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커런츠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왼쪽부터) 장준환 감독과 크리스티나 노르트, 정재은 감독. /시사위크
뉴 커런츠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왼쪽부터) 장준환 감독과 크리스티나 노르트, 정재은 감독. / 부산=이영실 기자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올해의 뉴 커런츠 수상자는 누가 될까.

7일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KNN 시어터에서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뉴 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모더레이터 허문영 집행위원장과 크리스티나 노르트(Cristina NORD,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위원장‧장준환 감독‧정재은 감독이 참석했다. 심사위원장 디파 메타(Deepa MEHTA, 인도) 감독은 화상 연결로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뉴 커런츠 부문은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 신인 감독들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들을 소개하는 부산국제영화제 대표 섹션이다. 1996년 제1회부터 시작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인 감독들의 작품을 선보여 온 뉴 커런츠는 매년 과감한 도전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을 소개하며 세계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올해 뉴 커런츠 심사위원장은 인도 출생의 거장 디파 메타 감독이다. 1991년 첫 번째 장편 영화 ‘샘 앤드 미’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에 특별언급되며 세계 영화계에 등장한 그는 ‘물(아쉬람)’(2005)으로 제79회 미국아카데미영화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또 넷플릭스 오리지널 ‘레일라’(2019) 연출에 참여하는 등 현재 캐나다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디파 메타 감독은 건강상의 이유로 온라인 연결을 통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새로운 시선으로 영화를 보고 같이 공유한다는 건 좋은 특권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주 신선한 시선의 아시아영화들을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심사위원장으로 나서는 소감을 전했다. 

디파 메타 감독은 “편견 없이 영화를 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인도 출신 감독으로서 인도영화를 좋아하지만, 한국영화나 카자흐스탄, 이란 등 다른 나라의 영화에도 동일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어느 국가에서 만들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젊은 감독이 제시하는 비전을 보고 싶고, 모든 편견을 버리고 객관적으로 영화를 접하려고 한다”고 심사 기준을 설명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뉴 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이 열렸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뉴 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이 열렸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심사위원으로는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위원장 크리스티나 노르트와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로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를 석권하고 ‘1987’(2017)로 제55회 대종상 감독상과 제39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거머쥔 장준환 감독, 장편 데뷔작 ‘고양이를 부탁해’(2001)로 혜성처럼 등장한 뒤 ‘말하는 건축가’(2011) 등의 다큐멘터리와 전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정재은 감독이 나선다. 

크리스티나 노르트는 “베를린 국제영화제 포럼 위원장으로서 내가 맡고 있는 것도 젊은 감독들의 영화를 보고 발굴하는 것”이라며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아시아영화를 만나고 재능 있는 감독들을 발굴하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새로운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다”며 “새로운 내레이션이나 예술적, 미학적 의미와 수단 등을 기대하며 작품을 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아시아영화의 강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크리스티나 노르트는 “정말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어렸을 때 홍콩 무협영화를 좋아했다.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중국 왕빈 감독의 다큐멘터리나 한국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기생충’도 정말 좋았다. 공통적인 일반성을 다양하게 담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준환 감독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영화의 바다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우리를 흥분하게 만드는 영화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그 영화를 발견하고 전달하는 게 저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플한 접근법’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기준이 없다는 게 기준이 될 것 같다”며 “내게 솔직하게 다가가는 단순한 접근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다”고 심사 기준을 이야기했다. 

정재은 감독은 “심사하다 보면 내가 뽑고 싶은 영화와 다른 심사위원이 뽑고자 하는 영화가 의견이 달라서 오랫동안 토론하는 경우가 많고 내가 지지하는 영화가 뽑히지 않으면 굉장히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런 과정에서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이 작품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좋아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됐다. 시간이 흘러 이 영화를 또 봤을 때 또 좋아할 수 있을지 기준을 갖고 심사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고양이를 부탁해’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인 여성감독이 만든 최고의 아시아영화 ‘원더우먼스 무비’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재은 감독은 “20년 전 뉴커런츠 부문 후보에 오르며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 경험했는데, 그게 발판이 돼서 외국에도 개봉하고 소개되는 계기가 됐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는 아시아의 젊은 감독들이 세계로 나가기 위한 창구 같은 영화제라고 생각한다”며 “수상의 경험도 좋지만 영화제에 참석하고 다양한 관객과 만나 소통하는 과정이 큰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인 감독들에게 관객의 반응이 전달되기 아쉬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제를 통해 대한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올해 뉴 커런츠상 후보작은 △아르반드 다쉬타라이 감독의 ‘감독은 부재중’(이란) △김세인 감독의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한국) △킴퀴 부이 감독의 ‘기억의 땅’(베트남‧독일) △레가스 바누테자 감독의 ‘복사기’(인도네시아) △샤리파 우라즈바예바 감독의 ‘붉은 석류’(카자흐스탄) △박강 감독의 ‘세이레’(한국) △메흐디 호세인반드 아알리푸르 감독의 ‘소행성’(이란) △라즈딥 폴‧사르미사 마이티 감독의 ‘시간의 집’(인도) △가타야마 신조 감독의 ‘실종’(일본‧한국) △왕얼저우 감독의 ‘안녕, 내 고향’(중국) △나테쉬 헤지 감독의 ‘페드로’(인도) 등 총 11편이다. 

뉴 커런츠는 경쟁부문으로, 4인의 심사위원이 최우수작 두 편을 선정해 각각 3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한다. 선정작은 오는 15일 진행되는 폐막식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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