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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줌인
[인터뷰] ‘제작자’ 정우성의 자세  
2022. 01. 2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고요의 바다’ 제작자로 돌아온 정우성.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제작자로 돌아온 정우성.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국 최초 ‘달’을 소재로 한 SF 미스터리 스릴러 ‘고요의 바다’ 현장에서 제작자 정우성의 별명은 ‘달지기’였다. 리얼한 달 지면 구현을 위해 실제 2,700평 규모의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는데, 매 촬영마다 정우성이 직접 빗자루를 들고 세트에 남은 발자국을 지워냈기 때문이다.

정우성은 ‘고요의 바다’ 현장에서 ‘열정적인 제작자’로 불렸다. 하루도 빠짐없이 촬영 현장에 출석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도전과 개척의 연속이었던 모든 과정에 힘을 보탰고, 배우부터 스태프까지 불편함 없이 촬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또 살폈기 때문이다. 배두나‧공유 등 출연배우들이 입을 모아 ‘이런 제작자는 처음’이라고 감탄했을 정도로, ‘제작자’ 정우성은 매 순간 진심을 다해 ‘고요의 바다’와 함께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2075년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다. 2014년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최항용 감독의 동명 단편 영화를 원작으로, 최항용 감독과 박은교 작가가 의기투합해 8편의 에피소드로 확장했다. 

배우 겸 제작자 정우성은 제작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2016년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로 제작자로서 첫 작품을 선보인 데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정우성은 ‘고요의 바다’ 원작의 독특한 세계관에 반해 제작을 결심했다. 한국형 SF 구현에 대한 도전 의식도 있었다. 그의 열정과 애정으로 완성된 ‘고요의 바다’는 지난 24일 공개 후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3위까지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정우성은 총괄 프로듀서로서 ‘고요의 바다’와 함께 한 소회부터 작품을 향해 엇갈리는 평가 등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특히 “제작자로서 놓치고 간 부분들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정우성이 제작자로 참여한 두 번째 작품 ‘고요의 바다’ 포스터. /넷플릭스
정우성이 제작자로 참여한 두 번째 작품 ‘고요의 바다’ 포스터. /넷플릭스

-제작 총괄 프로듀서로 작품에 참여한 전반적인 소회는. 
“워낙 새로운 도전이었고, 한국형 SF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 어떻게 만들었을까 완성도 등에 대한 여러 가지가 개입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잘 해냈다는 만족도도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많이 놓치고 갔다는 스스로의 반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 과정을 계속해서 되돌아보고 있다. 만약 다시 제작을 하게 된다면 혹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면 시행착오를 어떻게 발전된 모습으로 가져갈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는 시기다.”

-배우들이 ‘열정적인 제작자’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나 만족도는 어떤가. 
“어떻게 스스로 평가하고 만족을 하겠나. 하하. 스스로에 대해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시기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요의 바다’ 제작 경험이 앞으로 스스로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거라는 거다. 조금 더 진보할 수 있는 고민을 할 수 있게 해줬다.” 

-배우뿐 아니라, 연출자, 제작자까지 경험하며 현장 전체를 아우르는 눈이 더욱 생겼을 것 같다. 그렇기에 더 조심한 지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제작자로서 현장에 있을 때 가장 우선시했던, 혹은 견제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제작자이면서, 먼저 활동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배우들에게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어려운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싶었다. 심리적 부담감으로 발현되는 당사자가 되지 않도록 굉장히 주의했다. 더 조심했던 현장이다. 배우뿐 아니라, 다른 스태프에게도 똑같이 작용됐다. 함부로 내가 개입하기 시작하면 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로 조심스럽게 살피고 더 조심스럽게 다가갔던 현장이었다.” 

-신선한 소재와 도전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힘이 있다고 생각을 했고, 제작까지 결심하게 된 이유와 과정이 궁금하다. 
“지금은 물 부족 현상이나 기후 변화에 대해 경각심을 우리 모두 갖고 있는데, 예전에는 물이 늘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였잖나. 당연하다는 건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것인데,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류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속에서 ‘달로 물을 찾으러 간다’라는 역설, 그게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단편이 갖고 있는 세계관을 구현할 때, 막대한 자본이 아닌 주어진 제작비 안에서 한국형 SF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능성도 봤다. 그런 요소들로 제작을 결심하게 됐다.” 

