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왼쪽)부터 ‘지옥’까지, K-콘텐츠가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왼쪽)부터 ‘지옥’까지, K-콘텐츠가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해는 ‘K-콘텐츠’ 전성시대였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글로벌 OTT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난 한국드라마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다. 

◇ ‘오징어 게임’에 홀리고 

그 중심엔 단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연출 황동혁)이 있다.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로,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K-콘텐츠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지난 9월 1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공개 나흘 만에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전체 1위에 등극한 것은 물론, 지난 9월 23일부터 11월 7일까지 연속 46일 동안 전 세계 순위 1위를 굳건히 하며 넷플릭스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또 지난 10월 19일(현지시각) 공개된 넷플릭스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1억4,200만 가구수가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시청자를 불러 모았다. 12월 31일 현재까지도 ‘금주의 Top 10’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극한 경쟁에 내몰린 현대사회를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와 결부시켜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완성해 호평을 얻었다. 현대사회를 직시한 풍자와 메시지, 아이러니를 극대화시킨 미술과 음악, 그리고 이를 더욱 풍성하게 완성한 배우들의 열연 등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신드롬급 인기를 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신드롬급 인기를 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특히 한국적 특수성에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정서를 녹여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청자들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또 이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키트’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작품 속 담긴 한국 창작자들의 스토리텔링 능력과 한국 창작 생태계의 탄탄한 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며 의미를 더했다. 

수상 행렬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1월 29일(현지시각) 2021 고담 어워즈(Gotham Awards)에서 한국 드라마로는 최초로 ‘획기적인 시리즈-40분 이상 장편 부문(Breakthrough Series-over 40 minutes)’ 부문을 수상했고, 지난 7일 진행된 2021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PCAs)에서 ‘올해의 정주행 쇼(The Bingeworthy Show of 2021)’ 부문 트로피를 안았다. 

또 내년 1월 9일 개최되는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TV시리즈-드라마 작품상(Best Drama Series) △TV 드라마 남우주연상(Best Television Actor-Drama Series, 이정재) △TV 드라마 남우조연상(Best Supporting Actor–Television, 오영수)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특히 한국 드라마를 포함한 비영어권 작품이 TV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으로, ‘오징어 게임’이 최초 비영어권 수상작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개 첫날 월드순위 1위를 차지한 ‘지옥’. /넷플릭스
공개 첫날 월드순위 1위를 차지한 ‘지옥’. /넷플릭스

◇ ‘지옥’에 빠지다 

지난 11월 19일 공개된 ‘지옥’(연출 연상호)은 지난달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TV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공개 열흘 만에 1억1,00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93여 개국의 TOP10 리스트를 강타했다. 공개 하루 만에 한국 TV 시리즈가 정상을 차지한 건 처음으로, ‘오징어 게임’에 이어 또 한 번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줬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다. 

‘송곳’ 최규석 작가가 그림을, 영화 ‘부산행’ ‘반도’ 연상호 감독이 스토리 집필을 맡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연상호 감독이 원작 각본에 이어 시리즈 연출과 공동 각본을 맡아 실사화를 이끌었다. 여기에 배우 유아인‧김현주‧박정민 등 연기력과 흥행력을 모두 갖춘 배우들이 총출동해 완성도를 높였다.  

공개 전부터 △토론토국제영화제 △BFI 런던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얻으며 주목받았던 ‘지옥’은 지옥행 고지라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설정과 매회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살아 숨 쉬는 캐릭터 등을 앞세워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혼란한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연상호 감독이 그동안 쌓아올린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정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신들도 “‘지옥’은 새로운 ‘오징어 게임’”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영국 <가디언>은 “10년 뒤에도 회자될 드라마”라며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당장 시청하라”고 치켜세웠고, 미국 <CNN>은 ‘오징어 게임’을 함께 언급하며 “올해 한국 드라마가 끝내준다”고 호평했다. 

연상호 감독은 ‘지옥’ 공개 당시 인터뷰에서 한국드라마의 세계적 인기에 대해 “이전부터 한국에서는 좋은 영화와 드라마가 존재했고, 그것을 알아봐 주는 세계인들이 늘어나고 있었다”며 “십여 년 전부터 한국작품들이 전 세계에 쌓아온 신뢰와 내공이 최근 폭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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