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체 소속 영화인들과 소상공인들이 영화업계 정부지원 호소 결의 대회를 개최했다. /이영실 기자
영화단체 소속 영화인들과 소상공인들이 영화업계 정부지원 호소 결의 대회를 개최했다. / 사진=이영실 기자

시사위크|여의도=이영실 기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영화업계가 정부에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로 극장과 업계의 고통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괴멸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상영관협회를 비롯해 각 극장사,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수입배급사협회 등 영화단체 소속 영화인들은 21일 오전 10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영화업계 정부지원 호소 결의 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는 위탁 극장을 운영하는 극장주와 영화관 상권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지역 소상공인들도 참석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영화인들은 △극장 영업시간 제한 즉시 해제 △코로나19 이후 영화 업계 전반의 피해액 산정 및 손실 보상 △정부 주도의 배급사 대상 개봉 지원 정책 추진 △임차료 및 세금 감면 혜택 등 무너져가고 있는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살려달라’라고 쓰인 머리띠를 두르고 “영업시간 제한 해제해 영화업계 살려내라” “정부는 영화업계 피해액 보상하라” “한국영화 개봉 위해 정부가 지원하라” “영화관이 살아나야, 소상공인 살아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상영관협회 이창무 회장은 “이번 방역 강화로 극장 운영시간을 제한한 것은 영화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극장의 영업시간 제한으로 영화 개봉이 줄줄이 연기되고 극장 현장에서는 예약된 티켓의 대량 취소 사태가 발생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산업은 괴멸 직전”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극장은 현재 모든 상영관이 백신패스관으로 운영돼 백신 미접종자는 아예 입장조차 허용되지 않고 자체적 띄어앉기, 음식물 섭취 금지 등 강화된 방역 조치를 시행 중“이라며  “어느 정도 안정성이 검증된 극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지금 즉시 극장의 영업시간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회장은 “안전한 극장 만들기에 앞장섰지만 돌아온 것은 끝없는 추락뿐”이라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안 된다. 극장이 사라지고 산업 전체가 몰락하기 전에 하루빨리 행동으로 욺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탁 극장주를 대표해 참석한 임헌정 지원 대표는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는데 그 대가가 참혹하다”며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건 정부의 이해 없는 제재와 유독 인색한 손실 보상”이라고 토로했다. 임 대표는 “영화산업이 극장을 중심으로 투자, 배급 등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인지해야 한다”며 “정부는 극장이 대기업 계열이라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중소기업인 위탁 극장이 입는 손실에 대한 보상도 고려치 않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극장은 성수기를 대비해 채용을 늘리고, 영화 개봉을 위해 엄청난 마케팅비를 쏟아부었는데도 너무 쉽게 영업시간 제한을 결정해 그 손실을 모두 업계가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방역 조치로 인해 관객 수만 명의 예매표를 취소해야 했다며 “당사의 비용을 들여 손해를 감수하는 것도 모자라, 왜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항의와 폭언까지 들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자력으로 버티고 있던 산업이 정부의 영업 제한으로 붕괴되고 있다. 일어나려던 산업을 무너뜨렸다”면서 “영화산업 전반에 이유 없는 희생만을 반복해서 강요하지 말고 영업시간 제한 해제와 적극적인 손실보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정부에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 영화인들. /이영실 기자
정부에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 영화인들. /사진=이영실 기자

최근 ‘유체이탈자’를 극장에 개봉했던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 2년간 우리 영화계는 엄청난 피해를 입어왔고, 그중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영화산업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하는 극장으로, 마스크를 벗지 않고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극장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영화시장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극장이 무너지면 영화업계 전체가 무너진다는 심정으로 꾸준히 작품을 극장에 배급하고 있다”며 “일개 개인 제작자까지 영화업계의 생존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나서고 있는데 정부는 도대체 영화업계를 지탱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수입배급사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상진 엣나인 대표는 “영화산업은 극장을 중심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고, 극장에서 상영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중소규모의 영화 제작사이고 배급사”라며 “극장을 지원하는 것이 대기업을 살리는 것이라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극장의 몰락으로 영화 제작 및 배급, 수입사 등 모든 영화업계 이해관계자들은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지금은 대기업이냐 아니냐를 놓고 따질 때가 아니라, 정부는 영화업계 전반의 목소리를 듣고 영화산업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정윤철 영화감독은 “영화산업의 최대 위기”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 감독은 “극장은 기업의 매출을 올리기 위한 영업점이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문화 공간이자 지역 상권을 유지시키는 허브 역할을 하는 중요 거점으로, 극장이 무너지면 문화도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동네 상권도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이어 “산소호흡기를 빨리 꼽아줘야 할 중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부잣집 아들이란 점에서 방치되고 있는 사망 직전의 극장에 정부는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줘야 한다”며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영화인 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퇴근 후 영화 한 편으로 삶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자유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영화관 내에서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 소상공인 최모 씨는 “극장에 대한 고강도 영업제한으로 인해 함께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소상공인들 역시 심각하게 타격을 받고 있다”며 “70% 이상 매출이 하락했고 함께 일하던 아르바이트생도 보내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곧 괜찮아질 거라는 기대감을오 버텼는데 이번 방역 조치로 모든 기대를 상실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최씨는 “극장 영업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 관객수가 늘어야 인근 상권도 살아날 수 있다”며 “극장 영업시간 제한 해제는 극장과 함께 상권을 형성한 모든 소상공인의 생존 조건이다. 더 이상 고통받는 소상공인이 없도록 강력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상영관협회 측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업계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정부의 제대로 된 피해보상은 없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억2,600만 명에 달했던 국내 관람객은 지난해 5,9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간한 ‘2021 한국영화연감’에 따르면 2020년 한국 영화시장 극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가 감소한 5,104억원을 기록했다. VOD 등 극장 외 시장의 경우도 극장보다는 감소 폭이 작았지만, 역시 전년 대비 13.8%가 감소한 4,39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진 대표는 “팝콘수익 30%를 포기하고 안전한 극장을 만들기 위해 힘써 왔다”며 “그럼에도 극장을 다중이용시설과 같이 제한하는 건 말도 안 된다. 해외 사례를 봐도 잘못된 제재”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디테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이제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세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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