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가 출범 9일 만에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파격적인 대출 금리를 내세우며 야심차게 닻을 올렸지만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발목이 잡혀 결국 대출영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사진은 지난 5일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온라인 출범 기자회견에서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토스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토스뱅크가 출범 9일 만에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파격적인 대출 금리를 내세우며 야심차게 닻을 올렸지만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발목이 잡혀 결국 대출영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당분간 토스뱅크는 수신 영업에만 집중하면서 고객 모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출범 9일만에 대출 중단 조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여파 

토스뱅크는 지난 5일 영업을 개시한 국내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다. 토스뱅크는 파격적인 금리와 최대 대출한도로 구성된 신용대출상품을 내놔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토스뱅크의 신용대출 금리는 최저 연 2.76%에서 최고 연 15.00%(10월 5일 기준) 조건으로 제시됐다. 최대한도는 2억7,0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영업개시 9일 만에 대출 중단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토스뱅크는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말까지 대출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토스뱅크는 “올해 말까지 적용되는 가계부채 안정화 대책에 따른 조치”라며 “대출을 기다리시던 분들께 불편함을 드리게 돼 죄송하다”고 전했다.

대출 서비스 중단 상품은 토스뱅크 여신 상품 전체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비상금 대출 등이 14일자로 모두 중단됐다. 토스뱅크 측은 내년 초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이 같은 대출중단 조치는 올해 가계대출 총량(5,000억원)을 대부분을 소진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급증세를 보인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에 가계대출총량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맞추기 위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거나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토스뱅크도 이 같은 규제의 그늘 아래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토스뱅크에 가계대출 총액을 연말까지 5,000억원으로 제안하라고 권고했다.  

토스뱅크는 사전신청자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하며 대출 속도를 조절,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맞추고자 했지만 영업 개시 열흘도 되지 않아 대출 한도를 거의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대출 규제로 기존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지자 신설 은행인 토스뱅크로 대출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드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토스뱅크는 대출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올해 한도인 5,000억원을 8,000억원까지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결국 대출 중단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 연말까지 대출 없이 수신만… ‘반쪽짜리 영업’ 괜찮을까

업계에선 토스뱅크의 대출중단 조치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된 수순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업계에선 토스뱅크가 파격적인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자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바 있다. 당국의 고강도 대출 옥죄기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시점에 출범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은행 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도 당국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신설은행이라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마이너스통장에 이어,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및 직장인 사잇돌대출, 일반 전월세보증금의 신규 취급을 연말까지 중단한 상태다. 케이뱅크도 역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한도를 연봉 이하로 제한하는 방식을 대출을 조정하고 있다. 

이에 토스뱅크는 출범하자마자 은행의 여·수신 업무 중 ‘수신’만 영위하는 반쪽짜리 영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 토스뱅크는 당분간 예금 신청자를 받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 중단과 함께 서비스 전체 오픈 계획을 밝힌 것도 이러한 영업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토스뱅크는 14일부터 기존 사전신청 고객 전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전면 공개했다. 18일부터는 사전신청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고객이 토스뱅크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당초 토스뱅크는 사전신청자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오픈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대출 속도 조절을 위한 차원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게 된 만큼 더 이상 이 같은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토스뱅크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부채 안정화 정책을 준수하고, 시장의 상황을 모두 고려한 결정”이라며 “여러 사업적 제약 속에서도 고객이 가장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 대고객 오픈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토스뱅크는 수신 상품 혜택을 앞세워 고객 모집에 열중할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는 수신 상품으로 만기나 최소 납입 금액 등 아무런 조건 없는 연 2% 이자를 지급하는 수시입출금 통장을 내놨다. 연 2% 이자는 은행권의 수시입출금 상품 이자율이 0.2%~0.3%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또한 전월 실적 등의 조건 없이 혜택을 제공하는 체크카드 상품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대출 상품을 팔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이율의 예금상품을 유지할 수 있을지 다소 의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과연 이 같은 우려를 딛고 토스뱅크가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