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목’이라는 말이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상권에 자리를 잡아야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터넷(온라인)을 통한 클릭 한 번이면 필요한 모든 것이 문 앞까지 배달되는 시대에 이 말은 구문이 된 지 오래다. 가만히 앉아서‘오는 손님’만 기다리는 영업방식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얘기다.‘디지털 경제’라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속에서 소상공인들의 비즈니스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총 5회에 걸쳐 △소상공인 인식 전환 △플랫폼 구축 △물류환경 조성 △온·오프라인 연계 △제품 콘텐츠화 등 소상공인 디지털 생태계 혁신을 위한 밸류체인 5대 핵심요소를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한 소상공인 자생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이 가장 절박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배송, 즉 ‘물류’다. 물류 혁신은 정기적인 결제와 정기배송을 전제로 하는 ‘구독경제’ 실현을 위해 반드시 선결돼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 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이 가장 절박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배송, 즉 ‘물류’다. 물류 혁신은 정기적인 결제와 정기배송을 전제로 하는 ‘구독경제’ 실현을 위해 반드시 선결돼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이 가장 절박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물류’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아무리 좋은 상품을 선보여도 제때 배송하지 못하거나, 포장·보관 등에 문제가 생긴다면 소비자 신뢰를 얻기 어려워서다. 이렇게 되면 디지털 생태계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워진다.

이 같은 물류 혁신은 정기적인 결제와 정기배송을 전제로 하는 ‘구독경제’ 실현을 위해 반드시 선결돼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상공인 입장에선 인력·기술 등 대규모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 물류와 배송 서비스 구축은 엄두조차 못 내는 처지다.

이 때문에 플랫폼 사와 소상공인의 유기적인 협업 체계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다. 업계에선 협업의 물결이 소상공인 제품의 물류 생태계 확대를 넘어, 그들의 구독경제 진입과 디지털 생태계 안착에 선순환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구독경제 실현의 핵심 요소 ‘풀필먼트’

‘구독경제’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거래 유형이다. ‘정기결제’와 ‘정기배송’이 대표적 특징이다. 전통적 비즈니스에선 거래 방식이 1회성 판매에 그치지만, 구독 기반 서비스는 ‘정기적인 배송’으로 판매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는 차이점이 있다.

정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제품을 배송하는 것이 구독경제의 핵심요소 중 하나인 만큼, 소비자와의 신뢰 구축과 안정적인 구독경제 운영을 위해 물류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물류창고 모습 / 게티이미지뱅크
정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제품을 배송하는 것이 구독경제의 핵심요소 중 하나인 만큼, 소비자와의 신뢰 구축과 안정적인 구독경제 운영을 위해 물류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물류창고 모습 / 게티이미지뱅크

구독경제는 비대면 언택트 시대에 소상공인들의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제품 및 서비스에 구독을 도입하면 1회성 상품판매가 아닌 지속적인 상품판매가 가능해서다. 무엇보다 상품의 정기구독자가 많아지면 락인(Lock-in·고객 묶어두기) 효과도 가능해진다. 고정 구매층(단골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구독경제에 적합한 간편식·가구·홈 가전 산업 등 소상공인 주요 제품군이 구독경제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장기 고객 확보와 안정적 수입으로 위기를 완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관건은 ‘배송’, 즉 물류다. 정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제품을 배송하는 것이 구독경제의 핵심요소 중 하나인 만큼, 소비자와의 신뢰 구축과 안정적인 구독경제 운영을 위해 물류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떠오르는 물류 키워드인 ‘풀필먼트’는 배송과 물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을 한 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자, 장기적인 온라인 진출을 위한 디지털 밸류체인 형성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풀필먼트’는 물류업체가 판매자 대신 상품 입고와 주문, 포장, 출고 등 모든 과정을 처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른바 ‘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로, 주문에서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대신 처리해주기 때문에 판매자는 물류에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판매에만 집중할 수 있다.

