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은 사람’(감독 정욱)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싸이더스
영화 ‘좋은 사람’(감독 정욱)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싸이더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고등학교 교사 경석(김태훈 분)의 반에서 지갑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같은 반 학생인 세익(이효제 분)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경석은 세익을 불러 어떤 말을 해도 믿을 테니 진실을 말하라고 하지만, 세익은 무조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날 밤, 학교에 데려왔던 경석의 딸 윤희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또다시 세익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영화 ‘좋은 사람’(감독 정욱)은 교실 도난 사건과 딸의 교통사고, 의심받고 있는 한 명의 학생 세익(이효제 분)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교사 경석(김태훈 분)이 의심과 믿음 속에 갇혀 딜레마에 빠지고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단편 ‘Family’(2012)로 제11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정욱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메가박스상 등 2관왕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탄탄한 스토리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좋은 사람’. /싸이더스
탄탄한 스토리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좋은 사람’. /싸이더스

빈틈이 없다. 도난 사건, 딸의 고통사고의 범인으로 제자 세익이 지목되며 믿음과 의심, 거짓과 진실 앞에 혼란을 겪게 되는 경석의 모습을 촘촘한 짜임새와 탄탄한 내러티브로 담아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진실의 끝엔 무엇이 있을지 호기심을 동력 삼아 힘 있게 나아간다. 비슷한 결의 영화가 결말에 다다라 맥이 풀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좋은 사람’은 끝까지 이야기의 힘을 잃지 않는다. 

‘좋은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다소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난해하거나 어렵지 않다. 그저 좋은 선생님, 좋은 아빠, 좋은 사람이고 싶었던 경석이 최선 혹은 차선의 선택을 하면 할수록 딜레마에 빠지는 모습에서 우리 자신을 충분히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은 누구이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누구에게도 완전히 ‘좋은 사람’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깊은 공감과 여운을 안긴다. 

‘좋은 사람’으로 호흡을 맞춘 김태훈(위)와 이효제. /싸이더스
‘좋은 사람’으로 호흡을 맞춘 김태훈(위)와 이효제. /싸이더스

배우들의 열연도 좋다. 특히 경석을 연기한 김태훈은 그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따뜻한 미소부터 차가운 눈빛까지, 경석의 극과 극 얼굴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알 수 없는 진실 앞에 끊임없이 의심하는 인물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섬세하게 담아내 몰입을 높인다. 

이효제도 제 몫을 해낸다. 믿음과 의심 속에 내몰리게 되는 세익으로 온전히 분해 한층 성숙한 연기로 선배 김태훈 옆에서도 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대사가 많지 않은 인물임에도 속을 알 수 없는 표정, 흔들리는 눈빛만으로 세익의 불안한 내면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정욱 감독은 “가려진 진실 앞에 놓인 연약한 한 인간의 딜레마를 담고 싶었다”며 “그 딜레마 안에서 좋은 사람이기 위해 내린 차선의 선택들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오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그 나비효과를 통해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 질문하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러닝타임 101분, 9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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