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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가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을 국내에 출시하면서 풀사이즈 SUV 경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지프라는 자동차 브랜드는 실용성과 험로 주행 능력 위주로 차량을 개발해 타 경쟁사의 동급 경쟁 모델 대비 다소 투박한 인상을 준다. 이 때문에 지프는 여전히 ‘감성으로 타는 차’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지프가 지난해 말 국내에 출시한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 모델은 그간 지프 차량에서 찾아보기 힘든 럭셔리함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또 큰 체격 덕분에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한 점과 다양한 편의사양은 탑승자에게 편안함을 제공한다.

◇ 지프, 풀사이즈 SUV 전쟁에 동참… 럭셔리 한 스푼 더한 그랜드 체로키 L

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이하 그랜드 체로키 L)은 지프 차량에서 느낄 수 있는 강인함을 갖추면서도 우아한 기품이 함께 녹아있는 차량으로 평가된다.

개별 시승을 진행한 모델은 그랜드 체로키 L 써밋 리저브 모델로, 국내에 판매되는 2개 트림 중 상위 모델이다.

그랜드 체로키 L을 처음 마주하면 ‘거대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이 차량은 차체 크기가 △전장(길이) 5,220㎜ △전폭(너비) 1,975㎜ △전고(높이) 1,795㎜ △휠베이스(축거) 3,090㎜ 등으로, 흔히 말하는 풀사이즈 SUV에 속하는 모델이다. 그러면서도 차체 높이는 다소 낮게 느껴져 차량이 더욱 길쭉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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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은 긴 차체가 매력적이다. / 제갈민 기자

외관에서는 크게 특별한 점은 없으나, 크롬 소재로 마감된 지프 브랜드의 패밀리룩 ‘세븐-슬롯 그릴’과 반짝이는 헤드램프가 존재감을 과시한다. 여기에 프론트 범퍼 하단부를 차체 색상과 다른 은색으로 도색해 세련미를 더했다.

측면부에서는 프론트 펜더 전방에 주황색 방향지시등이 부착된 것이 미국 태생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프론트 펜더 중간부분부터 도어 핸들을 가로질러 리어램프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캐릭터라인과 도어 하단의 크롬 마감은 자칫 밋밋하게 보일 수 있는 측면부의 미적요소로 작용한다.

사이드미러와 거울을 받치고 있는 지지대에도 은빛의 크롬 마감이 적용됐는데, 이 크롬 장식은 A필러와 루프라인을 따라 D필러까지 이어지고 리어 윈도우 아래로 차체를 감싸는 형태로 디자인됐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긴 차체를 부각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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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 색상 가죽과 스웨이드, 우드 소재로 도배가 돼 있어 일부 소비자들은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제갈민 기자

실내에는 카멜 색상의 가죽으로 도배를 하고, 일부분에 우드 장식을 더해 ‘럭셔리 SUV’라는 것을 뽐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스티어링휠에도 일부분 우드 소재를 적용해 한편으로는 과할 정도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9,000만원에 육박하는 모델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내에서 먼저 눈길이 가는 부분은 센터페시아 디자인과 매킨토시 오디오 시스템이다.

우선 많은 고급 차량에는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되는 것이 보편화됐으나 매킨토시 오디오가 장착된 차량은 여태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매킨토시에서는 그랜드 체로키 L만을 위한 사운드 시스템을 디자인 및 튜닝을 했으며, 총 19개의 스피커를 탑재해 풍부한 음향을 선사한다.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스크린의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스크린을 살짝 기울여 설계한 점이 포인트다. 최상단에는 가로형 송풍구가 설치돼 있고, 그 아래로 아이들링 스톱 앤 고(ISG) 및 비상등, 주차보조 기능 작동 버튼 등이 가로로 배치돼 있으며 아래에 큼지막한 10.1인치 터치스크린이 탑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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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 실내 센터페시아 및 콘솔박스. / 제갈민 기자

터치스크린을 통해서는 차량 조명이나 차량 시스템 조작 및 무선 안드로이드오토·애플카플레이 등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공조기나 시트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은 터치스크린 아래에 물리조작 버튼을 설치해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도 지원한다.

기어는 중앙의 다이얼을 돌려 조작할 수 있으며, 기어 다이얼 좌우로 주행모드 변경이나 차체 높이 조절 레버가 있다. 주행모드는 오토와 스포츠, 스노우, 머드·샌드, 락 5가지로 세분화돼 있으며,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돼 차고 높이도 전자 제어를 통해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수납공간은 센터페시아 하단의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 공간과 컵홀더 2구, 그리고 2단 콘솔박스가 적용돼 무난한 편이다. 여기에 도어트림 수납공간이나 글러브박스 등을 이용할 수도 있으며, 선글라스 보관함을 별도로 마련한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최근 차량들은 선글라스 보관함이 없어지는 추세라 차량 내 선글라스를 보관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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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후방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후방 시야를 보다 넓게 확보한 디지털 룸미러(왼쪽 위)와 선글라스 보관함(우측 위), 그리고 매킨토시 오디오와 실내 앰비언트 LED 라이트가 매력 포인트다. / 제갈민 기자

2열은 1열 배치와 동일하게 좌우 독립시트와 그 가운데 콘솔박스 및 컵홀더 2구가 가로로 배치돼 있다. 차체가 긴 만큼 2열 공간도 부족함이 없다. 다만, 1열보다는 시트의 좌우 볼륨이 크지 않은 점은 아쉽다. 1열 콘솔박스 후면에는 2열 공조장치 및 시트 통풍·열선 기능 조작 버튼을 설치했다. 여기에 2열 탑승객의 편의를 위해 230볼트(V) 150와트(W) 콘센트와 USB 포트를 A타입과 C타입을 각각 2구씩 설치했다.

