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연출/각본 황동혁)으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넷플릭스
배우 이정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연출/각본 황동혁)으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매 작품 끊임없이 변주하며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배우 이정재가 다시 한 번 자신의 영역을 확장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연출/각본 황동혁)을 통해서다. 벼랑 끝에 몰려 목숨을 건 서바이벌에 참여한 기훈으로 분해 그동안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이정재는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 시청자 앞에 섰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공개 이후 국내는 물론 미주‧유럽‧아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전체 1위에 등극한 데 이어,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인기를 주목받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규합과 배신, 선택이 만들어내는 심층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를 더욱 풍성하게 완성하는 건 배우들 몫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주인공 기훈으로 분한 이정재가 있다. 강렬함을 벗고 소시민으로 돌아온 그는 파격적인 외적 변신은 물론, 몰입도 높은 열연으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극 중 기훈은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후 사채와 도박을 전전하다 이혼을 하고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는 인물이다. 어머니 돈을 훔쳐 경마장에 갈 만큼 철없는 기훈은 새아빠를 따라 미국에 간다는 딸과 당뇨로 당장 입원해야 하는 어머니를 위해 큰돈이 필요한 상황에 처한다. 결국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오징어 게임’에서 성기훈을 연기한 이정재.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서 성기훈을 연기한 이정재. /넷플릭스

이정재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희망과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기훈을 입체적으로 완성, 호평을 얻고 있다. 밝고 천진한 외적인 모습과 삶에 대한 무거운 고통을 지닌 내면을 동시에 담아냈다는 평이다. 특히 살기 위해 타인을 해쳐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 놓인 기훈의 혼란스러운 감정부터 생존을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모습까지 폭넓게 그려내 이목을 끈다. 갈등하고 동요하고 변화하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 몰입도를 높였다. 

‘잘생김’을 내려놓은 외적 변신도 눈길을 끈다. 덥수룩한 헤어스타일에 삐뚤게 쓴 모자, 정돈되지 않은 수염 자국부터 구겨진 바지까지 등장부터 파격적인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더니, 특유의 카리스마를 덜어낸 친근한 말투와 껄렁껄렁한 걸음걸이 등 과감한 망가짐을 택하며 보다 넓고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해냈다. 

이정재는 올해로 데뷔 29년 차를 맞았다. 1993년 SBS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해왔다. 특히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는데, 야망으로 가득한 청춘부터 야비한 도둑, 범죄조직에 잠입한 경찰, 두 얼굴의 독립군, 권력을 탐하는 수양대군, 지옥을 다스리는 염라대왕까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오징어 게임’은 그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수많은 캐릭터를 소화하고도 기어코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배우로서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입증했기 때문이다. ‘지질한’ 이정재가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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