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배두나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요의 바다’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났다. /넷플릭스​
​배우 배두나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요의 바다’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났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배두나는 지난 20년간 한국 콘텐츠 산업이 눈부신 발전을 이뤄내는 동안, 그 중심에서 함께 성장하며 글로벌 배우로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을 택한 결과다. 1999년 연기활동을 시작한 뒤 스크린과 브라운관,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쉼 없는 행보로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요의 바다’ 역시 배두나의 거침없는 도전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2075년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한국 최초 ‘달’을 소재로 한 SF 미스터리 스릴러로, 독창적인 세계관을 담았다.

배두나는 우주생물학자 송지안 박사를 연기했다. 송지안은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인 발해기지에서 벌어진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팀에 합류해 사고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다. 장르적 쾌감보다 죽음의 공포와 싸우는 인물들의 심리를 내밀하게 쫓는 ‘고요의 바다’에서 배두나는 섬세하고 밀도 있는 감정 묘사로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끌고 간다.  

할리우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2013), ‘주피터 어센딩’(2015)을 통해 이미 SF 장르를 경험한 배두나지만, ‘한국형 SF’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시도이기도 하고,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할리우드 시스템에 비해 예산이 적은 탓에 SF 장르를 제대로 구현해내기가 쉽지 않을 거란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원작인 최항용 감독의 동명 단편을 접한 뒤 우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최 감독이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안에서 자신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단다. 

‘고요의 바다’로 또 한 번 도전에 나선 배두나.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로 또 한 번 도전에 나선 배두나. /넷플릭스​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배두나는 “인간의 심리를 따라가며 몰입시키는 원작의 매력에 놀랐고 반했다”며 “그런 작품이라면 잘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 덕에 입다 입다 우주복까지 입게 됐다”며 웃었다.   

-‘고요의 바다’이기에 한국형 SF물 도전에 용기를 냈다고.
“원안 단편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SF지만 기술력이나 과학적인 부분보다 사람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몰입시키는 것에 집중해 영리하게 작품을 만들었더라. 반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라는 작품을 통해 SF 장르를 경험했다. ‘주피터 어센딩’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할리우드와 한국영화의 예산 차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SF 장르물을 실제로 구현해 내는 것이 한국 예산으로 가능할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최항용 감독의 단편을 보고 이 사람이라면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작품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았다. 인물의 얼굴과 심리를 따라가는 거라면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완성된 작품은 어땠나.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모든 배우와 제작진이 본인이 만든 작품을 두고 이보다 더 잘 나올 순 없을 거라고 만족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여건이 좋았다면 더 잘 만들어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장면들도 있지만, 한정된 시간과 조건 속에서 그래도 피땀흘려 최선의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만족감이 있다.”

-원작과 비교했을 때,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요의 바다’는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매력이 다르다. 원작은 시 같은 느낌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8부작 시리즈였고, 시로 가기엔 너무 길기 때문에 소설이 될 수밖에 없었다. 길어지고 설명도 많아졌다. 하지만 볼거리도 더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의 자본력으로 구현해낼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차별점은 배우들이 아닐까. 정말 좋은 배우들이 이 작품을 위해 함께 했다. 다른 배우들을 보며 정말 멋있다 훌륭하다 생각하며 촬영했다. 배우들 덕에 더 풍부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송지안 박사로 분한 배두나 스틸컷. /넷플릭스​​
송지안 박사로 분한 배두나 스틸컷. /넷플릭스​​

-캐릭터 구축 과정이 궁금하다. 지안은 어떤 인물로 다가왔고, 감독이 요구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어떤 방향성을 정해놓으면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틀어질 수 있잖나. 그래서 나는 나만의 선호하는 캐릭터를 잡아놓지 않는 편이다. 다만 첫 미팅 때 지안이 천재 과학자라는 설정이 있으니까 더 논리적으로 보이게끔 전문적인 용어를 많이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외에는 없었고, 감독님도 특별히 주문한 건 없다. 

