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방민아가 영화 ‘최선의 삶’(감독 이우정)으로 관객 앞에 선다. /엣나인필름
배우 방민아가 영화 ‘최선의 삶’(감독 이우정)으로 관객 앞에 선다. /엣나인필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방민아의 재발견이다. 그룹 걸스데이로 데뷔한 뒤, 드라마와 뮤지컬을 넘나들며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온 그는 영화 ‘최선의 삶’(감독 이우정)을 통해 한층 깊어진 연기력으로 자신의 영역을 또 한 번 확장, 배우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2010년 그룹 걸스데이로 데뷔한 방민아는 2011년 시트콤 ‘뱀파이어 아이돌’을 통해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미녀 공심이’(2016), ‘절대그이’(2019) 등과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2014), 뮤지컬 ‘그날들’(2021)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를 넘나들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리고 오는 9월 1일 개봉하는 영화 ‘최선의 삶’은 스크린 주연배우로서 방민아의 가능성을 입증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선의 삶’은 열여덟 강이(방민아 분), 아람(심달기 분), 소영(한성민 분). 더 나아지기 위해서 기꺼이 더 나빠졌던 이상했고 무서웠고 좋아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임솔아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이우정 감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방민아는 가족과 학교에 대한 불신, 친구를 향한 동경과 배신감 등 극한의 감정 소용돌이를 겪으며 이방인이 돼버린 고등학생 강이로 분해 지금까지 보여줬던 캐릭터와는 다른, 새로운 연기 변신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모습은 물론, 몰입도 높은 열연으로 상처와 아픔 등 사춘기 소녀의 불안한 내면과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평이다. 

‘최선의 삶’으로 자신의 영역을 또 한 번 확장한 방민아. /엣나인필름
‘최선의 삶’으로 자신의 영역을 또 한 번 확장한 방민아. /엣나인필름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방민아는 “‘최선의 삶’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관객에게도 위로가 되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한다”는 진심을 전했다. 

-배우로서 도전을 요하는 작품이었는데, 어떤 마음으로 택하고 임했나.
“강이의 아픈 상처나 트라우마가 나 또한 살면서 있던 부분이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강이의 시선으로 잘 따라갈 수 있었다. 동시에 몸이 저릿할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내가 예전에 했던 실수, 선택들로 인한 후회들이 생각나면서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휘몰아쳤다. 그래서 강이를 표현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그런데 하고 싶은 마음에 비례해서 내가 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고민이 많았다. 나보다 강이를 더 잘 표현해 줄 배우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기존에 내가 활동하면서 보였던 모습들이 강이의 분위기와 감정을 깨지 않을까 두려움이 있었다. 고민을 안고 연기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원래 냉철하게 봐주시고 나의 선택에 있어서 늘 반대의 입장에 대해서도 고민해 주시던 분이 처음으로 하고 싶으면 해보라고 하셨다. 큰 힘이 됐다. 용기가 생겨서 감독님을 만날 수 있었고, 믿고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감독님 또한 나를 강이로서 좋게 봐주셔서 함께 할 수 있었다.” 

-강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게 어렵진 않았나. 어떻게 접근했나.
“그 작업이 되게 힘들었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는데, 내가 잊고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신기한 건 내가 당시 상처받고 마음 아팠던 일들이 기억에 남아있더라. 남녀불문하고 10대가 친구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때잖나. 그때를 기억해보면 나 또한 비슷한 일이 많았고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학교라는 틀 안에서 괴롭힘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강이는 소영, 아람 등 친구들 사이에서 약한 친구였는데 나 또한 그랬다. 강하지 못했다. 영화 속 강이의 감정이 더 섬세했지만, 그 당시 내 경험과 감정들을 생각하며 차곡차곡 쌓아가며 준비했다.”

‘최선의 삶’으로 호흡을 맞춘 (왼쪽부터) 한성민과 심달기, 방민아. /엣나인필름
‘최선의 삶’으로 호흡을 맞춘 (왼쪽부터) 한성민과 심달기, 방민아. /엣나인필름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강이의 선택은 무엇이었나.
“이해가 완전히 안 되는 건 아니었는데, 몇 가지 공감이 가지 않는 게 있었다. 그중에서도 강이가 왜 집을 나갔을까에 대한 것이 큰 숙제였다. 그 이유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촬영을 했다. ‘최선의 삶’ 촬영 후 시간이 흘렀는데 문득 강이 생각이 나서 시나리오를 다시 펼쳤다. 그때 비로소 강이가 왜 집을 나갔는지 스스로 정의가 내려지더라. 그 자리에서 감독님에게 전화해서 다시 찍고 싶다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유를 모르는 상태에서 연기하는 게 맞았던 것 같다. 이후에 깨달은 강이의 생각과 감정들은 내레이션에 담아내고자 했다.”

-내레이션 연기는 어렵지 않았나. 연기와는 또 다른 부담이 됐을 것 같은데.
“내레이션 후시 녹음까지 1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 부산국제영화제에 공개 한 달 전에 녹음을 하게 됐는데, 촬영할 때 몰랐던 의미를 알고 나서 내레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고 기뻤다. 강이의 생각을 내레이션으로 풀 수 있어서 좋았고, 내가 좋아하는 구절을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원작보다 응축시킨 분량이기 때문에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감독님과 잘 이야기하면서 해나갈 수 있었다.”

-심달기, 한성민과의 호흡은 어땠나. 
“정말 재밌었다. 나보다 동생들이지만 현장에서 많이 배웠다. 좌달기, 우성민이라고 부를 만큼 정말 든든했다. 달기는 동생이지만 정말 든든했고, 성민이는 어려웠을 법한데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배우였다. 셋이서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환경이 주는 에너지가 있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강이와 아람, 소영으로 호흡할 수 있었다.”

배우로서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방민아. /엣나인필름
배우로서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방민아. /엣나인필름

-강이 그리고 ‘최선의 삶’을 통해 성장한 지점이 있다면.
“부유한 집안은 아니지만 가정폭력이 있다거나 부모님이 사랑을 주지 않았다거나 하지 않았는데 강이는 왜 집을 나갔을까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촬영을 해서 찝찝함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문득 든 생각은 ‘평범함이 답답했나?’였다. 이후 평범하다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조심스러워졌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평범함이라는 기준이 무섭게 다가오더라. 

평범함이 누군가의 기준에는 미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잖나. 가족은 화목해야 하고 서로 사랑해야 하고 등등. 여러 형태의 사람들이 있는데 정해진 기준 안에서 강이가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었다. 나 역시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 부분이었고, 그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내겐 정말 큰 부분이다.”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이렇게까지 결핍이 강한 아이를 하다 보니, 준비가 만만치 않더라. 그래서 당분간은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면 나 또한 좋은 에너지, 행복한 에너지를 얻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가벼운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그래야 무언가 도전해보고 싶을 때까지 에너지를 모아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선의 삶’이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으면 하나. 
“영화를 찍으면서 아팠지만 위로를 받았다. 우리 모두 서툴 때가 있었고, 서투른 선택과 결정으로 후회를 하기도 한다. 실수를 떠올리며 힘들 때가 있는데, ‘최선의 삶’을 통해 ‘나도 그랬는데’라는 공감과 위로를 받은 것 같다. 후회 속에서 살고 있다면, 그런 순간이 있다면 우리 영화를 통해 나와 같은 위로를 받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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