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소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이 네임’으로 전 세계 시청자 앞에 섰다. /넷플릭스
배우 한소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이 네임’으로 전 세계 시청자 앞에 섰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한소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이 네임’으로 전 세계 시청자 앞에 섰다. 데뷔 후 첫 여성 원톱 액션물에 도전한 그는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체증 증량까지 ‘예쁨’을 벗어던진 파격 변신은 물론, 한층 깊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한소희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한소희는 2017년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한 뒤, ‘돈꽃’(2017~18), ‘백일의 낭군님’(2018), ‘어비스’(2019)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이후 지난해 큰 인기를 끈 JTBC ‘부부의 세계’에서 여다경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각인시켰고, ‘알고있지만’ 유나비로 대세 행보를 이어갔다.    

그리고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이 네임’을 통해 또 한 단계 성장했다. ‘마이 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 분)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인간수업’ 김진민 감독이 연출했다. 

극 중 한소희는 오직 복수를 위해 조직에 들어간 후, 자신의 이름마저 버리고 경찰에 잠입하게 되는 지우 역을 맡아 전작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 호평을 얻고 있다. 강도 높은 액션을 흠잡을 데 없이 소화한 것은 물론, 시련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는 인물의 변화를 한층 깊어진 연기력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원톱 주연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한소희는 ‘마이 네임’을 두고 “두려움을 깨고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해당 기사에는 ‘마이 네임’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한소희. /넷플릭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한소희. /넷플릭스

-공개 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감과 완성된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궁금하다. 
“주변 분들이 잘 봤다고 연락을 주시는데 사실 겁이 나서 아직 확인을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의 다양한 면을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늘 나 자신에게 만족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처음 완성된 작품을 봤을 때 나의 단점들만 집요하게 보려고 해서 힘들었다.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 작품 자체를 즐기려고 하고 있다.” 

-가족의 반응은. 
“할머니가 스마트폰 메신저를 사촌동생한테 배워서 엄청 빠르시다. 오픈한 날 메시지가 왔는데, 맞는 장면을 볼 때마다 혈압이 올라서 차마 눈을 뜨고 못 보겠다고 하시더라.(웃음) 그래도 이렇게 고군분투해서 작품을 잘 마무리한 것에 있어 대견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지우라는 인물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상상하기 조금 어려운 캐릭터였다. 지우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말로 표현하기보다 행동이나 표정으로 나타내는 친구라서 어떻게 하면 이 캐릭터를 잘 그려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많은 레퍼런스를 찾아봤고, 나와의 공통점을 찾으려고도 했다.” 

-지우와 어떤 공통점을 찾았나.
“어렸을 적 지우와 공통점을 찾으려고 했는데, 나도 목표를 세우면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 가는 편이다. 다른 것들은 다 제쳐두고 집중해서 간다. 목표를 향해 가는, 그 길에 임하는 태도가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복수가 삶의 목표인 인물은 다른 누아르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캐릭터다. 지우만의 차이점은 무엇이었나.
“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다는 것. 하나의 인생의 목표를 오랜 시간 가져가다 보면 목적성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한 번은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시작했던 그 감정을 점점 잃어간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 지우는 끝까지 모멘트를 놓지 않았다는 것 처음과 끝의 감정이 동일했다는 점이 차이점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지우의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마이 네임’에서 강렬한 액션을 선보인 한소희. /넷플릭스
‘마이 네임’에서 강렬한 액션을 선보인 한소희. /넷플릭스

-배우의 해석으로 확장된 부분이 있다면. 
“새로운 변신과 도전이었기 때문에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지우라는 캐릭터를 구축하고 그 옷을 입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일단은 지우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김진민 감독님이 디렉팅 하면서 나의 생각을 계속 물어봤다. 만약 내가 지우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러면서 ‘이 상황이나 공간에 너를 한정시키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해라’고 하셨다.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1화에서 아빠가 죽었을 때 지우가 아빠의 손에서 칼을 뺏어서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신은 내가 본능적으로 했던 행동 중 하나였다. 아빠가 죽는 모습을 보고 그 충격 뒤에 바로 눈에 보이는 게 칼이었다. 그 칼을 뺏어서 가볍게 던졌다. 현장에서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셨던 감독님의 역량으로 탄생한 신이라고 생각한다.”

-액션 첫 도전인데 강도가 상당했다. 어떤 고충이 있었나. 
“부담이 많이 됐다. 운동신경이 없고 누군가를 때려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컸다. 안 해본 것을 표현하는 것과 해본 것을 표현하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멜로는 나도 언젠가는 사랑해 봤을 것이고 겪고 경험해 본 것이기 때문에 베이스를 찾기가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액션이 주는 상황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 접해보는 거라 난이도로 베이스를 찾기가 액션이 더 어려웠다.

