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 사람이라도 봐야 할 이유가 너무나 명확한 작품.” 배우 김혜수는 ‘소년심판’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매 작품 진심을 다해 임하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른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더 잘해내고 싶은 마음도 컸단다. ‘소년심판’에 담긴 메시지를 충실히, 힘 있게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년심판’(연출 홍종찬, 극본 김민석)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명불허전’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프’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을 인정받은 홍종찬 감독이 연출을 맡고, 김민석 작가가 각본을 썼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소년심판’은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는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되는 촉법소년 법령 이슈를 중심으로, 위험 수위에 도달한 청소년 범죄와 이를 둘러싼 어른들과 사회의 책임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던져 호평을 얻고 있다. 시리즈로서의 재미와 높은 완성도는 물론, 묵직한 메시지까지 모두 담아냈다는 평이다.

그 중심엔 심은석 판사로 온전히 분한 배우 김혜수가 있다. 냉정함을 잃지 않는 심은석 판사로 분해 단호한 카리스마로 극을 이끌었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법관의 면모부터 처분을 놓고 계속되는 갈등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모습까지 인물의 고뇌를 깊이 있게 그려냈다. 홍종찬 감독이 “오직 김혜수만이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했을 정도로, 심은석 판사는 김혜수이기에 가능했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김혜수는 ‘소년심판’을 향한 호평에 “작품을 준비하면서 모두가 염원했던 마음이 닿은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잠깐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지도록 어른으로서 노력과 책임감이 따라야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소년심판’을 선보인 소감은. 
“소년범죄를 단순히 극적인 재미를 위해 소재로 쓰는 게 아니라, 다각적인 시선과 인식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한 번쯤 고민해 보자는 의도가 있었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작가의 의지가 느껴졌고, 작업하면서도 감독뿐 아니라 모든 참여자들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주력하려고 노력했다. 우리 사회의 문제와 청소년범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전 세계에 통용되고 함께 고민해 볼 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작발표회 때부터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남다른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어떤 작품이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고 책임감을 갖고 하지만, 이번 작품은 주제가 갖는 무게감이 상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어떤 작품보다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진 건 사실이다. 작품이 가진 메시지에 부합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단지 강한 캐릭터가 아니라 소년범과 소년범죄를 혐오하지만, 법관으로서 사회의 어른으로서 갖고 있는 신념, 그리고 그 신념을 통해 소년범이나 피해자 가족을 대하는 태도, 법관 사이의 관계 등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다 중요했다. 

-심은석 판사의 신념은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나.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시작한 심은석의 대사가 나를 생각하게 했다. 배우를 떠나 자연인으로서 김혜수가 소년범죄나 소년범을 바라보는 시각. 뉴스 사회면에서 충격적인 이슈를 접하면서 분노하고 가슴 아파했던, 소년범과 소년범죄를 혐오하고 판결을 비판했던 나를 많이 떠올렸다. 심은석은 법관임과 동시에 소년범죄의 피해 가족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단지 개인의 상처 때문이 아니라 법관으로서 한 사회 구성원, 그리고 어른으로서 범죄는 혐오하되 거기에 대한 시선, 의무에 대해 일관된 신념과 책임을 갖고 있다. 인간 심은석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이 작품이 갖는 주제와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는 우리 사회의 누구도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 판결해야 하고 갱생하고 재발방지에 노력하는 관리자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더 인식하게 하기 위한 작가의 장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대사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진심으로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중요 대사들을 더욱 힘 있게 전달하기 위해 중점을 두고 노력했던 부분이 있다면. 
“대사에서 느껴지는 무게나 대사 자체에서 주는 메시지가 상당했다. 그런데 이 모든 대사들은 실제 법관들이 하는 말들이다. 김민석 작가가 얼마나 오랜 취재를 통해 처음부터 최종회까지 균형감을 잃지 않고 다각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균형감을 갖고 접근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주제의식을 담은 대사들을 잘 전달하기 위해 힘을 줬다기보다 그 대사가 의미하는 진심에 더 주력했다. 그리고 그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법관인 심은석의 입을 통해 나오지만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 봐야 하는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심은석이 사건 서류를 보면서, 재판하는 내내 피해자의 사진을 곁에 두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배우의 해석이었나. 
“대본상에 심은석을 표현한 모든 것들이 충분해서 그걸 놓치지 않는 게 중요했다. 다만 재판장에서나 테이블에서 작업할 때 사진을 심은석의 시선 앞에 두는 것은 감독님에게 내가 의견을 냈던 부분이긴 하다. 심은석이 소년범죄를 들여다볼 때 ‘오늘 판결을 통해서 피해자는 억울함이 해소됐는가, 가해자는 반성하는가’라는 대사를 한다. 그 맥락과 닿아있다고 생각했고, 그 대사를 보며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리고 그것을 홍종찬 감독님이 제 마음처럼 화면에 잘 담아주셨다.”

