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발사됐다. 비록 목표 궤도 안착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로켓 발사와 분리가 안정적으로 이뤄진 성공적 결과라는 평을 받는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나라 창공을 가르고 우주로 향했다. 이번 누리호 발사는 로켓 발사와 분리가 안정적으로 이뤄진 성공적 결과라는 평을 받았다.

다만 목표 궤도 안착에는 성공하지 못해 종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는 결과다. 따라서 국내 항공우주분야 전문가들은 목표 궤도 안착 실패 원인을 찾아 내년 5월 완전한 발사 성공을 위한 새로운 과제 역시 부여받게 됐다.

20일 다음날(21일) 발사를 위해 제2발사대에 기립된 누리호의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 순수 우리기술로 제작된 누리호, 우주로 날아오르다

누리호는 우리나라 순수 기술로 만든 우주 발사체다. 누리호는 지난 2010년부터 총 1조9,57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누리호를 구성하는 1단, 2단, 3단 로켓 부분 전체가 우리나라 기술력을 통해 제작됐다.

특히 누리호 발사가 큰 성과를 갖는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1단 로켓이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우주항공과학 기술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발사체가 우주로 날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추진력을 갖는데 1단 로켓 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1월 발사에 성공해 우리나라 우주 발사체 기술 발전의 디딤돌을 놓았다고 평가받는 ‘나로호’ 역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핵심 기술 이전도 없었다. 당시 나로호는 2단형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의 경우 우리나라가 2단 부분을 담당했지만 1단 부분은 러시아가 담당했다.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하늘로 날아가고 있는 누리호의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반면 누리호의 1단 로켓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에서 독자 기술로 개발한 75톤급 액체엔진 4기를 묶은 1단 엔진 클러스터링으로 구성됐다. 1단 엔진을 구성하는 75톤급 엔진은 약 16개월 동안 10여 차례의 설계 변경, 20회 가량의 시험을 진행한 결과 연소 불안정 현상을 해결했다는 것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 설명이다. 이를 통해 누리호는 약 300톤급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험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누리호의 75톤급 엔진은 21일 실제 발사 현장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날려 보내듯 굉음과 함께 날아오른 누리호는 1단 로켓의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비행했다. 이후 1단 로켓과 2단 로켓, 페어링, 2단 로켓과 3단 로켓의 성공적 분리까지 무사히 마치며 누리호는 상공 700km까지 날아오르는데 성공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번 누리호 발사는 국내 독자개발 발사체의 첫 비행시험으로서 주요 발사 단계를 모두 이행하고, 핵심기술을 확보했음을 확인하는 의의를 남겼다”며 “특히 오늘 발사를 통해 1단부 비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됐고,1단과 2단, 페어링, 2단과 3단의 성공적 분리와 점화를 통해 단분리 기술을 확보한 점도 소기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는 국내에 상당 수준의 발사체 기술력이 축적됐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누리호의 1단 로켓 엔진을 구성한 75톤급 액체엔진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75톤급 액체엔진은 약 16개월 동안 10여 차례의 설계 변경, 20회 가량의 시험을 진행해 연소 불안정 현상을 해결했다고 한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tv 캡처, 편집=박설민 기자

◇ 아쉬운 ‘절반의 성공’… 3단 엔진 연소 부족으로 목표 궤도 도달은 실패

다만 아쉬운 것은 이번 누리호 발사가 완벽한 성공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앞서 설명한 것처럼 1차 로켓의 발사와 단계적 분리는 완벽히 이뤄진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더미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누리호는 이륙 후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후 3단 로켓에 장착된 7톤급 액체엔진은 목표된 시간 521초 동안 연소돼 목표 궤도까지 날아가야 했다. 

누리호는 발사 후 2분 7초경 1단 로켓의 분리, 3분 53초경 페어링 분리, 4분 34초 2단 로켓 분리까지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3단 로켓의 엔진은 총 475초 동안 연소하는데 그쳐 목표 궤도 도달에 실패하고 말았다. 46초의 짧은 시간이 아쉬운 결과였다.

아직까지 정확하게 누리호의 3단 로켓 엔진이 목표 연소시간에 도달한 이유에 대해선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및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발사조사위원회를 즉시 구성하고 3단 엔진의 조기 종료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해당 조사를 토대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과기정통부는 누리호의 문제점 등을 개선한 후 내년 5월 19일 0.2t 성능 검증 위성과 1.3t 더미 위성을 싣고 2차 발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어 2024년, 2026년, 2027년까지 총 4차례(내년 포함)에 걸친 반복 발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실제 위성의 탑재는 2024년으로 예상된다.

과기정통부 임혜숙 장관은 “누리호 발사에 아낌없는 격려와 지속적인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오늘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해 나가면서 더욱 분발해 국민 여러분과 함께 우주를 향한 우리의 도전을 멈추지 않고 우주 강국의 꿈을 이뤄 내는 날까지 계속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연구 비용 확보를 위한 ‘투자’ 가장 주요한 과제라고 조언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누리호가 남긴 과제는 ‘인재 확충과 지원 강화’

업계 관계자들과 과학계 전문가들은 향후 누리호와 같은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투자’가 가장 주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는다. 실제로 우주항공분야는 세계적으로 중요하지만 동시에 ‘돈 먹는 하마’라고 불리기도 하는 산업 분야다. 우주로 날아가는 로켓의 경우 막대한 제작비뿐만 아니라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번 실패할 경우 금액적으로 큰 부담이 생기는 구조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우주항공산업에 대한 지원은 상당히 적은 편이라는 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 지난 6월 발표한 ‘주요국 우주산업 국제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예산 규모는 지난해 기준 7억2,000만달러(한화 8,490억원)으로 GDP 대비 0.04% 수준에 불과했다. 

우주산업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연구 R&D예산은 감소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공개한 ‘2021년 연구개발(R&D)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우주 핵심기술 개발 및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 분야에 투자되는 예산은 지난해 3,389억원보다 1.62% 감소한 3,334억원이다

민간투자도 저조한 수준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선진국들의 우주산업 R&D 민간기업 투자규모는 △미국(264억달러) △프랑스(34억달러) △영국(24억달러) △독일(20억달러) △일본(8억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의 절반 수준인 4억달러(한화 4,715억원)에 불과했다.

국내 우주항공산업 분야 인력 양성 역시 숙제다. 다시 한 번 누리호처럼 우리나라 우주발사체가 창공을 가로지르기 위해선 훌륭한 인재에 대한 투자가 무엇보다 절실할 것이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경련 측은 “한국형 NASA(미항공우주국)와 같은 독립된 우주개발 전담기관 설립하고 우주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우주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며 “우주개발 예산을 대폭 보강하고 우주개발 전담기관의 인력을 일본이나 프랑스 수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주개발에 민간기업 참여를 확대해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주펀드를 육성하고, 항공우주 스타트업 발굴을 위한 창업지원을 강화해서 민간기업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기존의 정부, 출연연구소 중심의 우주개발에서 민간 중심으로 우주개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국내 우주항공산업 분야 인력 양성 역시 숙제다. 결국 우주항공 과학기술을 완성시키는 것은 우수한 인재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 국내우주산업 현황 진단과 정책대응(2019)’ 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 우주산업에서 위성활용 서비스 및 장비, 위성체 제작, 지상 장비, 발사체 제작 분야의 인룍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해당 분야의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