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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박대민 감독, ‘특송’은 시작   
2022. 01. 18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특송’으로 돌아온 박대민 감독. /NEW​
​영화 ‘특송’으로 돌아온 박대민 감독.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특송’(감독 박대민)은 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박소담 분)가 예기치 못한 배송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 영화다. 

돈만 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배송하는 ‘특송’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박소담의 첫 원톱 액션물로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해외 47개국에 선판매되는 쾌거를 달성한 것은 물론, 5개국 동시기 개봉을 확정하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특송’은 할리우드 히어로무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1, 2위를 다투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신선한 소재와 짜릿한 액션, 살아 숨 쉬는 캐릭터를 앞세워 관객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평이다. 

연출자 박대민 감독의 영리함 덕이다. 익숙한 스토리 라인에 디테일한 설정을 더해 신선한 매력을 완성했고, 성별의 경계가 없는 카체이싱을 주된 액션으로 택해 여성 액션물의 단점을 보완했다. 영화의 반 이상을 채우는 카체이싱 액션 역시 다양한 변주를 통해 지루할 틈 없는 재미를 안기며 신선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여성 원톱 액션물을 탄생시켰다. 

영화 ‘그림자 살인’(2009), ‘봉이 김선달’(2016)에 이어 6년 만에 관객을 찾은 박대민 감독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여성 원톱 액션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전작에서 그들의 서사를 충분히 그려내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특송’에서 주인공 은하를 연기한 박소담 스틸컷. /NEW
‘특송’에서 주인공 은하를 연기한 박소담 스틸컷. /NEW

-영화의 시작이 궁금하다. 이야기의 구상은 어떻게 했고, 여성 원톱 액션으로 완성한 이유가 있다면. 
“전작을 하면서부터 여성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나름 재밌게 풀어갈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는데 충분히 이야기 속에 녹여내지 못했다거나 그들의 서사를 가져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아예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극을 끌어나가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장르적으로는 액션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여성과 액션 두 가지 키워드를 잡고 준비했다.”

-성별의 경계가 없는 카체이싱을 주된 액션으로 택했는데, 여성 액션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함이었을까. 
“우선 심플하게 이야기를 풀고 싶었다. 액션 장르이면서 복잡한 이야기가 꼬여있는 느낌보다는 주인공이 목표를 향해서 직진하는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다. 덧붙여서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액션 영화에 어떤 그림이 어울릴까 생각하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그림이 떠올랐다. 운전대를 잡으면 성별에 관계없이 주인공이 한계를 극복하면서 스피디한 액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영화의 색과 잘 맞을 것 같았다.”

신선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여성 원톱 액션 영화 ‘특송’. /NEW
신선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여성 원톱 액션 영화 ‘특송’. /NEW

-굉장히 다채롭고 신선한 카체이싱 장면들을 담아냈다. 어떤 고민을 했나. 
“우선 은하가 어떤 인물이라는 것을 처음 카체이싱 장면을 통해 확실히 보여주자는 생각이 있었다. 또 기존 작품들에 좋은 카체이싱 장면도 많지만, 한국적인 공간에 접목시켜서 하면 우리만의 장면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공간적으로 다양하게 변화를 주자는 생각을 했다. 넓은 도로부터 골목길, 언덕길, 주차장 등 공간의 변화와 함께 지루할 틈 없이 기술적으로나 속도에 변화를 주며 요소요소를 만들어가려고 했다. 준비 과정도 재밌었고, 다른 스타일로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 촬영 일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전 준비가 많이 필요했다. 3D 작업을 통해 차와 공간을 만들어서 전체 시퀀스를 해보는 과정을 거쳤다. 그림을 만들어놓고 그것에 맞는 공간을 헌팅하고 구체화시켜서 촬영할 때는 찍어야 하는 것들만 찍으면서 만들어갔다.”

-오래된 자동차를 개조해서 사용한 것도 신선했는데. 
“폐차장이 무대이고 개조해서 쓰는 거라 연식이 오래된 차량을 찾는 걸로 설정을 했다. 올드카가 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일단 엔진 소리부터 요즘 차들과 다른 느낌이 있고 거칠지만 힘 있게 나오는 모습이 확실히 달랐다. 속도감 있는 스포츠카하고는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차들을 택하게 됐다.”

