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단체 “공사 주장, 모순 있다”… 김포·김해 국제선 흡연실 아직 존재
한국공항공사 “국내선, 격리대합실 체류 시간 짧아”
인천공항 “면세구역, 여객 장시간 대기 구간… 정부 지침 검토, 단계적 개선할 것”

한국공항공사는 격리대합실 내 흡연구역 철거를 국내선에 우선적으로 적용했다. 사진은 한국공항공사가 지난 2018년 9월 6일 폐쇄한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여객터미널 3층 실내 흡연실. / 한국공항공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전국 14개 공항에서 ‘실내 흡연실’이 대부분 철거됐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2018년 국민 건강증진을 위한 이유로 이러한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일부 공항의 국제선 구역에는 여전히 흡연구역을 남겨둔 상황이라 한국공항공사의 조치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018년 한국공항공사(이하 공사)는 전국 14개 공항에서 실내 흡연실을 전면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순차적으로 ‘격리대합실 내 흡연실’ 폐쇄·철거 조치를 시행했다. 이는 공항 이용객들 중 비흡연자와 교통약자 등 모두의 건강증진을 위한 조치라는 게 공사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사가 운영하는 공항 중 김포국제공항과 김해국제공항의 ‘국제선 격리대합실(출국장)’ 내에는 흡연구역이 여전히 존재한다. 전국의 대부분 공항에서 국내선 격리대합실 내 흡연실은 폐쇄됐지만, 김포와 김해공항의 국제선 격리대합실은 3년이 지나도록 운영되고 있다. 특히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의 국제선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쯤부터 이용객 수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고, 정부의 입국자 일원화(인천국제공항 입국) 정책으로 한동안 사용을 하지 않았음에도 실내 흡연시설을 철거하지 않아 의문을 남기는 대목이다.

공사는 2018년 공항 실내 흡연실 폐쇄 계획을 발표할 당시 국내선 흡연실을 우선적으로 폐쇄하고, 국제선 흡연실은 이중문을 설치하는 등 ‘시설 개선’을 거쳐 당분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포와 김해공항의 국제선 흡연실이 그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흡연자 단체에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측 관계자는 “현재는 코로나19 상황인 만큼 불편한 부분도 참고 함께 부담하고, 상황이 나아지면 그때 다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옳지 않겠나”라면서도 “하지만 공사 측에서 공항 실내 흡연실 철거를 발표한 당시 ‘건강증진’이라는 게 이유였는데, 일부 국제선 출국장 흡연실을 여전히 남겨두고 국내선에서만 흡연실을 없애는 것은 이율배반적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담배 판매량이 늘어 세수가 늘었음에도 금연사업 예산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공항 격리대합실 내 흡연실 철거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 뉴시스

이러한 지적에 공사 측 관계자는 “당시(2018년) 사회 분위기가 실내 흡연실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국민 건강증진도 함께 고려해 공항 실내 흡연실 폐쇄 조치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하면서 “국내선의 경우 대부분 비행시간 1시간 내로 목적지까지 이동이 가능하고, 국제선의 경우에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후 출국 수속을 밟는 과정을 완료하기까지 약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해 주요 공항 국제선에는 아직 실내 흡연실을 폐쇄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 측의 설명은 항공기 탑승 전 대기시간을 포함해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총 소요 시간이 국내선은 국제선 대비 시간이 짧으니 ‘흡연자들이 잠시 불편을 감수하라’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하지만 국내선 항공편의 지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0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공항별 국내선 지연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9월까지 국내선 정기 항공편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이상 늦어져 ‘지연’으로 분류된 건수는 총 21만1,150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6년 6만9,000여건(지연율 18.7%) △2017년 4만5,000여건(12%) △2018년 5만여건(13.5%) △2019년 4만3,000여건(11.7%) △2020년 540건(4.4%) △2021년 1∼9월 736편(5.9%) 등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공항 이용객 및 항공편 운항이 크게 줄어든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30분 이상 연착되는 항공편 지연이 대부분이 연간 10% 이상으로 나타났다.

항공편 지연이 발생하는 경우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후부터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총 2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공사 측의 설명은 이러한 연착 상황은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국내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공항 등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소유·점유자 또는 관리자는 해당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되 필요에 따라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흡연실은 실외에 설치하는 게 원칙이지만 부득이한 경우 실내에 밀폐 공간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부연하고 있다.​ 즉, 전체가 금연구역인 공항일지라도 ‘부득이한 경우’에는 실내 흡연실 설치가 가능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러한 기준에 의거해 인천국제공항 격리대합실 내 흡연실을 운영 중이다. 이는 흡연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실내 흡연실의 경우, 여객들이 장시간 탑승 대기를 하는 공간으로 여객 편의를 위해 조성 및 운영되고 있는 시설”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업무 공간 내 실내 흡연실 운영 자제를 권고한 바 있으나, 현재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1-2판’ 에 따른 방역수칙을 시행 중으로, 흡연자 간 1m 거리두기 및 흡연자 간 대화 자제 원칙을 준수하며 실내 흡연실을 정상 운영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 구역이 텅 비어있는 모습. /뉴시스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이후 격리대합실인 면세구역은 보안구역으로 여객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외부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구역. /뉴시스

인천공항공사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에서는 꾸준히 실내 흡연실 폐쇄를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지난 2019년 5월에는 2025년부터 전국의 모든 실내흡연실 폐쇄를 추진하는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인천공항공사는 면세구역 내 흡연실에 대해 ‘일률적인 폐쇄가 옳은 지’ 검토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향후 정부의 지침을 검토해 단계적인 흡연실 개선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이 정부의 권고 및 지침 발표에도 면세구역 내 실내 흡연실 운영에 대해 ‘검토를 해 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이유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후 격리대합실 구역(면세구역)은 ‘보안구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항공권 발권·위탁수하물 접수·소지품 검사 등 탑승 수속을 마치고 격리대합실 구역에 들어온 여행객들은 목적지 도착까지 외부로 나갈 수 없다.

공항 격리대합실에 흡연실이 존재하지 않으면 흡연자는 비행기 탑승 전부터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장시간 흡연이 불가하며, 이러한 경우에는 화장실 등의 장소에서 전자담배를 흡연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흡연자의 편의와 문제 발생을 줄이기 위해 실내 흡연실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자담배 사용자 단체에서는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흡연시설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전자담배사용자연맹 측 관계자는 “공항을 비롯해 도심의 흡연공간(흡연구역)은 자꾸만 사라지고 있는데, 이는 흡연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빼앗는 것임과 동시에 흡연·비흡연자 편가르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점”이라며 “인천공항 내에 존재하는 흡연실처럼 잘 만들어진 흡연공간이 있다면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공항에는 총 35개의 흡연실이 설치돼 있으며, 이 중 21곳이 실내 흡연실이다. 인천공항의 실내 흡연실은 위아래가 완전히 막혀있으며 공기 순환 시설이 24시간 작동한다. 또 일부 흡연실은 이중문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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