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동통신업계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차 기술에는 우수한 통신망이 뒷받침돼야하기 때문에 통신시장 역시 동반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사진=Gettyimagesbank,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자율주행차’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 IT·자동차 업계의 기술 확보 경쟁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실제로 일본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은 연평균 41.0% 성장률을 보이며 2025년 1,549억 달러, 2035년 1조1,20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동시에 자율주행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국내외 이동통신사들의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차 기술에는 우수한 통신망이 뒷받침돼야하기 때문에 통신시장 역시 동반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 자율주행차, “지연 없는 초고속 통신망이 필수”… 통신사 영향력 커진다

자율주행차 기술에 우수한 품질의 통신기술이 필요한 이유를 간단히 정리하면 ‘우수한 저지연성’과 ‘초고속’ 통신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도로 상황과 주변 운전자, 보행자와 같은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자동차에 정확하게 전송할 수 있는 능력이 자율주행기술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발간한 ‘사고제로, 커넥티드 자율이동체(2021)’ 보고서에 따르면 완전자율주행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통신망의 성능에서 지연시간은 10ms 이내, 차량과 인프라(주행 환경)간 데이터 전송 속도는 Gbps급이어야 한다. 

즉, ‘최소한’ 5G통신망 정도의 지연속도와 전송속도를 갖춰야 우리가 상상하는 자율주행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자율주행차에서 안정적인 초고속 통신망의 중요성은 4G(LTE)와 5G를 적용한 자율주행차를 비교해 보면 이해가 쉽다. 

예를 들어 시속 100km로 주행 중인 자율주행차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고 가정해보자. 약 50ms의 지연속도를 가지고 있는 LTE통신을 이용하는 자율주행차는 센서가 고양이를 감지한 후 약 0.05초 후에 제동을 시작한다. 거리로 치면 자동차가 약 1.4m의 거리를 이동한 후 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반면 1ms의 지연 속도를 가진 5G를 사용한다면 이보다 훨씬 빠른 0.001초 후에 제동이 시작된다. 거리로 치면 약 2.8cm를 이동한 후 자동차가 제동을 시작하는 것이므로, 사실상 고양이를 보자마자 멈춘다고 볼 수 있다. 일반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크게 체감하지 못한 5G와 LTE의 전송 속도 차이가 자율주행차로 넘어갈 경우 어마어마하게 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IT업계와 자동차 부문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 기술이 향후 ‘완전자율주행’으로 진화할 경우, 높은 저지연성과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를 갖춘 통신망을 제공할 능력이 있는 이동통신사들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유신투자증권 박정원 연구원은 ‘진짜 5G 시대의 주인공은 통신(2020)’ 보고서를 통해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와 같은 인프라가 갖춰지고, 자율주행이 다가올수록 차량이 소모하는 데이터 양이 커질 것”이라며 “미래에는 인포테인먼트도 확장돼 통신이 차지하는 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로저 랑토 이사도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5G는 자동차의 통신망 연결의 중요성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를 바꿀 것”이라며 자율주행 시대의 이동통신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완전자율주행차 시대가 오기 위해선 저지연성과 초고속 전송속도를 갖춘 통신망 인프라가 반드시 갖춰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10월 개최된 ‘제4회 판교자율주행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경기도 제로셔틀'./ 박설민 기자

◇ 전문가들, “자동차 업계가 직접 통신사업 뛰어들긴 어려워… 자금·규제 장애물 다수 ”

그렇다면 여기서 문득 드는 의문 하나가 있다. 미래 자율주행차 산업에서 이동통신기술이 차지할 영향력이 이처럼 중요하다면, 자동차 제조사들이 통신업계와 협업하는 것이 아닌, 직접 통신기술을 확보할 수는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런 의문에 대해 자동차 업계가 통신사를 대체하긴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규제 및 비용 등 막대한 리스크를 짊어지고까지 통신사들과의 제휴를 포기하고 새로운 통신망 사업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것. 특히 머잖은 미래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완전자율주행차의 핵심 통신기술인 ‘6G’의 경우는 더욱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플랫폼/IT/자동차 회사가 6G를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일부 투자가들이 6G에서 새로운 주체의 6G 시장 참여를 거론하는데 현실적으로 성공 확률이 희박한 얘기”라고 못박은 바 있다.

김홍식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자동차 회사 등 타 기업에서 새로운 통신망 사업에 나서기 힘든 이유는 ‘막대한 초기 자금 투입’과 ‘정부 규제 및 라이센스 취득 등 복잡한 절차’로 꼽을 수 있다. 이는 통신사들이 5G주파수 할당을 받기 위해 투자한 금액을 살펴보면 인프라가 없는 타 기업이 통신 산업에 진입하는 것이 얼마나 부담이 큰지 실감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 2018년 정부의 5G주파수 할당 경매 당시 3.5GHz 대역에서 각각 1조2,185억원과 9,680억원의 비용을 지불해 100MHz 대역폭을 확보했다. 그나마 80MHz로 양사에 비해 낮은 대역폭의 주파수를 할당받은 LG유플러스조차도 8,065억원이라는 큰 금액을 투자했다.

우리나라 대표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의 2021년 3분기 영업이익 실적이 1조6,067억원임을 감안하면 한해 영업이익의 50~75%에 육박하는 금액이 주파수 할당 하나에 들어가는 셈이다. 여기에 각종 통신망 장비 및 기지국 등을 설치할 경우 투자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은 “최근 5G 서비스에 이어 6G가 시장 화두로 부상하면서 많은 업체들이 차세대 네트워크 서비스 도입을 통한 성장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며 “문제는 과연 정부 주도로 네트워크 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는지, 자동차/IT/플랫폼 업체들이 현재의 통신 캐리어 업체들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플·구글·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의 과거 많은 시도가 있었고 각국 정부도 일부 네트워크 투자에 나선 바 있지만 실제 의미 있는 네트워크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실패했다”며 “현 시점에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과연 기존 통신사 외에 다른 주체가 네트워크 제공 사업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를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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