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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류법안 해법탐구 프로젝트
[국회 계류 쟁점법안-인사청문회법①] 여야 입장 따라 '손바닥 뒤집기'
2021. 08. 17 by 김희원 기자 bkh1121@sisaweek.com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폐기된 법안이 1만5,000여건에 달한다. 이 중에는 법안이 통과될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처럼 많은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는 이유는 이해당자들간의 첨예한 대립 때문이다. 일부 법안은 이해당사자들의 물밑 로비로 논의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폐기되기 일쑤다. <시사위크>는 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왜 처리되지 못했는지 그 과정을 쫓고자 한다. 법안이 발의된 배경과 국회에서 왜 잠만 자야 하는지를 추적했다.

*도덕성·사생활 검증 비공개 관련 인사청문회법 개정안/그래픽=김상석 기자
도덕성·사생활 검증 비공개 관련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실시된 지 올해로 21년의 시간이 흘렀다. 인사청문회는 지난 2000년 6월 16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청문회 대상은 제도 도입 초기에는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대법관 13명과 함께 국회가 선출권을 갖는 헌법재판관 3명·중앙선관위원 3명 등 23명이었다.

이후 여러 차례 인사청문회법 개정 절차를 거치며 인사청문 대상은 확대됐다. 2003년 국회에서 청문 대상에 국정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됐다. 2005년에는 모든 국무위원,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이후 합동참모본부 의장, 방송통신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금융위원회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등도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됐다.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가 적합한 직무 능력과 자질, 도덕성을 갖췄는지 국민 앞에서 검증하는 제도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청문회가 여야의 정쟁 도구로 전락하고 지나친 인신공격에 매몰되면서 ‘신상털기식’ 청문회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개정안도 다수 발의됐지만 어느 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이해 관계가 엇갈리면서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당이었을 때는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야당이 되면 입장이 돌변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주로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도덕성이나 사생활 검증을 비공개로 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이 여당에서 발의됐다.

◇ 21대 국회서도 3건 개정안 발의

19대 국회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이 같은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19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 장윤석·김영우·윤명희·강은희·권성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5개의 개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교체된 20대 국회에서도 5개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문희상·정성호·이원욱·이석현 의원과 새누리당 윤한홍 의원이 도덕성이나 사생활 검증을 비공개로 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역시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역시 비슷한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3건 발의돼 있는 상태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지난해 7월 같은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 의원의 개정안은 공직후보자에 대한 비공개 사전 도덕성 검증을 목적으로 하는 ‘예비심사소위원회’ 신설이 주요 골자다. 정 의원은 17일 개정안 발의 이유에 대해 “현행 인사청문 제도가 신상털기식 청문회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다수”라며 “유능한 인재의 공직 기피 현상 심화, 청문회가 정쟁 수단으로 활용되는 현상을 지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흠집내기 청문회를 막고, 예비심사소위원회를 통해 심도 있는 도덕성 검증을 하도록 해 업무능력과 자질검증이라는 인사청문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발의안 개정안에는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해 실시하도록 하고, 공직윤리청문회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홍 의원은 “인사청문회가 해가 거듭될수록 과도한 인신공격, 신상털기로 과열돼 자질과 역량 검증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해 왔고 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라며 “또 정치불신을 조장하고, 공직기피 현상도 확산되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또한 여야 대립과 국회 파행의 원천이 되고 있다. 절차와 운영의 미숙에 따른 부실 검증의 문제도 적지 않다”면서 “인사청문회를 윤리, 역량청문회로 분리하는 정상화는 최우선적 정치개혁 과제”라고 강조했다.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방부 장관과 합동참모의장의 인사청문회를 공개 공직역량청문회와 비공개 공직윤리청문회로 분리해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 발의 이유에 대해 “최근 인신공격 또는 신상털기로 인해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국방부장관과 합동참모의장의 인사청문회는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해 청문회의 전체 과정이 여과 없이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이번에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깜깜이 청문회’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성호 의원은 이와 관련 “예비심사의 경과와 결과는 인사청문위원회에 보고되기 때문에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며, 근거 없는 흠집 내기나 신상털기가 소위를 통해 여과되는 효과가 있다”면서 ‘깜깜이 청문회’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정 의원은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여야합의가 필요하나, 역대 국회에서 여야 위치에 따라 인사청문회법 개정에 대한 입장도 바뀌어 왔다”면서 “좋은 인재 발탁을 위해서는 정파적 대립을 지양하고, 여야가 역지사지의 자세로 청문회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