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에 접어들면서 비타민C의 감기예방 효과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감기예방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일교차가 크고 건조한 환경 탓에,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영양성분이 포함된 음식과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 중엔 ‘비타민C’도 있다. ‘비타민C’는 감기예방에도 좋다고 알려져 왔다. 감기 예방 및 관리 차원에서 비타민C 성분이 들어간 음식과 영양제를 챙겨먹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실제로 비타민C가 감기예방에 효과가 있을까.

◇ 비타민C, 감기예방 효과 있을까

“비타민C를 먹으면 감기에 안 걸린다는 데 맞나요.” 이 같은 질문 글을 온라인상에선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비타민C는 주로 과일과 채소에 들어있는 성분이다. 생물의 에너지 대사과정에서 필수적인 조효소로 작용하며 항산화 작용에도 관여하는 물질이며, 유해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고 결합조직형성 및 기능 유지, 철분 흡수 등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비타민C는 영양제 형태로 일반인들에게 널리 복용되고 있다. 

비타민C는 면역력 증가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기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의학계에선 예방 효과에 대해 대체적으로 회의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우선, 이 같은 비타민C의 감기예방 효과는 의학계의 오래된 논쟁거리다. 논쟁은 1970년 미국 화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리누스 폴링이 ‘비타민C와 감기’를 통해 고용량의 비타민C가 감기를 줄여준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감기예방의 효과성을 입증하기 위한 수차례의 임상시험과 연구도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까지 연구에서 비타민C가 감기를 예방한다는 유의미한 결과는 도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제대학교 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는 2015년 ‘감기와 비타민C-오래된 논쟁’이라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리포트를 통해 “폴링의 <비타민C의 감기> 발표 이후로 해당 이론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수십개의 임상시험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뤄졌다”며 “비타민C와 감기에 대한 코크란 메타분석은 2000년에야 처음으로 이루어졌는데, 30개 임상시험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 비타민 C는 감기를 예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29개 연구의 1만1,077명을 포함한 2004년 메타분석에서도 비타민 C는 일반인에서는 감기예방 효과가 없다고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분석에선 마라토너, 스키선수, 군인 등 일부 극심한 신체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감기를 50% 정도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일반인에게 감기 예방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감기에 걸리는 시간(이환기간)은 적게나마 줄여주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이환기간에 대한 분석에서는 비타민C가 효과적이었는데, 감기에 걸렸을 때 비타민C는 성인에서는 8%, 소아에서는 14% 이환기간을 줄여줬다”고 설명했다. 

◇ 일반인에 감기예방 효과 입증 無… 극렬한 신체 운동하는 사람에만 일부 효과

그러나 박 교수는 이 같은 이환기간 감소효과는 비타민C를 평소에 꾸준하게 먹는 경우에만 나타나며, 감기가 걸리고 난 후 치료적으로 먹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타민C와 감기와 관련된 메타분석은 2007년과 2013년에 더 업데이트 되었지만 결과의 방향과 효과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비타민C와 감기에 대한 연구를 종합한 2013년 코크란 리뷰(Cochrane review)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헬싱키대학의 해리 헤밀라 교수 등 연구진이 1만1,30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29건의 시험 비교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타민C의 일반적인 섭취는 보통 사람들의 감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단기간의 격렬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선 일반인이 비타민C의 감기예방 목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박현아 교수도 연구결과를 토대로 비타민C의 감기예방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이환기간 감소의 효능은 증명됐지만 그 효능의 크기가 매우 작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량 비타민C를 복용하는 번거로움과 비용을 저울질해보면 감기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비타민C 복용이 권장할 수준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른 의학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비타민C 섭취로 감기 감염을 예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의학적인 근거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비타민C는 신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게 일정 부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며 “비타민C가 부족하면 면역기능이 떨어져 감기에 쉽게 걸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감기 예방 및 증상완화를 목적으로 비타민C를 복용한다고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러한 연구결과와 의료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비타민C는 격렬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부 효과가 있을 뿐, 일반인에겐 감기예방엔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최종결론 : 대체로 사실아님 

- 박현아 인제대학교 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감기와 비타민C-오래된 논쟁’
https://hineca.kr/406
- Vitamin C for preventing and treating the common cold
https://www.cochranelibrary.com/cdsr/doi/10.1002/14651858.CD000980.pub4/full/ko

-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자문
- 의료계 관계자 자문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