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관 감독이 시네마틱 다큐멘터리 ‘어나더 레코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kt seezn
김종관 감독이 시네마틱 다큐멘터리 ‘어나더 레코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kt seezn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김종관 감독은 2004년 단편 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영화 ‘최악의 하루’(2016), ‘더 테이블’(2017), ‘조제’(2020), ‘아무도 없는 곳’(2021) 등과 넷플릭스 ‘페르소나’(2018) 등을 통해 감각적인 영상미와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주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영화뿐 아니라, 도서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골목 바이 골목> <더 테이블>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등을 발표하며 스토리텔러로서도 탁월한 재능을 선보였던 김종관 감독은 지난달 OTT 플랫폼 시즌(seezn)에서 공개된 ‘어나더 레코드’를 통해 다큐멘터리 연출에도 도전해 주목받고 있다. 

‘어나더 레코드’는 모두가 아는 신세경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다룬 시네마틱 리얼 다큐멘터리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서촌을 배경으로, 타인과 함께하는 낯설고 특별한 경험들을 통해 진짜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배우 신세경의 모습을 감독 특유의 낭만적인 정취와 감성으로 담아내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극영화에서도 ‘배우’와 ‘공간’이라는 테마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배우들의 새로운 매력을 포착해온 김종관 감독은 ‘어나더 레코드’의 시네마틱 리얼 다큐멘터리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배우 그리고 사람 신세경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해냈다. 또 신세경뿐 아니라, 서촌에서 그가 만난 낯선 사람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삶’과 ‘사람’, 그리고 ‘행복’의 가치에 대한 대한 질문을 던지며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신세경의 사적 다큐멘터리 ‘어나더 레코드’. /㈜kt seezn
신세경의 사적 다큐멘터리 ‘어나더 레코드’. /㈜kt seezn

김종관 감독은 최근 진행된 <시사위크>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듣는 과정이 담긴 영화”라며 “관객도 그 지점에서 얻어 가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배우 다큐멘터리 제안을 받았다. 평소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는 편이다. 심각하지 않고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는 작품이 많잖나. 그런 작품을 보면 가벼운 듯, 경쾌한 듯하면서 그 안에 삶의 성찰도 있고, 작은 조각의 철학 하나를 얻어 갈 수 있다. 그래서 제안을 받았을 때 관객이 배우의 매력을 아는 것뿐 아니라, 그 너머 삶의 가치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 배우 신세경을 만나면서 그 부분에 대한 윤곽이 생기고 확신이 생겼다.” 

-연출과 다큐의 비중은 어느 정도로 뒀나. 
“내가 영화를 하는 사람이니 영화적 특징이 있다. 내가 하던 습관이 있기 때문에 영화적 미장센이 가미될 수 있는데, 예능 다큐멘터리가 갖고 있는 대본이나 구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더 룰이 없고, 약속된 거 없이 그 안에서 실제적으로 그들의 속생각을 듣는, 편하게 이야기하는 형식을 택했다. 처음엔 조금 낯설 수 있지만, 그들의 진짜 생각을 듣는 것이 다큐멘터리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묘한 줄타기를 하는 영화가 되면 이색적이고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큰 자극이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조용히 귀를 기울여서 듣고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극장용이 아닌 OTT 공개라, 연출적으로 더 고민하거나 차이를 둔 지점이 있다면. 
“창작자의 장점이 드러날 수 있다면 여러 매체에 도전하는 편이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걸 나 스스로 즐기고, 깨닫는 것도 많다. 예를 들어 극장용 영화를 할 때는 불이 꺼진 극장에서 색을 본다면, ‘어나더 레코드’와 같은 작업을 할 때는 환한 공간에서 적당히 작은 화면에서 색에 대해 체크한다. 스트레스가 많은 외부 환경에서도 소리가 잘 들릴 수 있는지 고민한다. 자극적인 테마가 아니기 때문에 체험의 느낌에 초점을 맞췄다. 계절감, 촉감의 느낌, 청각적인 느낌 등 체감할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두고 연출했다. 이 영화의 개성을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까 고민을 했을 때 어딘가를 산책하고 밤거리를 걷는 무드를 줄 수 있는 느낌으로 만들면 색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나더 레코드’에 담긴 서촌의 풍경. /㈜kt seezn
‘어나더 레코드’에 담긴 서촌의 풍경. /㈜kt seezn

-서촌을 배경으로 택한 이유는.
“내가 연출한 극영화에도 많이 나오는 공간이다. 10년 정도 거주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어나더 레코드’는 신세경에 대한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면서 낯선 사람과의 대화라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 내게도 굉장히 낯선 도전이었다. 그래서 믿을 게 필요했다. 내가 잘 아는 걸 갖고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지점에서 서촌은 이미 관찰된 공간이다. 그 공간을 픽션 안에서만 다뤘는데, 이번에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과 신세경의 대화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재밌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했다. 내가 실제로 거주하면서 삶의 위로가 되는 부분도 적지 않고, 좋은 이웃들을 만난 공간이기도 하다. 마음이 힘들 때 따뜻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런 좋은 경험, 좋은 인연이 신세경과 묘한 교집합이 있다고 생각했다.” 

