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습도 다소 높음’(감독 고봉수)이 극장가에 웃음을 선사할 수 있을까.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영화 ‘습도 다소 높음’(감독 고봉수)이 극장가에 웃음을 선사할 수 있을까.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무더운 여름날 이희준 감독의 신작 ‘젊은 그대’ 시사회를 보기 위해 관객들이 극장에 모여든다. 하지만 긴축경영으로 에어컨 가동을 거부한 극장은 관객들이 뿜어내는 고온의 짜증으로 더욱더 다습해져 가고, 그저 쾌적하고 싶을 뿐인 관객들은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습도의 폭격에 돌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 ‘습도 다소 높음’(감독 고봉수)은 극한의 습도가 엄습해온 어느 여름날, 에어컨을 꺼버린 극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다. 영화 ‘델타 보이즈’ ‘튼튼이의 모험’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고봉수 감독의 신작으로, 배우 백승환‧김충길‧신민재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과 연기파 배우 이희준이 뭉쳐 유쾌한 시너지를 완성한다. 

다채로운 매력으로 ‘습도 다소 높음’을 채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희준‧김충길‧차유미‧신민재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다채로운 매력으로 ‘습도 다소 높음’을 채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희준‧김충길‧차유미‧신민재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영화는 코로나19 시대 속 존폐 위기에 놓인 낭만극장에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해프닝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특히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과 대사들로 공감과 웃음을 선사하는데, 극영화인지 다큐멘터리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첫 만남에서 30분이나 늦게 나타난 것도 모자라 극한의 더위 속에서 택시비를 아끼는 소개팅남, 진상 고객에 맞서 꿋꿋하게 방역 수칙을 부르짖으며 고군분투하는 아르바이트생의 모습 등 마치 주변 일처럼 느껴지는 하이퍼리얼리즘 스토리로 러닝타임을 꽉 채운다.

여기에 유명세를 들먹이며 출입명부 기재를 거부하는 영화감독부터 재정난을 핑계로 에어컨 가동을 거부한 사장까지 코로나19 시국 속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진상’ 형태가 리얼하게 펼쳐져 흥미를 유발한다. 

‘습도 다소 높음’에서 활약한 백승환(위)과 고주환.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습도 다소 높음’에서 활약한 백승환(위)과 고주환.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이들의 ‘진상’ 행태가 비호감으로 비치지 않는다는 것도 좋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극장을 어떻게든 지켜내려는 사장과 아르바이트생, 관객과 단절된 독립영화시장의 상황에서 오롯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무명배우 등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의 상황 속에서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힘든 시기를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우리 모두와 오버랩 되며 뭉클함을 안기기도 한다.   

배우들의 활약은 더할 나위 없다. ‘고봉수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 백승환‧김충길‧신민재부터 차유미‧고주환까지 신선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마스크와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 극을 빈틈없이 채운다. 이희준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자아도취에 빠진 C급 영화감독 희준으로 분해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에 현실감을 더한다. 러닝타임 77분, 오는 9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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