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회자되는 속설이 있다. 지진 발생 전에 물고기나 동물들이 평소와 다른 이상 행동이나 움직임을 보인다는 속설이다. 제주도 지진 때도 특정 물고기가 이상 움직임을 보인 것과 관련해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14일 늦은 오후 제주도섬 일대가 강하게 흔들렸다.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규모 4.9의 강한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큰 인명피해는 없지만 2016년 경주(규모 5.8), 2017년 포항(5.4)에 이어 강력한 지진이었다. 이에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그런데 강한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회자되는 속설이 있다. 지진 발생 전에 동물이 평소와 다른 이상 행동이나 움직임을 보인다는 속설이다. 특히 물고기와 관련된 속설도 많은데, 이번 제주도 지진 때도 같은 이슈가 화제가 됐다. 얼마나 근거가 있는 주장일까. 

◇ 제주도 지진 발생 전 참돔 대량 어획… 지진 전조현상? 

제주도 지진이 발생한 후, 온라인에선 한 언론보도가 화제로 떠올랐다. 지진 발생 전날, 제주도 동쪽 해역에서 참돔 2만5,000마리가 대량으로 포획돼 부산에서 위판됐다는 소식이었다. 부산어시장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등어 성어기에 참돔이 대량으로 잡혀 위판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온라인상에선 “참돔이 미리 지진을 느끼고 대피하다가 잡힌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지진 전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이를 감지하고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속설을 근거로 한 주장이었다. 대규모 지진 발생 전에 동물이 떼로 이동을 한다든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사례를 놓고 ‘지진 전조 현상’이라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특히 물고기와 관련된 속설도 많다. 물고기의 떼죽음, 심해어의 출현, 특정 어류의 이상 이동 및 행동 목격 사례 등이 일례다. 특히 지진 발생이 많은 일본에선 이와 관련된 속설이 여럿 존재한다. “심해어가 발견되면 지진이 발생한다”는 속설도 그 중 하나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전 심해어인 대왕산갈치 12마리가 해안에 밀려온 사실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몇 년간 지진이 잦아지면서 이 같은 속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지난 2016년 경주 지진 발생 10여일 전엔, 울산 태화강에서 숭어떼 수만 마리가 일렬로 줄지어가는 현상이 포착된 것을 놓고 지진 전조 현상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이번에 참돔 대량 어획된 현상에도 같은 의구심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상청 측은 특정 어류의 이상 움직임과 지진과의 연관성에 대해 섣부른 추측을 경계했다. 과학적으로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검증되지 않는 주장이라는 이유에서다. 

◇ 기상청 “수온과 연관성 있을 것, 지진과 연관성 없어”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진 발생 후에 특정 동물이나 물고기의 이상 움직임이 있었다는 사실이 화제로 떠오르는 일이 있는데, 연관성을 갖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특정 어류의 이상 움직임이 포착된 후에 항상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지진 발생 전날, 제주도 동쪽 해역에서 참돔 2만5,000마리가 대량으로 포획돼 부산에서 위판됐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를 낳았다. /부산공동어시장·뉴시스

참돔이 대량 어획된 현상과 관련해선 수온 변화에서 원인을 찾았다. 바닷물의 수온이 따뜻해지면서 참돔이 대량 어획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기상청 관계자는 추정했다. 심해어가 나타나면 지진이 발생한다는 속설과 관련해선 “산갈치의 경우, 지진이 나지 않아도 많이 잡히는 편”이라며 관련 가설이 과학적으로 유의미한 일관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의 한 대학 연구팀이 심해어와 지진과의 상관관계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큰 연관성을 찾지 못한 바 있다. 당시 오리하라 요시아키 일본 도카이 대학 특임교수 연구팀은 1928년부터 2011년까지 심해어가 해변으로 밀려왔거나 포획된 사례 등을 연구했다. 일본을 5개 지역으로 나눠 심해어가 발견된 지 30일 이내에 규모 6 이상의 지진 발생 여부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심해어가 발견된 363건의 사례 중에 발견 후 지진이 발생한 경우는 약 4%(13건)에 불과했다. 

◇ 학계 의견 분분… “과학적 연구 필요한 영역” 

동물의 이상행동과 지진 등 재해와의 인과관계는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입증된 단계는 아니다. 이에 이를 둘러싸고 학계의 의견도 분분한 상황이다. 대체적으로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는 시선이 많지만, 향후 연구를 통해 밝혀낼 영역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진용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는 “자연 생물의 이상행동과 지진 예측과의 연관성은 아직까지 학계에서 과학적인 근거가 인정되지 않는 영역”이라며 “다만 과학적으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해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현재 과학이 모든 인과관계를 증명해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진은 땅속에 변화가 발생하면서 일어난다. 땅속에 힘이라는 응력이 뭉쳐져 있다가 한순간에 풀려 빠개지면서 에너지가 분출되는 것이 지진이다. 이렇게 땅이 삐끗할 때, 어떤 에너지와 파장이 분출된다. 그 과정에서 물의 온도와 조성이 변할 수 있고 민감한 물고기는 이를 느낄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현재의 과학이 이를 증명할만한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아니다’, ‘맞다’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정 생물의 이상행동이 지진 등 재해와 연관성이 있을지에 대한 연구는 국외에서 다수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진이 잦은 중국과 일본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한 분위기다. 일본 내에선 민물고기인 ‘메기’를 이용한 지진예측 연구도 시도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다만 아직까지 관련 연구는 갈 길이 먼 실정이다. 지진 예측에 활용된 만한 과학적 기반을 갖추기 위해선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일관적이며 반복적인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소희·박영진 연구팀은 2017년 3월 한국재난정보학회에 발표한 ‘동물 이상행동과 지진 전조 가설검증 연구동향 및 한계점’ 논문에서 “동물 이상행동과 지진발생간의 연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가설설정 및 검증연구는 아직 기초단계”라며 “관계 검증을 위해서는 다양한 재난사례별 신뢰성 있는 다수의 데이터와 연구사례, 실험결과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재난예지 가능성 검토를 위해선 동물 이상행동 등 전조 현상과 재난발생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선행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진 전조 사전인지를 통한 인적피해 경감사례가 거의 전무하고 실증실험 연구결과를 일반화시키기 어렵다는 점 등 재난예지 가능성 검토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선행연구 수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어류 등 특정 생물의 이상행동과 지진 발생과의 연관성은 과학적 검증이 필요한 영역으로 판단된다.


※ 최종결론 : 판단유보 
 

근거자료

-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 관계자인터뷰 
- 이진용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 인터뷰  
- 심해어의 출현과 지진 전조현상 연구  
(https://pubs.geoscienceworld.org/ssa/bssa/article-abstract/109/4/1556/571628/Is-Japanese-Folklore-Concerning-Deep-Sea-Fish?redirectedFrom=fulltext)
- 동물 이상행동과 지진 전조 가설검증 연구동향 및 한계점 논문 
(https://scienceon.kisti.re.kr/commons/util/originalView.do?cn=JAKO201714563377129&oCn=JAKO201714563377129&dbt=JAKO&journal=NJOU0040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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