달 표면을 리얼하게 구현한 ‘고요의 바다’ /넷플릭스
달 표면을 리얼하게 구현한 ‘고요의 바다’ /넷플릭스

-SF 장르를 차용했지만, 환경과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인 작품이었다. 제작자에게는 어떤 메시지와 깨달음을 줬나. 
“우리는 지금 물 부족 현상과 기후 변화로 인한 여러 가지 환경 문제에 대해 자각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자각이 얼마나 절실한가, 우리의 삶에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결국엔 인간이 지구에서 생존을 하면서 얼마나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포괄적인 질문인 것 같다. 고증과 과학적 논리도 중요하지만, 철학적인 메시지도 작품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지안(배두나 분)이 발해기지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장면은 우리가 지구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느냐 질문을 던지는 듯했다.” 

-달 표면이나 발해기지 등이 굉장히 잘 구현됐더라. 빗자루로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작업까지 직접 할 정도로 공을 들인 걸로 알고 있는데, 노력이 잘 담긴 것 같다나. 만족도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뻔뻔스럽게 만족한다고 말할 수 있다. 기술적 레퍼런스를 얻을 수 없었다. 저중력에서 움직이는 이미지적 레퍼런스가 전부였다. 근미래를 어떤 이미지로 가야 할지부터 달 지면의 텍스처와 느낌, 빛의 밸런스,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막연하면서도, 그 막연함이 새로운 창작의 시도였기 때문에 흥분되는 과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후반 작업에서도 가장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부분이다. 그렇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웃음)”

-실력 있는 감독을 발굴했다. 최항용 감독은 어떤 감독이었나.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세상에 내놓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고요의 바다’ 세계관, 독특한 원석을 발견한 것 자체가 최항용 감독의 장점이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감독으로서의 테크닉은 또 다른 평가의 기준일 수밖에 없다.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장편화할 때 거대해진 현장에서의 적응이 신인 감독들에겐 가장 큰 숙제다. (최항용 감독도) 지치고 외롭고 힘든 상황이 분명히 많았을 거다. 잘 버틴 것만으로도 앞으로 새로운 작품을 해내가기 위한 기본 마음자세는 완비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정우성. /넷플릭스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정우성. /넷플릭스

-고증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일각의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고요의 바다’가 갖고 있는 숙제였던 것 같다. 상상력의 영역을 어디까지 해야 할지, 그것을 위해 설정되는 요소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연출자가 어떤 요소를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대한 것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존중과 선택, 포기의 연속이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충족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하는 작업에서 채워나가자는 결심이 되겠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그 결정에 있어 모두가 충분하지 않았던 걸까 또 다른 질문을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분들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 역시 계속해서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개인적인 아쉬움도 있다. 더 물고 늘어졌어야 한다는. 하지만 그랬다면 원작자가 갖고 있던 월수에 대한 세계관이 틀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질문을 또 던지게 된다.”

-늘 촬영 현장을 찾고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엄청난 애정과 열정을 쏟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힘든 점은 없었나.
“열정이라고 표현해 줘서 감사하다. 하하. 내겐 당연한 거였다. 현장에서의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서, 또 제작 총괄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현장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연히 그렇게 했다. 열정보다는 작품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우, 감독, 제작자로서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해오고 있다. 장르도 메시지도 다 달랐지만 그 안에 마음을 건드리는 공통점이 있을 것 같다. 어떤 이야기를 만났을 때 마음이 움직이나. 앞으로 배우로서, 또 창작자로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다. 감정적 요소나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도전에 대한 용기라고 해야 할까, 무언가 도전하는 부분에 있어서 내가 어떤 요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겁 없이 뛰어들어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또 그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때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었는데, 그것은 결국 다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현이 규격화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에 있어 겁이 없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