개인적으로 최항용 감독님을 모티브로 캐릭터를 구축했다. 감독님이 굉장히 말이 없고 한 번도 자외선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처럼 얼굴이 하얗다. 연구실에서 연구만 하는 지안도 비슷한 느낌일 거라고 생각했다. 또 지안은 인간관계는 제로인 은둔형 외톨이 스타일 같았다. 그 정도에 설정을 뒀다. 캐릭터를 만들 때 분석하지 않고 그때그때 영감을 받는 편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극 초반 골드카드를 받는 장면이 이번 연기를 가장 크게 좌우했다. 골드카드를 마주하는 순간 몰입이 확 됐다. 큰 충격과 상처였다. 그 신 하나로 지안의 톤 앤 매너나 인간을 바라보는 눈빛 모든 것이 시작됐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새로운 경험이 됐겠다. 
“입다 입다 이제 우주복까지 입어보는구나 싶었다. 감사했다. 배우가 정말 좋은 직업인 게, 한 번 살면서 여러 직업과 인생을 살아볼 수 있잖나. 이젠 우주복까지 입어보고 정말 감사한 인생이라는 생각을 했다. 초반 며칠은 그랬다.(웃음) (우주복이) 너무 무거운 거다. 하하. 어깨도 아프고 몸도 괴롭고 사실 굉장히 힘들 수 있는 작업이었는데, 그럼에도 웃으면서 해낼 수 있었던 건 좋은 사람들 덕이었다. 특히 배우들과 케미가 정말 좋았다. 촬영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웃고 행복해하는 것밖에 없다. 서로 웃겨주려고 노력했던 현장이었다. 그래서 힘들었던 기억은 거의 없다. 웃었던 기억만 난다.” 

배두나가 우주복을 입고 촬영한 소감을 전했다. /넷플릭스​​
배두나가 우주복을 입고 촬영한 소감을 전했다. /넷플릭스​​

-달리는 장면도 유독 많았고, 월수를 쏟아내는 등 몸을 사리지 않은 열연을 보여줬다.
“그동안 몸을 쓰는 역할을 많이 해서 힘들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우주복이 너무 무거워서 승모근이 발달했다.(웃음) 그래도 그건 고생 축에도 못 낀다. 다른 작품을 통해 양궁도 해보고 탁구도 해보고 격투기도 해보고 지금까지 고생을 정말 많이 해봤다. 그래서 ‘고요의 바다’ 정도는 괜찮았다. 수중 촬영이라고 하지만, ‘센스8’ 때는 바다에서도 촬영을 했기 때문에 이 정도야 뭐. 하하. 멘탈이 강하다. 체력적인 것보다는 감정적인 부분이었다. 그 감정선으로 시청자들이 따라와야 하는 포지션에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그것을 놓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담감이 컸고, 매 장면 그 지점을 놓치지 않으려는 강박이 컸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 

-작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유 중 하나가 느린 호흡과 늘어지는 전개가 꼽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원작 단편을 보고 반한 상태에서 시리즈 대본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짧다고 생각했다. 미니시리즈나 50부작 주말드라마도 많이 해본 세대라 그런지 그 기준으로 보면 되게 짧고 축약된 대본이라고 생각했다. 또 원작 단편을 보면서 시나리오에 왜 이렇게 여백이 많은지 이해가 됐고 개인적으로 여백이 있는 시나리오를 좋아하기도 한다. 초반에 자극적인 걸로 시선을 잡고 가는 작품들이 많은데, ‘고요의 바다’는 그런 공식을 따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 배우의 눈에 집중하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고요의 바다’는 수면 아래로 소용돌이치는 것을 보는 시리즈지, 외부에서 파도가 치는 작품은 아니다. 다른 관점으로 자극적인 걸 원한다면 맞지 않을 수 있다.”  

쉼 없는 행보로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배두나. /넷플릭스​​
쉼 없는 행보로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배두나. /넷플릭스​​

-북극의 빙하 감소, 지구 온난화 같은 이변 현상들이 일어나며 미래를 예측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지구에 물이 없어진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나.
“상상을 안 할 수 없었다. 나는 ‘터널’을 찍은 후에도 몇 년 동안 터널을 지나갈 때마다 무서웠던 사람이고, 항상 차에 물을 싣고 다니며 대비를 했다. 이 이야기가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꼭 필요하지만 펑펑 쓰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샤워할 때 물을 펑펑 쓰다가 이 작품 이후 조심하게 됐다. 작품이 가진 순기능이 정말 좋다. 나는 환경을 지키자고 나서서 활동하진 못한다. 그래서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활동 무대가 해외로 넓혀졌는데도 국내 드라마도 찍는 등 종횡무진이다. 쉬지 않고 일하는 이유는 있다면. 
“어느 순간부터 작품에서 몸을 사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이 부딪히고 더 많이 경험하는 것이 결국엔 나의 전투력이 될 거라는 생각이 생겼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많은 경험을 하고 경험치를 쌓으려고 한다. 해외에 나가서 작품을 찍고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다시 또 작품을 찍고 그러는 게 정말 재밌다. 국내 작품을 할 때 해외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재미가 있고, 힐링이 된다. 우리 고유의 문화를 공유하는 현장에서 일하는 재미도 있고, 해외에 나가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우는 것도 좋다.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되게 바빴다. 지금도 장르를 가리거나 주연이나 조연, 역할에 딱히 구분을 두지 않는다. 좋은 작품이면 저예산, 독립영화도 하고 블록버스터도 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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