그랜드 체로키 L은 지프 브랜드 최초로 3열 시트가 탑재된 모델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만 키가 180㎝ 정도의 성인이 탑승한다면 다소 불편함이 있을 것 같다. 3열 시트는 신장 175㎝ 미만의 성인이나 청소년들에게 적합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3열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트렁크 내부 오른쪽에 전동으로 시트를 접고 펼 수 있는 버튼을 이용해 눕혀 적재 공간을 넓게 이용할 수 있다. 3열 시트를 접으면 적재함 덮개를 설치해 트렁크 내부의 물건을 가리는 용도로 이용할 수 있는데, 3열을 이용할 때는 이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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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 후면부는 단조롭다. / 제갈민 기자

◇ 3.6ℓ 자연흡기 엔진이 주는 편안함, 편의장비는 덤… 연비는 8㎞/ℓ 내외

그랜드 체로키 L 개별 시승 간 시승 구간은 서울 도심 주행과 강원도 횡성군에 위치한 태기산 일대까지 주행했다.

그랜드 체로키 L에는 3.6ℓ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있으며, 자동 8단 미션과 풀타임 4륜 구동(AWD)이 적용돼 주행 간 안정감이 돋보였다.

우선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장점은 엔진회전수(rpm)를 낮게 유지하면서도 부드러운 가속이 일품이다. 그랜드 체로키 L에 탑재된 엔진도 가속을 할 때 엔진회전수가 치솟는 일이 없으며, 3,000rpm 미만의 일상 영역에서 충분한 출력을 뿜어낸다. 낮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면서 저속과 고속구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만큼 불쾌한 엔진 소음은 느끼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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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 2열은 독립 시트가 마련돼 탑승객의 편의성이 높다. 창문에는 수동으로 작동할 수 있는 블라인드(오른쪽 아래)도 마련됐다. / 제갈민 기자

반대로 창문을 열고 주행할 때 들려오는 부드러운 엔진음은 그랜드 체로키 L의 성능을 테스트해보고 싶게 만드는 요소다. 차체가 크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만큼 고속도로에서 100∼120㎞/h 속도로 주행을 하면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아 가속페달을 더 밟게 된다. 그럼에도 가속은 안정적이며, X영역 후반부까지 속도를 높여 코너를 진입하고 나올 때도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고속도로 주행 시에 창문을 모두 닫으면 풍절음의 실내 유입은 크지 않은 편이지만, 노면 소음이 조금 유입되는 것 같다는 게 동승자의 평가다. 이러한 부분은 다른 시승기에서도 일부 찾아볼 수 있는데, 휠하우스와 차량 실내 하부의 방음 시공을 한다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단, 소음의 실내 유입은 개개인마다 편차가 크게 작용하며, 개인적으로는 큰 불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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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열 시트는 180cm 성인이 탑승(왼쪽 위)할 경우 2열 좌석에 무릎이 닿지는 않지만 시트가 다소 낮게 설계돼 허벅지가 뜬다. / 제갈민 기자

최고 사양인 써밋 리저브 트림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및 액티브 레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결합해 작동하는 자율주행 레벨2 등급의 액티브 드라이빙 어시스트 시스템이 탑재돼 있는데, 고속 주행 시에는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운전자에 따라 다를 수는 있으나, 차체가 큰 만큼 주행 시 차로의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붙어 주행을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이럴 때 그랜드 체로키 L은 차로 이탈 경고음을 지속적으로 울리는데, 상당히 신경 쓰인다.

이럴 때 액티브 드라이빙 어시스트 시스템을 작동하고 주행하면 스스로 차로 중앙에 위치하기 위해 스티어링휠을 조작하고, 차로이탈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다.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을 맹신해서는 안 되지만, 차체가 큰 만큼 주행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며, 고속도로에서 급커브를 제외한 구간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준이라 편리하다. 액티브 드라이빙 어시스트 시스템을 작동하면 계기판 좌우 테두리에 녹색 램프가 점등되는 점은 실내에서 매력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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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 디지털 계기판. / 제갈민 기자

이 외에도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이미지를 계기판 디스플레이에 표시하는 나이트 비전 카메라 시스템, 운전자 졸음 감지 시스템과 서라운드뷰 및 전방 카메라 등을 센터페시아 스크린에 송출해 도심 골목길 주행 등을 보조하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주차 편의성을 제공하는 파크센스 평행·수직 주차 및 출차 보조 시스템(제동 포함) 기능도 포함돼 있다.

비포장도로(오프로드)를 주행할 때 주행모드를 머드·샌드 또는 락으로 조절하면 자동으로 차체 높이가 높게 조절되는데, 차체 하부에 데미지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차고가 높아지는 만큼 좌우 롤링이 스포츠모드나 오토모드에 비해서는 크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고가 경쟁 차종 대비 소폭 낮아 좌우 울렁임이 심한 편은 아니다.

약 400㎞ 시승 간 평균 연비는 8.0㎞/ℓ 수준으로, 복합공인 연비 7.7㎞/ℓ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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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 시승 간 평균 연비 및 계기판. /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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