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 원진아. /유본컴퍼니
올해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 원진아. /유본컴퍼니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원진아는 2015년 단편영화 ‘캐치볼’로 데뷔한 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드라마 데뷔작이자 첫 주연작 ‘그냥 사랑하는 사이’(2017~18)를 통해 섬세한 연기력으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라이프’(2018)에서 마음 따뜻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노을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후 영화 ‘돈’(2019)에서 여의도 증권가의 치열한 시장 속에서 살아남은 유능한 주식 브로커 박시은 역을 맡아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이뤄냈고,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2019)을 통해서는 열혈 변호사 강소현으로 분해 강단 있고 당찬 매력을 선보였다. 

지난해에도 쉼 없는 작품 활동으로 대중과 만났다. 지난해 3월 종영한 드라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마요’를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지난달 31일 개봉한 티빙 오리지널 영화 ‘해피 뉴 이어’까지 연이어 작품을 선보였다. 멜로부터 스릴러, 로맨틱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중에서도 ‘지옥’에서는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원진아는 새진리회의 진실에 파고드는 방송국 PD 배영재(박정민 분) 아내이자 자신이 낳은 아이의 지옥행 고지로 혼란과 고통에 빠지는 송소현을 연기했다. 6부작 시리즈인 ‘지옥’에서 영재와 소현은 극 후반부 무너진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내는데, 원진아는 헤어나기 힘든 절망에 빠지지만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변해가는 인물의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넷플릭스 ‘지옥’으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원진아. /유본컴퍼니
넷플릭스 ‘지옥’으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원진아. /유본컴퍼니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원진아는 “그동안 학습됐던 모성과 다르면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공개 후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지옥’의 어떤 점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생각하나.  
“커뮤니티가 많이 발전된 세상이라 벽이 허물어지고, 같은 사회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점에서 우리나라에서만 느끼고 겪을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볼 법한 부분을 건드렸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을 다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쉽게 공감해 준 것 같다.”

-원진아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는 평도 많은데.
“감사하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내가 원래 갖고 있는 성향들이 조금씩 나타나게 되는데, 그것을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배우의 개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표정을 많이 쓰기도 하고 근육을 많이 움직인다. 실제 있는 사람처럼 느껴져야 하는 장르에서는 조금 더 써도 된다고 생각해서, 이번에는 얼굴이 어떻게 보일지 걱정이나 계산 없이 더 라이브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소현의 모성은 기존 작품들에서 흔히 그려진 모성과 조금 달랐다.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했나.
“모성애가 강요되는 사회이기도 하고, 엄마로서 필수로 꼭 가져야 하고 당연시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에도 엄마가 되는 지인들이 생기고,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부분도 많은데, 사람마다 표현의 방식이 다를 수 있고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 않나.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소현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학습됐던 엄마의 모습과 다르면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후우울증이 있을 수도 있고, 사랑의 표현 방식이 달라서 모성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복합적으로 섞이면서 소현이라는 캐릭터가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또 소현이 목숨까지 걸며 아이를 지키려고 하는 과정 속에서 보이는 변화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옥’에서 모성을 표현한 원진아. /넷플릭스
‘지옥’에서 모성을 표현한 원진아. /넷플릭스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이라, 어려움은 없었나. 
“나에게도 모성애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장담은 못하겠더라. 나의 삶도 중요한 사람으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모성이 제일 우선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감독님과 그 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아빠도 사람인지라 항상 아이가 예뻐 보이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 충분히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말을 해주셨다. 완벽하게 모성애를 표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성애가 어떤 건지 아직 모르겠다. 대본에 소현의 모습이 잘 표현됐기 때문에 그걸 보며 느낀 감정을 그대로 옮기려고 노력했다. 또 튼튼이(아이)가 실제 아이가 아닌 모형이었는데, 물건 취급을 하게 되는 순간 몰입할 때 어려움이 있겠다는 생각에 튼튼이와 만나려고 노력했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했다. 튼튼이와 한 몸이 되려고 애를 쓰고 집중했다.”

-연상호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촬영 전 전체 리딩을 할 때 콘티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줬는데,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파트가 반으로 나뉘고 출연하는 배우들도 분위기가 바뀌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어떻게 그림이 돌아갈지 그 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흡수될 수 있도록 설명해 줬다. 그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또 작업하면서 자유로움을 많이 느꼈다. 정해진 틀에 맞춰서 연기한다기보다 배우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표현의 방법을 받아들여줬다. 그래서 조금 더 확신과 집중력을 갖고 연기할 수 있었다. 감정적으로 지치고 힘든 요소들도 많았는데, 컷 하면 다시 에너지를 채울 수 있도록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도 해주셨다. 덕분에 현장이 즐거웠다.”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 원진아. /유본컴퍼니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 원진아. /유본컴퍼니

-만약 실제로 고지를 받는다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건가.
“1분 1초가 아까워서 가족들과 함께 지낼 것 같다. 첫째 딸인데, 부모님께 투정도 많이 부리고 서운하게 해드리는 일이 많다. 그것들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드리고 싶고, 감사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 많이 더 크다는 걸 각인시키려고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할 것 같다.” 

-데뷔 후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데, 돌아보면 어떤가. 지금 마음가짐도 궁금한데.
“데뷔 초반에는 막연하게 힘듦을 느꼈던 것 같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부족함만 보이고 괴로웠다. 작품을 계속 해나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결과를 떠나 과정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고 건강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고민보다 상황을 즐기고, 일을 하면서 재밌는 요소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즐기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앞으로도 즐기면서 솔직하게 살아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다. 최근 유독 안 해본 걸 시도하고 몰랐던 걸 새로 배우는 과정이 많았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행운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새롭게 배워나가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대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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