연습만이 정말 전부였다. 수많은 액션물을 보면서 저렇게 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액션스쿨에서 3개월 동안 몸으로 부딪히고 마음으로 부딪히며 연습을 거듭했다. 그러다 보니 촬영 직전에는 부담감은 거의 없어졌다. 이번에 액션을 하면서 느낀 건 내가 움직이는 거에 비해 화면에 큰 동작으로 담기지 않더라. 몸을 더 써야 했고 보다 넓은 범위에서 액션을 해내야 했다. 그래서 무조건적으로 몸에 익히는 게 중요했다. 연습량을 늘리고, 모두가 리허설에 진심으로 참여하면서 그렇게 액션신을 찍었다. (완성된 액션신을 보면서) ‘저 때 진짜 힘들었는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 나뿐만 아니라 선배들도 화면 안에서 지쳐있는 게 눈에 보이더라.(웃음) 그런 걸 보면서 우리 정말 열심히 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마이 네임’으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한소희. /넷플릭스
‘마이 네임’으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한소희. /넷플릭스

-결말 부분에서 지우와 필도의 애정신이 뜬금없다는 반응도 있는데, 배우는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했나.  
“그 장면에 대해 작가님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 정말 필요한 신인지 아닌지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신 걸로 안다. 전달을 받은 후 어떻게 해야 지우의 목적이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표현이 될까 고민을 했다. 필도가 ‘법으로 잡자’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 대사가 지우의 목적성,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은 흐트러지지 않지만 어떤 수단과 방식으로 하느냐의 갈림길에 서는 거라고 생각했다. 필도가 보다 인간적으로, 보다 사람답게 이성적으로 복수를 하게 도와주는 신이라고 생각했다. 그 안에서 사랑이 배제되고 동질감을 느끼면서 표현이 된 베드신이라고 생각한다. 또 지우가 유일하게 사람처럼 보이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베드신 끝부분에 지우가 고개를 돌려서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을 마주한다. 지우 입장에서 이질적이었을 거다. ‘사람처럼 산다는 게 이런 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신이라고 해석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이 많다. 
“사실 살도 많이 쪄있고 화장도 하지 않은 모습에 초반에는 조금 걱정도 됐다. 지금까지 내가 보여줬던 한소희의 모습을 좋아해 준 분들도 분명히 계실 텐데 그 모든 면을 버리고 새로운 면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다. 그런데 지우는 그래야만 했다. 내가 지금까지 보여준 이미지는 걷어내고 보다 날 것, 민낯 같은 모습으로 지우를 받아들여야 시청자들에게 더 잘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차근차근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한소희. /넷플릭스
차근차근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한소희. /넷플릭스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을 해냄으로써 에너지가 채워진 점도 있을 것 같다. 이 작품과 지우를 통해 어떤 점을 배우고 얻었나. 
“매 작품 두려움 때문에 시작을 느리게 하는 경향이 있다.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고 나가서 작품과 마주해야 하는데 그 자체에 공포감을 느낀다. 나 자신에 대한 불확실 때문이다. 액션이라는 장르와 지우 캐릭터도 그랬다. 내가 감히 문을 열고 나가지 못할 정도의 두려움과 부담감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이 네임’과 지우는 그걸 깨준 작품이다.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던 반응이 ‘한소희에게 이런 면도 있구나’라는 거다. 그 점을 시청자들이 봐줬듯 나 또한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느꼈다. 그래서 앞으로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접할 때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을 얻고 배웠다.”

-데뷔 이후 ‘예쁜 배우’라는 이미지나 비주얼에 집중되는 시선이 있었는데, 답답함도 느꼈겠다.  
“답답함보다 감사함이 컸다. 외관이든 내면이든 예쁘게 봐주시는 것 자체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의미지 않나. 다만 예쁘기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항상 했다. 아름다움이나 예쁨이 외관상으로만 이뤄지면 안 된다는 생각. 다양한 캐릭터를 하려고 하고 싶은 것도 다른 아름다움, 다른 예쁨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다. 앞으로 ‘고유의 색깔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배역을 맡았을 때 ‘한소희 아니면 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끔, 매 순간 그 마음가짐으로 연기에 임할 거다.” 

-데뷔 후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다. 돌아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나아가고 싶은지 궁금하다. 
“아직 필모를 쌓았다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그런데 그 부족함이 무기력함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좋은 원동력이 된다. 어떻게 하면 보다 더 나은 길을 가고, 더 나은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작품은 내게 주어지는 것이지 절대 내가 선택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작품에 그저 지금처럼 내 몸과 마음을 버려가며 열심히 노력하고 집중해서 잘 쌓아가려고 한다. 진심은 통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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