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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개정′ 목소리①-강은미] ″구멍 숭숭 뚫린 법안 개정 필요″
2021. 08. 23 by 권신구 기자 sgkwon28@sisaweek.com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중대재해법 개정안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에 대해 ″ 중대재해법이 마련되었음에도 적용이 되지 않고 위험한 상황도 개선되지 않으니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저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제정되는 이 자리가 결코 웃을 수 없는 서글픈 자리가 됐음을 국민 여러분께 고백합니다.”

중대재해법을 발의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1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반대 토론자로 나섰다. 단식 투쟁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등 천신만고 끝에 이뤄낸 성과였지만, 취지가 무색해진 ′빛바랜 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탄식이었다.

강 의원에게 당시의 아쉬움은 여전하다. 그는 <시사위크>와 서면인터뷰에서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까지도 차별하는 현실을 국회가 더 이상 용인하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력을 다해 제정법 통과라는 성과는 거뒀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법안이다 보니 마냥 환영할 수만도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법인에게는 최대 50억원까지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경영자의 책임을 강화해 산업재해를 예방한다는 차원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시행령을 마련, 23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3년 유예기간을 적용토록 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이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다. 경영계의 우려도 만만찮다. 경영계는 ‘경영책임자 의무‧책임 모호’, ‘중소 사업장의 어려움 가중’ 등을 이유로 법안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은 이같은 경영계의 비관론을 일축했다. 그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도 되기 전 개정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 법률 제정 시 문제점이 얼마나 많은가를 입증하는 것”이라며 “법 시행도 전에 광주 학동 붕괴사고 등이 이 법률로 처벌받기 어렵다는 게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이상 정치권이 물러나서는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강 의원은 “그동안 우리 사회는 기업이 노동자의 생명을 이윤과 맞바꿔 매년 2,400명 가량이 일하다 죽는 사회를 방치해 왔다”라며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 김용균, 평택항 이선호 등 청년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외면해 온 정치권과 무력한 법제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일문일답이다.

- 중대재해법 통과를 위해 단식 투쟁 등 고생이 많았다. 그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어떤 기분인가.

“정의당은 2020년 정기국회가 시작하자마자 9월 7일 국회 앞 1인 시위를 시작으로 12월 3일 로텐더홀 농성, 12월 11일에는 정의당과 제정운동본부가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올해 1월 8일 본회의가 열려 법이 통과될 때까지 긴급한 상황들이 수없이 일어났다. 저는 1월 2일, 단식 23일 차에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김용균 어머님과 이한빛 아버님 등이 그 엄동설한에 단식을 이어가는데 나만 빠져 있을 수 없었다. 다시 휠체어를 타고 그분들이 있는 농성장으로 갔다.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까지도 차별하는 현실을 국회가 더 이상 용인하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력을 다해 제정법 통과라는 성과는 거뒀다. 하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법안이다 보니 마냥 환영할 수만도 없게 되었다. 그래서 국회 본회의 통과 당시 참담한 심정으로 기권 토론을 했다.”

- ‘중대재해법 개정’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입법 과정에서 구멍이 숭숭 뚫린 채로 통과되었다. 그 결과 법안 논의 과정에서 경영책임자의 범위도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두었고, 처벌의 수준도 낮아지거나 없어졌다. 법 시행도 1년 뒤에나 되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유예,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 중대시민재해에 대한 정의도 협소해졌다. 법이 제정된 뒤에도 중대재해가 산업현장과 시민의 생활공간에서 끊이지 않고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중대재해법이 마련되었음에도 적용이 되질 않고 위험한 상황은 개선되지 않으니 매우 안타깝다.”

-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법안 논의 과정에서 안전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영책임자의 처벌 수위가 낮아졌다. 가장 큰 문제는 5인 미만의 사업장이 법 적용에서 제외되고, 50인 미만의 사업장이 적용 유예된 것이다. 전체 사업체 410만 개 중 5인 미만은 79.8%이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98.8%이다. 작년 중대재해사고 중 84.9%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났다. 

