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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 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해 “한국은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해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를 두고 산업계에서는 산업 및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 파리협정 ‘진전의 원칙’, 목표치 하향조정 ‘불가’… 40% 감축 지켜야

지난 2015년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020년 만료된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2021년부터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을 담은 국제협약이다. 파리협약의 장기 목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량은 각국이 제출한 ‘자발적 감축목표(INDC)’를 그대로 인정하되 2020년부터 5년마다 ‘상향된 목표’를 제출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 부분이다. 파리협약에서는 국가별 자발적 감축목표에 대해 스스로 정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대신 모든 국가는 차기 감축목표를 제시할 때 이전 수준보다 진전된 목표를 제시해야 하는 ‘진전의 원칙’을 규정했다.

파리협약 제4조 제3항 진전의 원칙은 ‘후퇴 금지 원칙’ 또는 ‘일수불퇴(一手不退) 원칙’이라 불리기도 한다. 해당 항목의 내용은 각 당사국의 후속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현재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뛰어넘는 진전을 보여야 하며, 국가 상황에 비추어 공통적이지만 차별화된 책임과 각각의 역량을 반영한 가능한 최고의 목표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한 번 선언한 기준치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5년 단위의 보고에서는 이보다 더 진전된 높은 온실가스 및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관계자도 “파리협약 진전의 원칙으로 인해 향후 제시하는 목표치는 현재 기준보다 높게 설정해 제출해야 한다”며 “이 기준을 현재보다 낮게 설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파리협정에는 진전 원칙을 두고 탄소 저감 목표치의 후퇴를 제한하고 있다. / 탄소중립위원회

앞서 지난해 말 한국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2030년 탄소저감 목표치 기준은 지난 2018년 국가 탄소 총배출량(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7억2,760만톤 대비 26.3%(1억9,150만톤) 감축한 5억3,610만톤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탄소저감 목표치와 관련해 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35% 이상’으로 줄일 것을 강제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을 밀어붙였다.

이어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10월 18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2018년 대비 2030년 탄소 배출 저감량이 40% 이상으로 명시됐다.

단 10개월 사이에 2018년 대비 2030년 탄소 저감 목표치가 약 13.7%p 이상을 더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기준대로 적용할 시 지난 2018년 탄소 배출량 대비 2030년 탄소 배출량은 2억9,100만톤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목표치인 탄소배출 저감량(1억9,150만톤) 대비 약 1억톤 정도가 더 늘어난 셈이다.

이를 연간 탄소 감축률로 환산하면 2030년까지 매년 4.17% 이상의 탄소 배출을 저감해야 한다고 탄소중립위원회 측은 설명한다.

이와 관련해 탄소중립위원회 및 정부 측은 주요국 대비 ‘도전적인 목표’라는 입장이다. 주요 국가의 연평균 탄소 배출 감축률은 배출량이 최정점이던 시기 대비 △유럽연합(EU) 1.98%/년 △캐나다 2.38%/년 △영국 2.91%/년 △미국 3.07%/년 △일본 3.56%/년 등이다.

전경련 측이 에너지 전문가 116명을 대상으로 2030 NDC 상향(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감축 기준)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게 나타났다. / 전경련

◇ 산업계, 정부 방침에 우려… “어쩔 수 없이 따라야”

산업계에서는 이번 국가 온실가스 배출 저감 목표치 설정과 관련해 우려의 시각이 팽배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정부의 결정에 대해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가 우리나라의 현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감축목표 상향을 포함한 탄소중립 정책을 결정했다”며 “산업계는 수차례 우려의 입장을 밝혔음에도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확정돼 유감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이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급격히 상향된 2030년 NDC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 여부는 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에 달려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는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감축하면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2030년 NDC 및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산업계를 포함한 이해당사자가 부담해야 할 총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추산결과를 공개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혁신기술 연구·개발 및 상용화에 필요한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측이 에너지 관련 학회(한국에너지학회·한국자원경제학회·한국원자력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2030 NDC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69.0%가 과도하다고 응답했다. 당시 설문은 2030년까지 연간 탄소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35% 감축을 기준으로 실시됐다.

뿐만 아니라 2030 NDC 상향의 부문별 국제경쟁력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높게 나타났다. 부문별로 부정적 영향을 예상하는 응답 비율은 △국가경제 전반 89.7% △제조업 전반 92.2% △수출 79.3% △철강 업종 89.7% △석유화학·정유 업종 93.1% △시멘트 업종 91.4% △자동차 68.1% △반도체 67.2%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 석유화학·정유, 시멘트 업종은 매우 부정적이라는 응답률이 60% 이상을 기록했다.

결국 2030 NDC 확정으로 인해 산업계의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최종결론 : 사실

 

근거자료
- 파리기후변화협약 제4조 제3항
-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 관계자 인터뷰

-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 정부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

- 한국경영자총협회 측 관계자 인터뷰 및 보도자료

- 전국경제인연합회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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