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이 애플TV+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닥터 브레인’으로 전 세계 시청자 앞에 섰다. /애플TV+
배우 이선균이 애플TV+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닥터 브레인’으로 전 세계 시청자 앞에 섰다. /애플TV+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지금까지 이런 한국 드라마 없었다.” 영화 ‘기생충’(2019)으로 전 세계 관객에게 존재감을 알린 배우 이선균이 이번엔 드라마로 전 세계 시청자 앞에 섰다. 애플TV+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닥터 브레인’을 통해서다. 사건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천재 뇌과학자로 분해 전작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닥터 브레인’은 홍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SF 스릴러로, 타인의 뇌에 접속해 기억을 읽는 뇌동기화 기술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천재 뇌과학자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영화 ‘장화, 홍련’ ‘악마를 보았다’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등을 통해 장르 영화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한 김지운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선균은 극 중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천재 뇌과학자 고세원 역을 맡았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특이한 뇌구조를 가진 세원으로 분한 그는 절제된 연기로 인물의 상태를 다양하고 풍요로운 스펙트럼으로 표현하며 극을 이끈다. 특히 타인과 뇌 동기화 이후 겪는 변화를 겪는 세원의 다층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을 얻고 있다. 

‘닥터 브레인’에서 천재 뇌과학자 세원을 연기한 이선균. /애플TV+​
‘닥터 브레인’에서 천재 뇌과학자 세원을 연기한 이선균. /애플TV+​

◇ “쉽지 않은 도전, 김지운 감독 덕 용기 낼 수 있었다”

이선균이 연기한 고세원 박사는 새로운 유형의 천재다. 일종의 뇌 기형으로 태어나 한 번 본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 대신, 기억에 수반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도 못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부터 영화 ‘기생충’까지, 안방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 이선균이지만, ‘닥터 브레인’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판타지적 요소에 감정이 없는 인물이라는 설정이 그에게 많은 고민을 안겼다. 그런 그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김지운 감독을 향한 깊은 신뢰 덕분이었다.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이선균은 “SF 요소에 무감정인 인물이라 고민이 됐지만, 정말 존경하고 함께 작업해 보고 싶었던 김지운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선균과 김지운 감독은 ‘감정이 없는 천재 뇌과학자’라는 설정에 갇히지 않고, 매 장면마다 세원의 상황과 감정에 집중해 함께 답을 찾아나갔다. 이선균은 “감정이 없다는 설정이 연기를 하다 보면 드라마를 끌고 가는데 무리가 될 수 있다”며 “그래서 아예 감정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심각하고 우울한 인물로 톤 앤 매너를 설정하고, 하나의 기억이나 감정이 들어올 때마다 그 상황에 맞는 포인트를 갖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극 초반 감정이 없던 세원은 여러 사람들과의 뇌 스캔을 통해 다양한 변화를 겪는다. 가족에게 닥친 비극에 대해 점점 스스로를 탓하게 되고, 나쁜 남편이자 아빠였다는 가책에 시달리며 진정한 가족애를 깨닫는다.  

실제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이선균은 자신의 경험이 세원의 부성애를 표현하는데 많은 영향을 줬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결혼하고 달라진 건 내가 어떤 감정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때 아이들을 생각하게 된다”며 “이입하고 생각하고 하며 감정을 끌고 오는 것 같다. 이 작품 역시 아들에 대한 미안함, 고마움을 깨닫는 여정을 그리다 보니 실제 내 아들이라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감정을 잡아나갔다”고 떠올렸다. 

이선균이 한국 콘텐츠의 강점을 꼽았다. /애플TV+
이선균이 한국 콘텐츠의 강점을 꼽았다. /애플TV+

◇ “‘기생충’ 이후 K-콘텐츠 유행, 바람직”

‘닥터 브레인’은 지난 4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TV+의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이선균은 “애플TV+를 통해 ‘닥터 브레인’이 전 세계에 공개돼서 영광”이라며 설레는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배우로서 OTT 첫 도전이기도 했던 그는 “예전에는 드라마를 찍을 때 거의 생방송에 가까운 촬영 일정이었다”며 “시간에 쫓기다 보니 불안감도 컸고, 조금 더 완성도 있게 시청자와 만나고 싶은 마음에 아쉬움이 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OTT 시리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후반 작업이나 여러 부분에 대해 공을 더 들일 수 있었다”며 “그래서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개되는 점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닥터 브레인’은 이선균은 영화 ‘기생충’ 성공 이후 선보이는 첫 작품이기도 하다. ‘기생충’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까지 최근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기생충’ 이후 한국 문화가 유행을 끌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기생충’뿐 아니라, BTS나 ‘오징어 게임’ 등 한국 문화, 한국 콘텐츠가 역동적이고 힘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한국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갖고 있는 일에 대한 책임감, 주인 의식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며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하는 욕심과 책임을 많은 분들이 갖고 있다. 그런 부분을 알아봐 주신 것 같아서 앞으로도 더 많은 ‘기생충’ ‘오징어 게임’과 같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닥터 브레인’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이선균은 “지금까지 한국에 이런 소재의 드라마가 없었다”면서 “또 김지운 감독만의 장점인 장르의 극대화, 추리극이지만 서스펜스와 공포의 느낌도 잘 표현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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