-서촌 안에서도 다양한 공간이 나온다. 장소 선정 기준은.  
“이 영화는 산책과 모험의 테마를 갖고 있다. 낯선 사람들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하고 어떻게 흘러갈지 미지수다. 내가 미리 양쪽(신세경과 서촌 사람들)에서 듣는 이야기는 있지만 어림잡아 느낌을 집작하는 것뿐이다. 현장에 가면 새롭게 알고 되고 듣게 되는 재미가 있다. 구성이 중요하긴 했다. 다큐멘터리지만 어떻게 수를 놓아야 재미있는 모험이 될까 고민했다. 만나는 이웃과 신세경의 조합, 순서를 고민했다.”  

‘어나더 레코드’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신세경. /㈜kt seezn
‘어나더 레코드’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신세경. /㈜kt seezn

-왜 신세경이어야 했나.  
“배우에 대한 다큐멘터리니 그 배우에게 매력을 느끼는 게 중요했다. 배우가 갖고 있는 연기적인 스타일도 좋아했지만, 그 외 인터뷰나 유튜브에서 보이는 그녀의 생각이나 가치관, 삶의 모습들에서 매력을 느꼈다. 배우로 살거나 영화 연출을 하게 되면 강박적인 삶에 지배당하는 경우가 많다. 일적인 성장, 성취를 위해 내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고민하기도 하는데, (신세경은) 본인의 일도 열심히 하지만 현재의 삶, 행복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는 사람 같았다. 행복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게 큰 매력이었다. 

영화 안에서 소개되는 서촌 이웃들도 현재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미래에 내가 가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행복 때문에 불안해하는 게 아니라 다른 식의 과정을 겪고, 안전한 것 같지만 실은 더 도전적인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조합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있었다. 그게 아마 왜 신세경인가에 대한 답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작업을 통해 신세경에게 새롭게 발견한 매력은 무엇이었나.  
“내가 처음에 생각한 지점과 크게 바뀐 건 없다. 이런 노력을 하고 이렇게 삶의 균형을 가져가고, 본인의 행복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구나 더 잘 알게 됐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삶에 대한 고민을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 나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고 행복이란 가치가 어떤 건지, 어떤 것을 그리면서 살아야할지, 또 쉰다는 게 어떤 건지 등 내 스스로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듣는 과정이 담긴 영화다. 관객도 그 지점에서 얻어가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서 신세경은 어땠나.  
“듣는 것도 중요하고 말하는 것도 중요했다. 영화에서 평범한 이웃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춰내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에게 자기의 속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관객들도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관계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일방적으로 신세경의 생각을 묻고 사전 취재를 해야 했는데, 신세경이 답을 하기도 하지만 본인 자체가 궁금증이 많은 사람이라 재밌었다. 호기심도 많고 세상에 질문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체가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고, 이 다큐멘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잘 맞지 않나 생각했다. 영화를 만들어가며 배우의 장점을 계속 더 드러내고자 노력했다.” 

창작자로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는 김종관 감독. /㈜kt seezn
창작자로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는 김종관 감독. /㈜kt seezn

-다큐멘터리 연출을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통해 배우고 얻은 점이 있다면. 
“극영화도 시나리오에 지문 묘사를 성실하게 해놓는 편이 아니다. 현장의 변화에 적응하게끔 여유를 두는 편이다. 다큐도 큰 얼개와 방향성을 정해놓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가야 할지는 모른다. 전체적인 구성은 나와 있지만,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에 현장에서 찾아내야 했다. 또 편집을 하면서 어떤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이야기를 선택하는지 맞춰나갔다. 뭉게뭉게 한 것들에서 조금씩 디테일을 맞추는 작업이 됐던 것 같다. 아주 추상적인 형태에서 구체성을 띠는, 윤곽을 잡아나가는 방식이었다. 극영화도 그런 방식으로 해온 게 있어서 적응을 쉽게 할 수 있었고, 다음에 또 이런 시도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많은 것을 배웠다. 극영화를 할 때 2~3개씩 배웠다면, 이번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서는 10개~20개를 배운 것 같다. 인식이 더 넓어졌다. 촬영 형식에 대해서도 그렇고. 또 세상을 만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창작자로서 다른 이야기를 할 때 영향을 받겠구나 싶었다. 간간이 이런 도전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창작의 인풋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 강박적 삶을 내려놓고 행복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어나더 레코드’의 새로운 시즌을 기대해도 될까. 
“즐거운 작업이었고, 더 알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싶다. 신세경이 낯선 공간인 서촌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 모험한 것처럼, 나도 조금 더 낯선 세계에서 색다른 모험을 하며 인풋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고, 그러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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