-심은석은 웃음기 없이 시종일관 냉정함을 유지한 캐릭터다. 이런 감정선을 계속 유지해나가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준비할 때부터 현장으로 가는 차 안, 촬영이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 잠들기 직전까지도 심은석을 놓고 싶지 않았고 놓아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은석을 유지하는 게 힘든 순간도 있었다. 예를 들면 판사로서 차태주와 첨예하게 신념이 대립하는 부분에서다. 차태주 판사를 연기하는 김무열의 감정에 너무 동화가 되는 거다. 심은석은 그런 것들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래서 어떤 장면은 감독님과 김무열에게 양해를 구해서 리허설을 하지 않고 촬영한 적도 있다.

법관으로서 피해자 가족을 대면할 때도 배우들이 너무 절절하게 집중해서 연기를 잘 해줘서 흔들림 없이 냉정함을 유지하는 심은석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실제 너무 가슴이 아팠지만 심은석은 앞에서 함께 울어주고 위로하는 캐릭터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태도를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 차태주 판사를 대할 때, 피해자 가족을 대할 때, 염혜란이 연기한 센터장을 대할 때 정말 눈물을 많이 참았다.”

-전작 ‘내가 죽던 날’에서 직접 대사를 만들었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배우의 해석이나 아이디어로 완성된 대사나 장면이 있나.  
“이번에는 정말 온전히 대본에 충실했다. 전작 대본이 불충분해서가 아니라, 이번 작품은 메시지의 본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본을 보며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가 말에 기교가 없다는 것이었다. 기교 없이 묵직한 대사의 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점이 너무 좋았고, 내가 느낀 대로 반드시 전달하고 싶었다. 심은석은 틀린 말을 하지 않는다. 누구든 정말 해줬으면 하는 말을 한다. 단지 주인공이니 멋있고, 인상적인 말을 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작품의 포인트였고, 심은석의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제작발표회에서 이성민이 ‘김혜수의 식사량에 놀랐다’고 할 정도로, 심은석의 외적인 부분까지 표현하기 위해 철저한 관리를 했다고.  
“배우들은 당연히 배역에 맡게 움직인다. 배역의 내면은 굉장히 중요하고 그 내면을 효과적으로 발현하기 위한 것들에 외적인 수단도 포함이 된다. 중요한 것은 캐릭터가 어떻게 보이는가가 아니라, 정말 그 배역과 일체감이 느껴지게 하는 거다. 이성민 선배가 심은석을 연기하는 김혜수를 봤을 때는 놀랐을 수 있는데 자연인 김혜수는 많은 부분에서 절제력이 없고, 여러 사안에 대해 성숙하거나 일관적인 태도의 사람은 아니다. 완전 많이 먹기도 한다.(웃음) 의상적인 부분에서는 여성 판사님들을 많이 뵀는데, 일반화할 수 없지만 평균 지점을 찾아서 가능하면 그 직업군과 밀착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했다. 캐릭터를 유지하는 동시에, 김혜수가 노출돼서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을 견제했다.”

-심은석을 통해 배우 김혜수도 채워진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이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 
“모든 작품이 준비 과정과 촬영 과정을 통해 많이 배우고 얻어지는 게 있다. 그 순간에는 다 알 수 없지만 그 이후에도 느껴질 때가 있는데, 당연히 이번 작품도 그랬다. 명확한 작품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거나 변화를 준 게 많았다. 이를테면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나 인식, 태도 같은 것들이 변화하게 됐다. 단지 잠깐으로 끝날 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른으로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려면 노력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이게 됐다.”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년심판’은 한 사람이라도 봐야 할 이유가 너무나 명확한 작품이다. 재미나 완성도도 중요했지만, 이 작품을 전달하는 참여자들의 진심이 정말 중요했다. 그리고 모든 분들이 그런 마음으로 참여했다. 재미와 함께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것이 영상매체의 엄청난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나오는 게 쉽지 않고, 잘 만들어져서 시청자들의 동의를 얻기도 참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정말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렇게 많은 분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모두가 염원했던 마음이 닿은 것 같아 정말 정말 감사하다.”