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영아에 폭력과 성폭행을 저지르고 사망으로 몰고간 양씨. /뉴시스
20개월 영아에 폭력과 성폭행을 저지르고 사망으로 몰고간 양씨. /뉴시스

시사위크=송대성 기자  생후 20개월 영아를 성폭행하고 잔혹하게 학대해 살해한 비윤리적인 사건이 발생해 대한민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20대 양씨는 지난 6월 술을 마신 뒤 귀가해 집에 있던 아이를 이불로 덮고 주먹과 발로 수십 차례 폭행하는 추악한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결국 태어난 지 20개월밖에 되지 않은 소중한 생명은 꽃을 미처 피우지도 못한 채 목숨을 잃고 말았다. 

양씨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이를 살해하기 전 강간과 강제 추행을 벌인 것이 드러났다. 또한 아이의 친모인 정씨(25·여)와 함께 사체를 은닉한 이후 아이의 행방을 묻는 정씨의 모친에게 성관계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는 뻔뻔함도 보였다.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사건이 벌어지자 국민들은 양씨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성 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화학적 거세는 약물 투여와 심리치료를 병행해 성 기능을 일정 기간 누그러뜨리는 조치로, 양씨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따라 붙어야 한다는 분석이 따른다. 나아가 양씨에 대해 화학적 거세가 아닌, 물리적 거세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그렇다면 과연 물리적 거세가 화학적 거세보다 성욕을 억제하는 더 나은 효과를 보이는 조치일까. 그리고 화학적 거세는 일시적인 억제에 불과한 것일까.

◇ 화학적 거세, 꾸준한 치료 동반해야 효과 지속

‘성폭력 범죄자의 성 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법률 제16915호)을 살펴보면 ‘검사는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서 성폭력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19세 이상의 사람에 대하여 약물치료 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성폭력범죄’란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강제추행도 포함되기 때문에 양씨 역시 해당 범주에 속한다. 

화학적 거세는 약물 투입으로 이뤄지는데 법무부가 정한 약물은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류프롤리드 △고세렐린 △트립토렐린 △사이프로테론 등 5가지다. 이들은 모두 ‘성선자극 호르몬’이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것을 막거나 작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법무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2020년 9월 24일 기준) 우리나라에 성 충동 약물치료가 도입된 2011년 7월 이후 이를 집행 받은 사람은 총 49명으로 집계됐다. 만약 양씨가 화학적 거세 명령을 받는다면 50번째로 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형사사법개혁연구소(ICJR)에 따르면 화학적 거세는 한국을 포함하여 미국, 아르헨티나 호주, 에스토니아, 이스라엘, 뉴질랜드, 폴란드, 러시아, 덴마크, 독일, 헝가리, 프랑스,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리투아니아, 영국, 벨기에, 스웨덴, 마케도니아, 터키, 인도네시아 등 다수 국가에서 적용하고 있다. 

많은 국가가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지만 꾸준한 치료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성 욕구가 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부산백병원 비뇨의학과 민권식 교수는 “약물치료가 오래될수록 성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성기능과 성욕이 많이 떨어진 고령자의 경우 단기간 치료만으로도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젊은 사람이 단기간의 약물 치료만 받는다면 다시 성욕이 살아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화학적 거세를 통해 성범죄 재범률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따른다. 2019년 한국경찰연구학회가 발행한 ‘북유럽의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제도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아동성도착자의 화학적 거세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표본 크기가 작고 통제가 부족하며 추적 기간이 짧다는 특징이 있다“며 ”실제로 미국 오리건주에서 실시된 강제적 화학적 거세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화학적 거세를 행한 범죄자와 그렇지 않은 범죄자간의 재범률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물리적 거세가 화학적 거세보다 더 효과적일까

양씨의 화학적 거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단순히 약물이 아닌 물리적 거세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물리적 거세는 고환을 외과적으로 제거해 남성호르몬 분비를 영구적으로 억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물리적 거세가 허용되지 않는다. 

물리적 거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있었다. 2012년 당시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물리적 거세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성폭력범죄자의 외과적 치료에 관한 법’ 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제정안은 교화나 재활을 기대할 수 없고 재범 발생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성범죄자에 대해 전문가 감정을 거쳐 사법부가 외과적 치료명령인 물리적 거세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물리적 거세가 화학적 거세보다 더 효과가 높은 것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민 교수는 “물리적 거세가 당사자에게 고환이 없다는 충격을 줄 수는 있지만 성 욕구 억제 측면으로 볼 때 화학적 거세보다 더 우수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히려 물리적 거세가 이뤄지더라도 과거 자신이 행했던 행위에 대한 쾌락의 기억을 떠올려 이를 다시 느끼려고 발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화학적 거세의 경우 고환 내 근육을 수축시키기 때문에 장기적인 약물치료가 병행된다면 발기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기에 오히려 화학적 거세의 효과가 더 나을 수 있다는 게 민 교수의 생각이다. 
 

※ 최종결론 : 사실 아님 


 

- ‘북유럽의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제도에 관한 연구’ (한국경찰연구학회 : 2019년 발행)

- ‘성폭력 범죄자의 성 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법률 제16915호)

- 인도네시아 형사사법개혁연구소 (Review of Laws Providing for Chemical Castration in Criminal Justice)

- 비뇨의학과 교수 인터뷰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