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부천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노동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부천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노동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본격적으로 주 4.5일제를 제안하며 노동 공약을 발표했다. 기존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1호 공약인 주 4일제에 대해 이 후보도 일부 동의해왔지만, 논의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26일 오후 경기 부천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노동공약으로 주 4.5일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비정규직 임금차별 해법으로 공공부문부터 민간부문 하도급까지 ‘적정임금제도’를 적용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 이재명은 사람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삼겠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권이 존중받도록 하겠다.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능력을 발휘하고 누구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6대 노동공약으로 △특수고용·플랫폼노동·프리랜서의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 고용’과 적정임금제도 △산재사고 예방과 재해 보상 강화 △노조활동 참여와 권리 확대 △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주 4.5일제 단계적 도입 △산업대전환에 대비한 일자리 정책 수립을 내세웠다.

◇ 주 4.5일제 도입 공약 공식 언급

이 중에서도 주 4.5일제 도입에 대해 이 후보는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주 최대 52시간으로 줄었지만 우리 국민은 OECD 평균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하고 있다”며 “일터에 오래 머무른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은 것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생산성은 높이고 노동시간은 줄이는 최선의 노력으로 일하는 국민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연차 휴가 일수와 소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시간 외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포괄임금 약정을 제한하겠다”며 “또 가족돌봄휴가제 확대와 같은 방법으로 소득감소 없이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고 단계적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선도적으로 주 4일 또는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는 다양한 방식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노동시간 단축을 확산시키겠다”고 했다.

이에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후보가 노동공약 발표에서 비록 범위와 방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심상정 후보의 대표 공약인 ‘주 4일제’와 ‘신노동법’에 호응해준 데 대해 전향적으로 평가한다”며 “다른건 몰라도 이번 노동공약 만큼은 ‘말바꾸기’가 없길 바란다. TV토론에서 적극적인 정책 대결을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 윤석열 후보와 차별화 된 노동 공약

노동 공약은 지지율 1~2위의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의견 차이를 보이는 분야 중 하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 정의당, 진보당 관계자가 모두 참석한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대선 쟁점 토론회’에서 주 4일제 단계적 도입에 답변한 내용을 통해 뚜렷한 입장 차를 확인할 수 있다.

정의당은 주 4일제 공약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해 “사회적추진본부를 구성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고 오는 2023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해 2025년부터 구체적인 입법 절차와 단계적 도입에 돌입하겠다”고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단계적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전하면서 “보건의료업종 등 장시간 노동 문제가 심각한 분야에 대해 주 4일제(또는 주 4.5일제)를 시범 실시해 각 분야별 노동시간 단축의 타당성, 효과, 제도적 보완점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의당은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사회적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국민의힘은 “이 내용은 노동 분과에 포괄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선 입장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며 대답을 유보했다.

윤 후보는 최저임금제도와 주 52시간제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내온만큼 주 4일제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예를 들어 최저임금 180만원, 200만원이라고 하면 ‘나는 150만원으로도 충분히 일할 용의가 있고 하고 싶다’고 하는데 만약 그걸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며 최저임금 폐지는 불가능하나 향후 최저임금 결정 때는 이같은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주 4일제 공약, 표심과 직결될까

이 후보가 주 4.5일제 공약을 공식화하면서 노동 공약으로 윤 후보와의 큰 차별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선이 40여일 남은 지금 이번 공약이 이 후보에게 혁신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나오지 않는다.

주 4일제 논의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의견도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 남녀 4000명 가량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3.6%가 주 4일 근무제를 찬성한다고 답했다. 직장에서 인터넷 서핑이나 메신저 잡담 등 업무와 관련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업무에 집중한다면 근로시간이 단축되더라도 회사 업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선이다.

하지만 ‘주 4일제’라는 공약만 보면 임금 삭감과 연결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공약이 표심과 직결될지는 회의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효율을 높이면 된다고 하는데 개인이 생산성을 20% 올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며 “주 4일제 하자고 하면 화이트칼라나 공무원 계층에는 소구력이 있겠지만, 대부분은 20% 소득 감소로 받아들인다”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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