립영화뿐 아니라 상업영화 내에서도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영화계 각 분야를 대표하는 심사위원들은 최종 10개의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과연 영화의 성평등적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영화의 내용과 형식, 산업적 측면까지 포함하여 치열하게 논의했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벡델데이’는 양성평등주간의 첫 영화 관련 행사로, 향후 한국영화가 보다 평등한 성별 재현을 하도록 돕고,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자 기획됐다. 지난해 9월 ‘벡델 초이스 10’ 선정과 ‘벡델리안’ 시상 등을 진행하며 성공리에 개최됐다. 

올해로 2회를 맞은 ‘벡델데이 2021’은 ‘허스토리’ 민규동 감독이 조직위원장, ‘화차’ 변영주 감독이 집행위원장을 맡고,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 ‘69세’ 임선애 감독, ‘아워 바디’ 한가람 감독이 프로그래머로 참여한다. 오는 9월 4일 개최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