‘특송’으로 재회한 박소담(왼쪽)과 정현준 스틸컷. /NEW
‘특송’으로 재회한 박소담(왼쪽)과 정현준 스틸컷. /NEW

-은하를 새터민으로 설정한 이유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사람들 속에 섞이지 못하는 외부인의 느낌이 있었으면 했다. 은하뿐 아니라 백강산업에 있는 이들이 평범한 세상, 사회에 섞이지 못한 인물들이다. 자신들만의 울타리 안에 있는 인물들이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벽을 치고 사는 곳이었다. 그런 은하가 서원을 만나면서 세상 밖으로 한 발짝 정도 내미는 느낌을 담고 싶었다. 두 번째 이유는 은하의 액션에 설득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특송 일을 하면서 체득한 서바이벌 격투이긴 하지만, 거기에 조금 더 탈북 과정이라는 거친 과정을 겪고 여기까지 온 인물이라는 설정이 은하가 보여주는 액션에 어느 정도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박소담이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무조건 저 나이대에서 제일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낯설 수 있는 인물을 현실감 있게, 진짜 있는 인물처럼 만들려면 연기력이 받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떠올린 배우 1순위가 박소담이었다. 박소담은 낯선 캐릭터를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힘이 있는 배우다. 붕 떠 보일 수 있는 인물을 땅에 발을 디딘 인물로 만든다. 거기에 덧붙여서 액션을 했을 때 멋이 나길 원했는데, 박소담이 잘 표현해 줬다. 시나리오 초기 작업 당시 은하는 고독한 늑대 느낌이었다. 그런데 박소담을 만나고 캐릭터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 시대 청춘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박소담이) 굉장히 잘 소화해 줬다.”

-정현준 캐스팅 과정도 궁금하다. ‘기생충’에 이어 박소담과 재회했는데.  
“정말 너무 귀여워서 캐스팅했다. 오디션 최종 후보에 몇 명 친구들이 있었다. 능수능란하게 연기를 잘 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현준이는 일단 화면을 뚫고 나오는 매력이 정말 컸다. 능숙한 연기를 보여줬다기보다 아이처럼 보이는 매력에 빠져 캐스팅했다. 그 모습이 서원이라는 역할에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현준이 정말 잘 클 것 같다.”

‘특송’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송새벽(왼쪽)과 김의성. /NEW​
‘특송’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송새벽(왼쪽)과 김의성. /NEW​

-조경필 캐릭터도 인상적이었다. 송새벽이기에 더 독특하고 새로운 빌런이 완성되지 않았나 싶은데. 
“전형적인 악당의 동기와 욕망을 갖고 있는 인물이더라도 배우가 표현하기에 따라 신선한 빌런이 될 수 있다. 경필 역시 전형적인 악당이지만 표현 방식에 있어서 달랐으면 했고 새롭게 느껴졌으면 했는데, 송새벽이 잘 완성해 줬다. 독특한 호흡이 있고, 연구를 많이 하더라. 같이 작업을 하기 전에는 본능적인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보니 굉장히 연구하는 타입의 배우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대사와 호흡을 보여줬다. 그 덕에 경필이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인물로 완성될 수 있었다.”

-김의성이 연기한 백사장이 악역일 줄 알았다는 반응이 많다. 배우가 주는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새롭게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의도한 부분일까.   
“캐스팅에 있어서 의외성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김의성이나 송새벽 같은 경우 기존에 맡았던 역할과 다른 의외성이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김의성은 인상적인 악역을 많이 해서 그렇지 않은 역할을 하면 신선하게 봐주시는 것 같다. 또 백사장이 아낌없이 퍼주는 착한 인물이라기보다 적당히 범죄에 발을 담고 있으면서 은하의 편이 돼주는 인물이라 잘 맞았던 것 같다.” 

영화 ‘특송’으로 돌아온 박대민 감독. /NEW
즐거움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박대민 감독. /NEW

-건축학과에 4학년까지 다니다가 다시 영화과에 입학했다고. 건축학도를 영화감독의 길로 이끈 영화의 매력은 무엇이었나.
“우선 건축이 안 맞았다.(웃음) 이대로 졸업해 봐야 뭐 하나 하는 생각에 좋아하는 걸 하자 싶어 다시 영화과에 들어갔다. 대학교 4학년 때 수능 준비를 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아버지가 영화를 좋아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영화관에 데리고 갔다. 주로 성룡 영화나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봤는데 그런 유년기의 기억들이 영향을 준 것 같다. 즐거움을 주는 게 영화의 힘인 것 같고, 나도 그런 영화들을 하고 싶다. 장르적 재미가 됐든, 뭐가 됐든 보면서 즐거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차기작 계획은. 
“‘특송’을 하면서 여성 액션의 재미를 느꼈다. 다음 작품도 액션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도 여성이 주인공이 될 것 같다. ‘특송’과는 또 다른 느낌의 액션 영화를 해보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