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네트’(감독 레오 까락스)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아네트’(감독 레오 까락스)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그린나래미디어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제74회 칸영화제 개막작이자 감독상을 수상하고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아네트’(감독 레오 까락스)가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뮤지컬 형식을 빌려 사랑의 비극적 결말을 노래하는 ‘아네트’는 기이하면서도 아름답고, 낯설면서도 매력적인 독창적 세계를 완성하며 관객을 매료한다.  

예술가들의 도시 LA. 오페라 가수 안(마리옹 꼬띠아르 분)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 분)는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린다. 함께 인생을 노래하는 두 사람에게 무대는 계속되지만, 그곳엔 빛과 어둠이 함께한다. 

‘아네트’는 오페라 가수 안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가 사랑에 빠지면서 무대 그 자체가 된 그들의 삶을 노래한 시네마틱 뮤지컬이다. ‘퐁네프의 연인들’(1991), ‘홀리 모터스’(2012)를 연출한 레오 까락스 감독이 9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그가 최초로 시도하는 음악 영화로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다. 

신선한 오프닝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아네트’. /그린나래미디어
신선한 오프닝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아네트’. /그린나래미디어

오프닝부터 신선하다. 레오 까락스 감독이 직접 ‘숨도 쉬지 말라’는 안내 멘트로 마치 공연처럼 영화의 시작을 알리더니, 영화의 음악과 공동 각본을 맡은 미국의 밴드 스팍스(SPARKS)와 주요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들이 등장해 첫 번째 넘버 ‘So May We Start?’를 합창한다. 

특히 노래를 부르며 각자의 자리로 가서 역할을 준비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 신선한 재미를 안긴다. 또 이 모습을 딸 나타샤와 함께 현장에서 직접 바라보는 레오 까락스 감독의 모습도 담겨있어 ‘깨알’ 재미를 선사한다. 

스토리라인도 흥미롭다. 뜨거운 사랑에 빠진 코미디언 헨리와 오페라 가수 안은 결혼을 하고 딸 아네트까지 태어나지만, 행복과 점점 멀어진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는 안과 달리, 헨리는 육아에 치이고 관객에게도 외면받는다. 

‘아네트’에서 안을 연기한 마리옹 꼬띠아르(위 왼쪽)과 헨리로 분한 아담 드라이버(위 오른쪽) /그린나래미디어
‘아네트’에서 안을 연기한 마리옹 꼬띠아르(위 왼쪽)과 헨리로 분한 아담 드라이버(위 오른쪽) /그린나래미디어

일이 풀리지 않을수록 헨리는 ‘심연’에 매혹되고 점차 폭력성을 드러내며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파멸로 이끈다. 딸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지만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나쁜’ 아빠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가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잔인하게 펼쳐지며 짙은 여운을 남긴다. 

딸 아네트가 배우가 아닌 꼭두각시 인형으로 등장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 포인트다. 목각 인형의 형상으로 처음엔 다소 기이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행동, 표정 하나하나 집중하게 되고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기묘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베이비 아네트’는 이 영화만의 독특한 매력을 배가한다.

헨리와 안을 연기한 아담 드라이버와 마리옹 꼬띠아르의 앙상블도 좋다. 사랑스러우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헨리와 안의 관계를 완벽히 그려낸다. 특히 거의 대부분 노래로 이뤄진 대사를 이질감 없이 소화해 몰입도를 높인다. 스탠드업 코미디언과 오페라 가수로서 두 배우의 또 다른 변신을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러닝타임 141분, 오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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