또한 이번 광주 건물 붕괴 참사의 경우도 중대시민재해이지만, 중대재해법에는 해당하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임을 확인했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사업, 사업장 원료, 제조물의 결함으로 이용자 등이 생명, 신체 안전′을 해하는 경우만 해당된다. 당초 저와 운동본부의 중대재해처벌법안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에서′ 그 종사자, 이용자, 그 밖의 사람의 생명신체 안전 또는 보건위생상 위해 방지를 위한 방지의무를 부여했으나, 법 제정 과정에서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뉘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 논의 과정서부터 ‘제대로 된 법안’이 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입법 과정에서 재계의 엄청난 입법로비가 있었다. 그렇다 보니 법 제정 과정에서 사업주의 처벌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에 골몰했고 법을 누더기로 만들었다.”

-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

“주목적은 작년에 제가 제출하고 10만 국민동의 청원으로 올라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복원으로, 애초의 법 제정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경영책임자 범위를 명확하게 해 안전보건업무 담당자에게 책임을 전가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 △5인 미만 사업장은 유예기간 삭제 또는 쪼개기 금지 등 신설 △50억 이하 건설공사 적용유예 폐지 △광주 학동 건물 붕괴사고와 같은 중대시민재해 적용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포괄적 정의 규정 필요다. 공중이용시설 범위에 있어 1,000제곱미터 미만 다중이용업 제외 문제, 공중교통수단 범위를 시외버스만 적용된 것을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도 적용대상에 넣도록 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벌금의 하한형을 복원하고, 공무원 처벌 조항도 다시 복원해야 한다.”

- 정의당은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법 적용이 제외되는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쪼개기 계약이 우려된다. 방지를 위해서라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이 되어야 하고, 쪼개기 금지를 위한 법 보완이 있어야 한다. 하청업체로 위험을 외주화하여 중대재해처벌법 허점을 회피하는 꼼수는 재해예방 문제를 넘어 노동기본권의 후퇴시키는 심각한 문제다.”

-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현실을 어떻게 진단을 하고 있는가.

“그동안 우리 사회는 기업이 노동자의 생명을 이윤과 맞바꿔 왔다. 매년 2,400명가량이 일하다 죽는 사회를 방치해왔다. 집으로 영영 돌아가지 못하는 비극의 이면에는 위험을 외주화하고 이윤추구를 위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까지 희생시키는 전근대적인 기업문화가 있다. 중대재해 예방 비용이 중대재해 처리 비용보다 적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의 김용균, 평택항의 이선호 등 청년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외면해온 정치권과 무력한 법제도 때문이다.”

- 산업재해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중대재해는 사전에 안전관리자, 신호수가 있었더라면, 추락방지를 위해 몇십만 원의 방호조치비용을 들였더라면, 몇만 원의 안전모가 주어졌더라면 하는 사고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기업은 이 이 비용조차 최소한으로 낮추고자 했고, 기존 법은 오히려 사고가 발생해도 기업을 보호했지 노동자 편에 서지 않았다.

중대재해법 제정의 취지는 사고가 나면 사업주를 처벌하자는 게 아니다. 이 법은 중대재해 발생한 기업을 처벌하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손익계산에 안전보건비용을 제대로 책정하고 경영책임자의 책임 범위에 노동자들의 생명안전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윤을 좇느라 노동자의 안전을 무시하면 절대 안 된다는 기업 윤리의식의 변화이다. 그런 면에서 안전의무를 위반한 기업에 강하게 책임을 물어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게 오히려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라 인식하도록 기업문화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
 
- 중대재해법 개정을 둘러싼 비판도 존재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개정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 법률 제정 시 문제점이 얼마나 많은 가를 입증하는 거다. 법 시행도 전에 광주 학동 붕괴사고와 같은 사고가 이 법률로 처벌받기 어려운 사고로 입증되었고, 또 어떤 중대재해 사례들이 나와서 제정된 법률의 허점으로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 없이 죽어갈지 모르는 일이다.”

- 개정안은 언제 발의할 계획인가. 

“개정 법률은 현재 준비 중이다. 법 제정 후 바로 법 개정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시행령에 위임한 것들에 대해 법을 보완하고, 제정법 취지에 부합한 시행령이 제정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시행령 역시 누구를 위한 시행령인가 의심할 만큼 부실하게 제정됐다. 중대재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 안전보건 의무를 방기한 실질적 책임자에게 무겁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에 맞게 법을 개정함과 동시에 추가 보완할 법률적 검토를 함께하겠다.”

- 중대재해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정치권의 협조를 어떻게 구할 생각인가.

“더불어민주당도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안다.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의하는 의원들과 함께하겠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산업안전을 전문으로 전담하는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을 추진하며 관련 법인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발의한 상태이다. 제대로 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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