대형 플랫폼과 소상공인 풀필먼트 연계가 진행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진은 쿠팡 인천 물류센터 전경 / 쿠팡
대형 플랫폼과 소상공인 풀필먼트 연계가 진행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진은 쿠팡 인천 물류센터 전경 / 쿠팡

이러한 흐름에 입각해 대형 플랫폼과 소상공인 풀필먼트 연계가 진행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쿠팡은 전국 30여 개 지역에 독자적으로 구축한 100여 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온라인시장 진출을 돕고 있고, 네이버도 스마트스토어 입점 중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 풀필먼트 플랫폼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구축했다. NFA에는 논브랜드(Non-Brand)부터 냉동·냉장 특화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역량을 갖춘 7개의 풀필먼트 업체가 함께 참여한다.

최근엔 중소상공인의 판로 개척을 돕는 물류 전문 스타트업의 풀필먼트 센터도 전국 각지에서 생기는 추세다. 대기업과 비교해 규모는 작지만, 특화 서비스와 지방 배송망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 중이다.

◇ 진입장벽 낮춘 구독경제 조성 나선 중소기업벤처부

중소벤처기업부는 풀필먼트 구축에서 나아가, 아예 ‘소상공인 구독경제 활성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고정적인 판로 확보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구독경제를 통해 소상공인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우선 소상공인 누구나 구독경제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전통 소상공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밀키트 구독경제 모델 △가치소비 모델 △소상공인 직접 운영 등 의 지원모델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스스로 구독경제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이 각종 시스템을 구축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구독경제는 생필품에서 나아가 가구, 홈 가전에 이르기까지 주요 제품군이 다양화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스스로 구독경제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이 각종 시스템을 구축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구독경제는 생필품에서 나아가 가구, 홈 가전에 이르기까지 주요 제품군이 다양화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밀키트 모델’은 제조업체와 민간 쇼핑몰의 협업으로 밀키트 제조부터 판매·정기배송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밀키트 제조·유통업체가 기획, 개발, 포장, 유통 등 전 과정을 담당하고 소상공인은 레시피, 상호 사용권한 등을 제공한다. 민간 쇼핑몰이 소상공인 전용 구독경제관을 개설해 판매하며, 판매촉진을 위해 할인쿠폰 지원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가치소비 모델’은 지역 특산물과 소상공인 제품으로 민간 쇼핑몰이 ‘효도상품(부모님께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꾸러미)’이나 ‘복지상품 꾸러미(취약계층을 위한 생필품 꾸러미)’를 구성해 구독경제관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농·수·축산물 조합 등 소상공인 단체와 협업이 가능한 지자체와 함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직접운영 모델’은 소상공인 단체 등을 대상으로 구독경제 역량에 따라 자사몰, 풀필먼트, 운영 등을 메뉴판식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구독서비스 제공에 필수요소인 판매 플랫폼(자사몰), 물류(풀필먼트), 상품구성(큐레이션)을 지원하기 위해 ‘바우처’ 방식의 지원사업도 신설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계획하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사업 모델 중 하나인 ‘물류 바우처’는 민간 물류 전문업체를 활용, 구독상품 유통에 필요한 보관-배송-재고관리 및 교환·환불 등 원스톱 배송 서비스 지원이 목적이다.

이 외에도 구독상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품 자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도 연계해 나갈 예정이다. 공동 브랜드 개발, 커뮤니티 광고, 고객만족 지원센터 도입 등 소비자 신뢰를 얻는데 노력하고, 기존 온라인 교육을 개편해 소상공인 구독경제 교육을 신설하는 등 디지털 역량강화 사업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2년까지 3,000명의 소상공인이 구독경제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사진)는 중기부의 ‘소상공인 구독경제 추진방안’을 위한 후속 조치로 ‘소상공인 구독경제화 지원사업’에 참여할 소상공인을 상시 모집하고, 소상공인 구독경제화를 위한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 / 중소기업유통센터 

