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흘간의 여정을 끝내고 폐막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흘간의 여정을 끝내고 폐막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흘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정상’ 개최를 선언했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방역과 일상의 조화 속 영화제 본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서 성공적인 개최를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영화제 마지막 날인 15일 결산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의 성과를 발표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감염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가운데, 이용관 이사장과 허문영 집행위원장, 오석근 아시아콘텐츠 및 필름마켓 운영위원장이 참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영화 상영’에만 집중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개막식은 물론, 100% 극장 상영과 다양한 부대 행사 등 정상 개최를 통해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위드 코로나’ 영화제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1,000명 이상의 일반 관객이 참여한 국내 첫 국제행사였던 개막식은 물론, 야외무대인사‧오픈토크, 오늘 오후 열릴 폐막식까지 3차에 걸친 방역자문단의 사전 자문을 받아 철저한 방역 시스템 아래 진행돼 안전한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허문영 집행위원장과 이용관 이사장, 오석근 아시아콘텐츠 및 필름마켓 운영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허문영 집행위원장과 이용관 이사장, 오석근 아시아콘텐츠 및 필름마켓 운영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팬데믹 상황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국제행사로 치러진 첫 행사라 자랑할 만한 일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부담스럽고 힘든 준비 과정과 진행 과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결과적으로 준비한 방역 지침에 충실히 따랐고, 영화제에 참여한 한 분이 사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관계된 모든 분들이 음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방역 지침에 충실히 따른 결과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의전당과 부산 내 6개 극장 29개의 스크린에서 70개국 223편이 상영됐으며, 커프니티비프 상영작은 58편이다. 총 관객 수는 7만6,072명(총 유효 좌석수 9만5,163석, 좌석 점유율 80%)을 기록했다. 커뮤니티비프는 3,330명, 동네방네비프는 3,771명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오픈토크 6회, 야외무대 인사 10회, 스페셜 토크1회, 액터스 하우스 6회, 마스터 클래스 1회, 아주 담담 4회, 짧은 영화·긴 수다 3회, 게스트와의 만남(GV) 191회(오프라인 149회/온라인 40회/온오프라인 동시 2회) 등이 진행됐다. 

전체 좌석의 50%만 사용했지만 좌석 점유율 80%를 기록,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야외극장에서 상영한 오픈시네마도 8일 가운데 5일간 매진을 기록했고, 전체 상영 회차 가운데 절반 이상이 매진을 기록했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점유율 80%가 도달 가능한 최상의 수치”라며 “더 넘어가면 말 그대로 ‘피켓팅’이다. 내년에는 수치를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관객이 영화를 더 많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신작 OTT 시리즈를 극장에서 상영하는 ‘온 스크린’ 섹션, 배우들이 영화와 자신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액터스 하우스’ 등 올해 신설된 신규 프로그램도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특히 유료 행사로 진행된 ‘액터스 하우스’ 수익금은 전액 국제 아동 구호 기구 ‘세이브 더 칠드런’에 기부돼 의미를 더했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올해 좋은 반응을 얻어서 향후에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게스트와 부대행사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낸 부산국제영화제. 사진은 ‘액터스 하우스’에 참석한 배우 조진웅(왼쪽)과 오픈 토크로 관객과 만난 ‘지옥’ 팀(오른쪽 위),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돼 한국을 찾은 레오 카락스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다양한 게스트와 부대행사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낸 부산국제영화제. 사진은 ‘액터스 하우스’에 참석한 배우 조진웅(왼쪽)과 오픈 토크로 관객과 만난 ‘지옥’ 팀(오른쪽 위),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돼 한국을 찾은 레오 카락스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지난해 한 명의 해외 게스트도 초청하지 못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는 예년에 비해 적은 숫자지만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프랑스 레오 카락스 감독을 포함 총 69명의 해외 게스트들이 부산을 방문해 관객과 만났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임권택 감독‧박찬욱 감독‧임상수 감독, 배우 송중기‧조진웅‧유아인‧전여빈‧엄정화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과 스타들이 대거 참석해 영화제를 빛냈다.  

부산 해운대와 남포동을 중심으로 개최해온 영화제를 그 외 지역으로 확장한 프로그램 동네방네비프도 호평을 얻었다. 총 14개의 장소에서 15편의 영화를 35회에 걸쳐 상영했고, 총 3,771명의 관람객이 참여했다. 싱가포르와 태국에서 진행한 동시상영회도 성공적으로 개최돼 공간적 제약을 넘어 영화로 하나가 되는 경험을 선사했다.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개최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은 역대 최고 비즈니스 미팅 수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한국인 대상으로는 현장에서, 해외 참석자 대상으로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가운데, 아시아프로젝트 마켓과 E-IP마켓은 총 1,300회가 넘는 역대 최고 미팅 건수를 기록했다.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아시아콘텐츠어워즈와 아시아필름어워즈에서는 한국과 아시아의 우수한 시리즈와 영화가 주목받았다. 온라인 콘퍼런스 또한 유튜브로 중계돼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오석근 운영위원장은 “이번 영화제를 통해 다시 확인한 것은 마켓은 ‘만남의 장’이라는 것”이라며 “그 기본을 전제로 내년에 더 정교하게 짜서 실행시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운영 미숙으로 인한 여러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운영 미숙으로 인한 여러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아쉬움도 존재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영사 사고 등으로 상영이 지연되거나 행사가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등 크고 작은 잡음으로 곤욕을 치렀다. 영화 ‘아네트’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코로나19로 인한 항공 운항 문제로 GV와 기자회견 등 일정이 갑자기 연기된 것을 시작으로, ‘푸른 호수’ 저스틴 전 감독의 온라인 기자회견은 행사 15분 전 돌연 취소돼 취재진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귀한 시간을 뺏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일어나면 무조건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며 “운영상의 문제점들이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좋겠지만, 매년 2회 이상 영사 사고가 있었다. 그래서 더 중요한건 사후대처인데, 미흡한 사후 대처에 대해 지적을 많이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허 집행위원장은 “사실 올해 방역 문제에 대해 거의 모든 정신을 쏟는 바람에 영사 사고 등 사후 대처 준비를 충실히 하지 못한 것 같다”며 “온전히 집행부의 탓이다. 더욱 신경 써야 했는데 충분히 기울이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사고를 줄일 뿐 아니라 사고가 일어났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용관 이사장은 “‘위드 코로나’ 영화제를 표방했는데, 생각해 보면 언제나 ‘위드’할 게 생겼던 것 같다”며 “태풍, 코로나19 등 매년 무엇과 ‘위드’하면서 해나가야 할지 고민해온 26년이었다”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많이 고생을 했지만, 관객들이 높은 수준의 시민 의식을 보여줬고, 그런 면에서 방역도 잘 지켜진 것 같다”며 “코로나19가 우리를 단결시켜줬다는 건 확실하다. 여러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여서 더 좋은 영화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 오후 6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진행되는 폐막식과 폐막작 ‘매염방’(감독 렁록만) 상영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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