◇ 중소기업유통센터 “구독경제 구축 통해 실질적인 매출 증가 노력”

이에 발맞춰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중기부의 ‘소상공인 구독경제 추진방안’을 위한 후속 조치로 ‘소상공인 구독경제화 지원사업’에 참여할 소상공인을 상시 모집하고, 소상공인 구독경제화를 위한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소상공인 구독경제화 지원사업’은 구독경제를 하고 싶어도 진입이 어려운 소상공인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소상공인 전용 플랫폼 ‘가치삽시다’와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구독경제관’을 신설해 입점을 지원한다.

또 상품관리·배송시스템 등 유통 인프라를 보유한 민간 유통사와 협업해 소상공인 구독상품의 개발과 판매를 지원하고, 밀키트 제조 기술을 보유한 민간 기업과 함께 백년가게·전통시장 소상공인의 구독상품화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민간 전문기업·지자체·소상공인 등 관계자가 참여하는 ‘상생발전 협의체’를 구성해 소상공인의 상품개발·개선·확장을 위한 지원에도 나설 방침이다.

정진수 중소기업유통센터 대표이사는 “구독경제 사업으로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한 소상공인에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판로지원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올해 구독경제 시스템의 성공적 구축을 통해 소상공인의 실질 매출 증가와 고용 증대 등 또 다른 성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독경제 전문가인 전호겸(사진)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는 자신의 저서 ‘구독경제 : 소유의 종말’을 통해 “정부 또는 공공기관, 자자체가 양질의 소상공인들을 발굴하여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가 구독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시사위크 DB
구독경제 전문가인 전호겸(사진)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는 자신의 저서 ‘구독경제 : 소유의 종말’을 통해 “정부 또는 공공기관, 자자체가 양질의 소상공인들을 발굴하여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가 구독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시사위크 DB

◇ “공공부문에서 소상공인 풀필먼트·구독경제 기반 마련해줘야”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스스로 구독경제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이 각종 시스템을 구축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을 위한 구독경제의 근본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를 위해 ‘소상공인 전용 풀필먼트’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류와 배송은 디지털 플랫폼 내에서 소상공인들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소”라면서 “소상공인 제품에서 물류비용이 차지하는 비용이 높아지면 가격 경쟁력을 떨어지게 되는 만큼 소상공인 전용 풀필먼트 구축이나 물류 바우처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소상공인 구독경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이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대기업과 중소 상공인들의 ‘공생 네트워크’ 확산은 의미있는 행보지만, 장기적으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고, 이들 스스로 디지털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플랫폼은 물론 풀필먼트까지 ‘소상공인 전용’으로 실질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가장 절실하다”면서 “그것만이 소상공인 디지털 혁신의 ‘날개’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독경제 전문가인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는 자신의 저서 ‘구독경제 : 소유의 종말’을 통해 “구독경제는 신뢰자본과 일정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이나 영세상인들이 독자적으로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정부 또는 공공기관, 자자체가 양질의 소상공인들을 발굴하여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가 구독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품질과 서비스에 대해 보증을 해준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고 구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는 우리의 몸과 같다. 사람이 건강하려면 몸의 구석구석으로 피가 돌아야 하는데, 아무리 새로운 혈액(자금)을 공급해도 말초혈관을 타고 돌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정기적으로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여 지속적으로 구독료가 들어오는 구독경제를 통해서 혈액(돈)이 지속적으로 말초 혈관(소상공인·자영업자)에 돌게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자료

- 소상공인 구독경제 추진 방안 (관계부처합동 / 2021.08.05)

- ‘소상공인 구독경제 활성화’ 방안 (중소벤처기업부)
- ‘소상공인 구독경제화 지원사업’ (중소기업유통센터)
- ‘소상공인 디지털전환 포럼 : 5가지 키워드로 보는 NEXT COMMERCE’ 

- ‘구독경제 : 소유의 종말’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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